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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정당 후원금, 익명 기부 금지해 정치 부패 막아야

최만섭 2015. 12. 25. 11:07
  •  부활하는 정당 후원금, 익명 기부 금지해 정치 부패 막아야

입력 : 2015.12.25 03:22

헌법재판소가 정당 후원금을 금지한 정치자금법 조항(6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정당 활동 자유와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과잉 입법"이라고 했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이 위헌이지만 바로 무효화할 경우 생기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 개정 시한을 두는 것이다. 헌재는 2017년 6월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2017년 12월 대통령 선거부터는 정당 후원회에 유권자가 후원금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당 후원금 제도는 1965년부터 약 40년간 지속됐으나 기업의 정치 헌금 통로로 활용돼 정경 유착의 폐해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샀다. 그러다 2003년 검찰의 대선 자금 수사로 '차떼기 불법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진 것을 계기로 2006년에 폐지됐다. 이후 국회의원은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정당은 후원회를 둘 수 없게 됐다. 헌재는 이것이 국민의 정치적 표현 자유를 제한한다고 보고 유권자가 정당에 대해서도 지지 의사를 밝힐 수 있도록 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헌재 결정은 원론적 측면에선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정치 헌금을 매개로 한 기업·이익단체와 정치권의 유착이 심각한 부패를 낳았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2003년 불법 대선 자금 수사에서 그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시 기업들이 정당 후원회에 공식 후원금을 낼 수 있었지만 일부 재벌 기업은 돈을 트럭에 실어 몰래 전달하거나 연간 후원금 제공 한도(중앙당 2억원)를 피하기 위해 임직원 명의로 쪼개서 후원금을 냈다. 정당 후원금 제도가 부활하면 그런 불법 자금 거래가 재연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번 헌재 결정 이후에도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도 대기업이나 단체들이 입법 로비를 위해 직원들 이름을 빌려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불법 후원금'을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 후원금까지 허용되면 기업으로선 '보험금'을 내는 셈 치고 임직원·배우자 명의로 쪼개서 후원금을 낼 가능성이 더 커진다.

헌재도 이를 우려해 정당 후원금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1회 10만원 이하, 연간 120만원 이하 후원금은 익명으로 기부할 수 있게 돼 있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선 정치 후원금에 대해 익명 기부를 일절 금지하고 후원금 한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자금 출처와 사용 내용도 공개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정당 후원금 폐지 이후 정당에 매년 늘려 지급해왔던 국고 보조금은 당연히 줄여야 한다. 정당 후원금 부활이 그러지 않아도 악취가 진동하는 정치권을 더 부패시키는 촉매제가 되어선 안 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