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김철중의 아웃룩] 코로나 2년… 중소병원 폐업 늘고 응급환자 생존율 낮아졌다

최만섭 2022. 2. 7. 05:48

 

[김철중의 아웃룩] 코로나 2년… 중소병원 폐업 늘고 응급환자 생존율 낮아졌다

300병상 이하 폐업 2년 전 93개서 작년 204개로 2배 이상 늘어
심장마비 생존율 8.7%→7.5%, 목격자 심폐소생률 57%→29%
외과 의사·간호사 크게 부족… “응급수술 받을 곳이 없다”

입력 2022.02.07 03:00
 
 
 
 
 

최근 서울 강남구 아파트서 30대 남성이 저녁 7시경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약물 과다 복용이 의심되어 신속한 응급 조치가 필요했다. 출동한 119 구급대가 인근 응급센터를 수소문 했으나, 모두 중증 환자를 처치할 여력이 없다는 응답이 왔다. 결국 환자는 밤 10시가 돼서야 경기도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처치가 지연되면서 환자는 뇌손상을 입었다.

지난 01월 6일 오전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서울소방 119 구급대원들이 확진자를 이송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병원 찾아 헤매는 응급환자

급성 심근경색증이나 부정맥으로 심장 박동이 멈추면 최소 10분 이내에 전문적인 심폐소생술 및 산소 공급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신경학적 후유증 없이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심장마비 환자가 20분 이내에 응급센터에 오는 경우를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응급 처치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대장암을 앓던 최모(78) 환자는 항암 치료 후유증으로 장출혈 증세를 보였으나, 코로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 입원이 늦어졌다. 그사이 병세가 악화됐고, 열흘 후 세상을 떠났다. 암 치료 받는 환자들은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응급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잦은데, 상당수가 ‘코로나 음성’을 기다리다 병세를 키운다. 병원 측은 뒤늦게 코로나 확진자로 나올 경우 의료진이 대거 격리되고, 전파 감염이 생길 수 있기에 코로나 검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발열과 복통이 있으면 장출혈이나 맹장염이 의심되어 응급 진료가 필요하나, 음압 수술실이 없다는 이유로 갈곳을 헤멘다. 요양병원의 치매나 파킨슨병 환자에게 갑자기 의식 변화가 오거나 폐렴 증세가 나타나도 응급센터 이송이 힘들다.

이런 배경 탓에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인한 심장마비 환자 생존율은 코로나 이전(2019년) 8.7%에서 이후(2020년) 7.5%로 줄었다. 목격자들의 심폐소생술 시행률도 57%에서 29%, 절반으로 감소했다.

최성혁(고대구로병원)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응급환자 이송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초응급환자를 코로나 감염여부와 관계없이 즉시 처치할 수 있는 전담병원을 늘려야 한다”며 “응급센터 내에 음압 시설과 1인 병상이 많이 확보되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간 응급 수술 병원이 없다

지난해 말 전남 광양에 사는 서모(65)씨는 저녁 무렵 극심한 복통을 느꼈다. 인근 동네 병원으로 가니 맹장이 터져서 복막염으로 번진 상황이라면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일대서 응급 수술할 병원을 수소문했으나, 야간에 수술할 외과 의사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55㎞를 차로 달려서 경상남도로 넘어가 진주제일병원에서 밤에 응급 수술을 받아 살았다. 이 병원 옥광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남해나 사천, 심지어 전남 북쪽에서도 응급 수술 받을 병원이 없다며 진주까지 온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여력 부족으로 야간과 휴일에 응급 수술 받기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는 최근 10여 년간 수술실을 지키는 외과 의사가 대폭 줄어든 탓도 있다. 2009년 한 해 배출되는 신규 외과 전문의는 212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43명으로 줄었다. 그나마 외과 전문의가 되더라도 수술을 하지 않고 미용 의료에 나서는 이들도 많다. 지난해 일반 의원으로 간판을 내건 외과 전문의는 1009명으로 집계됐다. 외과학회 조사에 따르면, 외과 전문의 3분의 1은 요양병원에서 일하고, 5분의 1은 미용 시술이나 점을 빼는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지방 병원들은 외과 전문의와 간호사를 구할 수 없어서, 수술실을 운영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주로 지방에서 크고 작은 수술을 맡아오던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은 2020년 폐업이 93개였다가 코로나 확산이후 2021년에는 204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우용(삼성서울병원)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은 “필수의료 외과에 비정상적으로 낮게 책정된 의료수가를 정상화하고, 고위험 수술에 대한 분쟁 책임을 줄여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외과의사가 외과의사답게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면 외과는 살아난다”고 말했다.

 

[지방 병원들 고군분투]

진주제일·여수전남·안산 한사랑… 어려운 환경에도 수술 능력 갖춰

수술하는 외과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외과 수술 병원 명맥을 분투하며 지켜가는 지방 병원들이 있다. 경남 진주제일병원은 병상 수 270여 개로 중소 병원이지만, 외과 의사가 15명 포진하고 있다. 간췌장 외과부터 대장항문, 유방, 화상 등 웬만한 대학병원 진용과 규모를 갖추고 있다. 첨단 복강경 수술도 이뤄진다. 이들이 인구 34만 진주시와 경남 서부 지역 일대 환자의 각종 암 수술은 물론 복막염·담낭염·맹장염 등 매일 한 건씩 발생하는 야간 휴일 응급 수술을 해결하고 있다.

외과 의사 형제가 운영하는 여수전남병원과 여천전남병원도 39년째 지방 외과 병원 명맥을 이어간다. 정웅길 초대 병원장은 전남대병원 외과 교수 생활을 접고 뛰어든 이래 80세가 되어도 수술실을 지키고 있다. 그는 개원 당시부터 원장실을 따로 두지 않고 진료실서 일과를 보냈다. 여천전남병원의 한 해 입원 환자는 10만명에 이르고, 여수 지역 외상 환자의 40%가 가장 먼저 여수전남병원으로 이송된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한사랑병원은 외과 전문 병원이다. 13명의 외과 의사가 24시간 상주하며 지역 필수 의료를 이끌고 있다. 병원 법인 이름이 영문 외과 의사 ‘Surgeon’에서 따온 서전의료재단이다. 대구 구병원은 대장·항문 분야에서 전국구 병원으로 소문난 곳이다. 일본·싱가포르 등 세계 곳곳서 기술을 배우러 온다.

진주제일병원 정의철(외과 전문의) 원장은 “의료 인프라 취약 지역에 대한 의료수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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