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사설]지소미아 조기 정상화하되 日 수출규제도 함께 풀어야

최만섭 2022. 6. 15. 05:28

[사설]지소미아 조기 정상화하되 日 수출규제도 함께 풀어야

입력 2022-06-15 00:00업데이트 2022-06-15 03:26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미국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이 그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해 “한일 관계 개선과 함께 가능한 한 빨리 정상화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간, 또 미국과 함께 정책을 조율하고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도 어제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환영했다.

한일 지소미아는 양국 간 군사 기밀을 공유하는 협정으로 2016년 체결됐다. 당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거듭하던 북한의 도발을 감시하려면 미국뿐 아니라 한일이 서로의 정보자산도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지금 지소미아는 효력을 언제든 종료할 수 있다는 전제하의 불안정한 조건부 연장 상태다. 발단은 2019년 7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일방적인 수출규제였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을 개별허가제로 바꿨고 한국을 수출관리 우대조치 대상국에서 제외했다. 한 해 전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공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을 내린 데 대한 보복이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당시 신뢰 훼손을 거론하면서 “(한국이) 징용공 문제에 대해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세계 주요 언론이 정치적 사안으로 무역제재를 가한다고 비판하자 안보상 이유라고 말을 바꿨다. 수출규제는 결국 일본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갔다. 일본 소재 기업들은 제3국을 우회해 수출하거나 아예 한국에 공장을 증설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소재 국산화에 박차를 가했다. 일본 정부가 결국 실제 운용을 완화했지만 일본 언론은 ‘일본 통상정책의 흑역사’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동아시아 ‘현상 변경’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신냉전을 틈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도 다시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일 간 협력 필요성이 커졌지만 앙금은 여전하다. 당장 올여름 강제징용에 관여한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절차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양국 정부가 갈등을 피할 해법을 도출하려면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의 지소미아 정상화와 병행해 일본 정부도 자유무역질서에 반하는 수출규제를 완전하게 철회하는 성의를 보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