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PCR 검사 3분의 1로 줄어도... 하루 확진 5만명 육박했다

최만섭 2022. 2. 9. 04:56

PCR 검사 3분의 1로 줄어도... 하루 확진 5만명 육박했다

주현우 인턴기자(서강대 물리학과 4학년)

 

입력 2022.02.08 23:10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8일 오후 11시 현재 4만7000명을 넘겨 자정까지 집계하면 5만명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달 26일 1만명대로 올라선 지 2주 만에 5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확진자 규모는 지난 2일 2만명대에서 5일 3만명대로 뛰었고, 이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당초 이달 중순 확진자 3만명대를 예상했던 정부는 예측이 빗나가자 지난 7일 “이달 말엔 신규 확진자가 13만~17만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수정했다. 그런데 이처럼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 확산하고 있는데도 코로나 검사 건수는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8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가 문을 연 가운데 의료진들이 음압격리병동 운영 준비하고 있다.2022.2.8 /오종찬기자

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3일 72만건까지 치솟았던 PCR(유전자증폭) 검사는 71만건(4일), 57만건(5일), 35만건(6일)으로 줄더니 나흘 만인 7일엔 27만건으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코로나 감염 여부는 PCR 검사를 통해 양성이 나와야만 확진 판정이 난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확산을 막으려면 신속한 PCR 검사를 통해 확진자를 가려내는 게 급선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런데 전국 선별진료소와 병원 현장 등에서 이뤄지는 PCR 검사 건수는 되레 급감했다. 현재 방역 당국의 역량상 PCR 검사는 하루 최대 80만건까지 가능하고, 지금까지 하루 평균 50만건씩 계속 수행해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선 27만건까지 뚝 떨어졌다. 질병관리청은 “아직은 일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보인다”며 “하루 이틀로 설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고 원인을 파악하겠다”고 했다.

PCR 검사 급감은 양성률 증가, 정부의 준비 부족 등이 겹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홍기호 연세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그동안은 선별진료소에서 채취한 검체를 검사전문기관으로 보내 ‘풀링(Pooling)’으로 하는 검사 비중이 가장 높았다”고 했다. 그런데 “양성률이 높아지면서 60세 이상 고위험군만 PCR 검사를 받을 수 있게 제한하자 검체 채취도 안 되고 풀링 방식 효율도 떨어져 검사 건수가 전체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풀링 검사는 의심 환자 5~10명의 검체를 한꺼번에 검사해 음성이 나오면 전원 음성으로 보고, 양성이 나오면 개별적으로 진단 검사를 하는 방식이다. 1명씩 검사를 수행하는 것보다 효율이 높다. 하지만 지금같이 대규모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1명의 확진자를 찾기 위해 여러 번 검사해야 하는 등 효율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은 지난해부터 “장비와 시설, 전문 인력을 확충해 PCR 검사 역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신속항원검사는 민감도가 41.5%로 높지 않아 거짓 음성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와 정반대로 PCR 검사를 오히려 줄여버렸다. 일부에선 “정부가 풀링 검사를 중단하라는 권고를 내렸다”고 했지만, 질병청은 “아직까지 권고를 내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시설·전문인력·장비 등이 필요해 단기간 내 PCR 검사 역량 확충은 어렵다”고 했다.

 

확진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PCR 검사를 의도적으로 줄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 당국이 PCR 검사를 60세 이상 고위험군으로 한정해 버리면서 무증상 감염자들을 놓칠 가능성이 커졌다”며 “반면 전체 확진자 수는 확 줄어들게 해 정부가 코로나를 잘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 교수는 “현재 60세 이상 확진자는 전체 확진자의 10%에 불과하다”며 “PCR 검사 대상자를 60대 이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면 지금 전체 확진자는 20만명 넘게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PCR 검사 축소로 인해 그만큼 숨은 감염자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홍기호 교수는 “자가검사키트에서 한 번 음성 나온 걸로 안심하는 ‘오류 확진자’들이 돌아다녀도 모르기 때문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게 된다”며 “태풍이 왔는데 규모를 잘못 가늠해 대응을 제대로 못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위중증과 사망을 줄이기 위해선 PCR 검사 확대와 함께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의 처방 대상과 기준도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정기 고려대 약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 지침상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고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에 치료제를 투여하도록 돼 있다”면서 “그러나 증상 발현 후 5일이 지나도 처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발현 6일째 또는 7일째인 환자가 복용하면 약효가 70%에서 50% 정도로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치료제 복용을 금지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연령별 대상 확대는 물론이고 치료제를 전면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투약 여부를 현장 의료진이 진료를 통해 효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팍스로비드 처방이 저조하다는 질의에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만 나와도 먹는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정 청장은 “아직은 위(가짜)양성률 문제가 있어서 PCR 검사로 확인해야 하고 약품도 부작용이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면서 “5일 이내에 투약하려면 검사와 처방, 약품 배송이 신속히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관건은 충분한 물량 확보에 있다. 정부가 화이자와 계약한 팍스로비드의 총물량은 76만2000명분이다. 이 가운데 실제 국내에 들어온 물량은 지난달 13일 초도 물량 2만1000명분과 지난 1일 추가로 들어온 1만1000명분 등 총 3만2000명분이다. 이 가운데 실제 처방된 양은 지난달 14일 첫 투약 이후 지난 6일까지 총 1851명에 불과하다.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히 번진 이후 확진자가 4만명에 육박하면서 현재 확보한 치료제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정부는 추가 물량 반입 일정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