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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실상 3黨 체제, 국민은 100일간 하는 걸 보고 심판할 것

최만섭 2016. 1. 4. 17:02

[사설] 사실상 3黨 체제, 국민은 100일간 하는 걸 보고 심판할 것

입력 : 2016.01.04 03:23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김한길 의원이 3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새정치연합 창당을 이끈 두 주역 안철수·김한길 의원이 모두 당을 떠난 것이다. 이로써 야권은 친노·운동권이 주축을 이루는 더민주와 안철수·김한길 의원이 주도하고 호남·비주류가 참여하는 신당 세력으로 갈라지게 됐다. 야권의 분당(分黨) 사태로 오는 4월 13일 총선은 새누리당과 더민주, 신당이 각축을 벌이는 '3당 체제'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새누리당에선 친박과 비박이 공천권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고는 있지만 서로 갈라설 공산은 낮다.


김 의원의 탈당은 정치권에 '제3 세력'이 등장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김 의원과 가까운 비주류 의원들과 박지원 의원·동교동계 등 호남 인사들도 후속 탈당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이 먼저 당을 떠난 현역 11명과 합류한다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2003년 열린우리당 이후 12년 만에 사실상 국회에 독자적 제3의 교섭단체가 생기는 것이다.

여론도 올 총선이 3당 경쟁 체제로 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안 의원이 탈당하기 전까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각각 35~40%와 20% 초반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연말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선 새누리 28.7%, 더민주 16.6%, 안철수 신당 18.3%로 급변했다. 더민주뿐 아니라 새누리당 지지층까지 상당수 이탈해 신당 쪽으로 옮아간 것이다.

'안철수 신당'의 약진은 야권의 고질적인 계파·운동권 정치, 법안 하나 처리하지 못하는 여야 간 극한 대결과 불임(不妊) 정치에 대한 혐오감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국민이 생산적 정치를 실천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총선 이후 '3당 체제'가 정말 현실화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김한길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을 '수구 세력', 더민주를 '패권 정치 세력'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만든 당을 탈당하는 데 대한 반성은 충분히 하지 않았고, 신당에 대한 희망적인 비전은 더더욱 읽을 수 없었다.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만을 정치 마케팅에 활용하며 새 비전과 새 정책, 새 인물을 보여주지 못하면 신당 세력 또한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 금방 사그라지고 말 것이다.

이제부터 국민은 총선 때까지 3개월여 동안 새누리당과 더민주, 신당 세력이 어떤 비전과 인물을 내세워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누가 구태(舊態) 정치에서 과감하게 벗어나는지, 어느 당이 저성장 국면과 청년 실업 문제 등에 대한 현실적 타개책을 내놓는지, 어떤 후보가 대한민국의 위상(位相)에 맞는 발언과 행동을 하는지 꼼꼼히 관찰할 수밖에 없다. 국가적인 과제들을 앞에 두고 싸움만 하면서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세력은 몰락의 길로 갈 것이다. 100일간의 단기 승부가 총선 후 정치 판도를 결정하게 됐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