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문 등

[사설] 운동권과 지역이 결합한 낡은 政治 수명 다했다

최만섭 2015. 12. 30. 10:17

[사설] 운동권과 지역이 결합한 낡은 政治 수명 다했

입력 : 2015.12.30 03:23

야당에서 탈당 행렬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현역 의원만 10명이고, 원외 세력도 합류하고 있다. 이번 야권 분열의 핵(核)은 호남이다. 이탈한 의원 중 7명이 호남 지역구이고, 지역구는 호남이 아니지만 출신지가 전남인 의원도 2명이다. 안철수 의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호남 중심의 '헤쳐 모여'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그동안 야권을 지탱해 온 두 축인 친노 중심의 운동권 세력과 호남 지역 세력이 마침내 갈라서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은 29일 광주에서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이라는 과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호남 정치의 부활과 복원"을 주장했다. 천 의원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 첫 의원이다. 또 민주당과 동교동계를 구태로 몰아붙이며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 이른바 '원조 노무현맨'이라 불렸던 천 의원이 호남 표심을 얻으려고 스스로의 행적을 부정하며 친노(親盧)를 공격한 것이다.

야당이 작년 7·30 재보선에서 '보은(報恩) 공천' 논란까지 일으키며 영입했던 권은희 의원의 탈당도 마찬가지다.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었던 권 의원이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하자, 민주당은 그를 '광주의 딸'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그 의혹 제기는 법원에서 허구로 밝혀졌다. 그런 권 의원은 자신에게 배지를 달아준 당을 왜 떠나는지 이유 한마디 밝히지 않은 채 팩스 한 장으로 탈당했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행태지만, 호남 민심이 그만큼 친노·운동권 중심의 더불어민주당에서 떠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야당은 경제·안보 사안까지 이념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운동권 습성에 갇혀 있었다. 각 분야 전문가 등 새 인물을 발굴하기보다는 운동권·시민단체에서 투사(鬪士)들을 수혈받기 바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도태(陶汰)를 면키 어려웠겠지만 지역표의 뒷받침으로 제1야당의 지위를 지켜왔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 민심이 친노 운동권 그룹에서 떠나고 있다. 그 결과가 무엇일지는 야권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야권이 친노 운동권과 지역의 결합으로 쉽게 120~130석을 얻던 시절이 끝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운동권'도 이미 30년 전에 끝난 낡은 얘기이고 반대편의 '호남 정치 부활' 주장도 구태(舊態)다. 원인과 진행 과정은 복잡하지만 크게 보면 정치에서도 낡은 방식의 수명이 다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여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국민들은 이제 낡은 이념 대결과 비타협적 행태, 지역 정서에 기대는 정치에 넌덜머리를 내고 있다. 새로운 가치와 비전, 새로운 인물을 찾아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도 언제든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