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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시간 ‘오겜’ 2배… ‘K좀비’ 세계 1위 질주

최만섭 2022. 2. 3. 04:58

시청시간 ‘오겜’ 2배… ‘K좀비’ 세계 1위 질주

넷플릭스 1위 ‘지금 우리 학교는’
첫 주 세계 시청 1억2479만 시간
공개 직후부터 4일째 글로벌 1위
K콘텐츠 흥행, 변수에서 상수로
“팬데믹 투영한 좀비물” 호평 속 “뻔하고 반복적 이야기” 비판도

입력 2022.02.03 03:00
 
 
 

 

K좀비’가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 28일 공개한 올해 첫 국내 제작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이 넷플릭스 공식 주간 순위 ‘넷플릭스 톱10′에서 전 세계 시청 시간 1억2479만 시간으로 영어·비영어 시리즈를 통틀어 1위에 올랐다. 드라마 등의 흥행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 기준 순위에서도 29일 첫 집계부터 글로벌 1위로 출발, 1일까지 나흘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열광적 반응은 수치로 증명된다.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은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어가는 모양새다.

 

◇첫 주 시청시간 ‘오겜’ 2배, ‘지옥’ 4배

넷플릭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의 경우 지난해 9월 17일 공개된 뒤 첫 주 전 세계 시청 시간이 6319만 시간으로 비(非)영어 시리즈 중 1위였다. 주 단위 집계여서 17~19일 사흘치만 반영된 시청 시간인데도, 경쟁 시리즈들의 9월 3주 차(13~19일) 누적 시청 시간을 가뿐히 제친 것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 역시 1월 4주 차(24~30일) 집계에서 28~30일 사흘치만 반영됐는데도 총 시청 시간이 1억2479만 시간에 달했다. 산술적으로 첫 주 시청 시간은 오징어게임의 약 2배다. 11월 19일 공개돼 첫 주 누적 시청 시간이 4348만 시간으로 영어·비영어 시리즈를 통틀어 1위였던 ‘지옥’과 비교하면 약 4배에 달한다.

넷플릭스의 올해 첫 국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 ‘지금 우리 학교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고등학교에 고립된 학생들은 살아남고자 애쓰는 동안 인간성의 한계를 넘나드는 극한 선택에 맞닥뜨린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은 ‘플릭스패트롤’ 순위도 처음부터 1위로 질주를 시작했다. 첫 집계부터 1위로 출발한 것은 ‘지옥’에 이어 한국 드라마 중 두 번째. 플릭스패트롤은 넷플릭스 초기 화면에 공개되는 90여 국가의 1~10위 순위를 가져와 ‘1위=10점’부터 ‘10위=1점’까지 점수를 부여한 뒤 합산하는 방식으로 순위를 가린다. 53일간 정상을 지켰던 ‘오징어 게임’의 경우에도 첫 시작은 5위였고, 1위에 오르는 데 5일이 걸렸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K콘텐츠를 대하는 글로벌 시청자의 태도가 ‘한국이 그런 것도 만들어?’에서 ‘한국이 만들었다니 봐야지’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한국적 소재, 글로벌 반향 일으켜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한 고등학교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학교에 고립된 학생들이 극한 상황에 내몰리는 이야기. 학교 폭력과 극단적 선택, n번방 사건 등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이 극 속에 녹아들어 자주 소환된다. 유혈 낭자한 자극적 장면에도 의미를 입혀 서사적 당위성을 부여하려는 영리한 선택이다. 외신에선 서로 경계하고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코로나 사태와 연관 짓는 해석이 많다.

지역색이 강한데도 각국 상황에 비추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도 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장점으로 꼽힌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 드라마의 이야기로부터 학교 내 총기 난사사건 등 각자의 나라에서 겪었던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외신이 많았다. 학교와 학생이 등장하는 한국적 소재도 보편적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라고 했다. ‘부산행’의 KTX 열차, ‘킹덤’의 조선시대 궁궐처럼 특수한 공간을 영리하게 활용해온 한국 좀비물의 특징도 잘 드러난다. 학생들이 “이건 부산행이다”라고 소리치는 등 K좀비물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외신의 평가는 엇갈린다. “팬데믹 시대를 좀비물에 투영한 대단한 드라마”(가디언)라고 평했지만, “첫 화는 눈 깜빡할 새에 지나가지만, 그 이후의 에피소드들은 반복적 패턴을 보인다”(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지적도 있다. 국내에선 고교생의 나체 동영상 촬영 등 지나친 선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징어 게임’의 경우 2주 차에 4억4873만 시간이라는 압도적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흥행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역시 2주 차인 이번 주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