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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톨릭 정서를 가진 것 같지만 사실 에른스트는 독일의 엄격한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다. 그의 부모는 자녀들이 신앙심 깊은 재능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헌신했다. 에른스트는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운동의 선구자가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은 그의 삶과 예술의 전환점이었다. 4년간의 독일군 참전 경험은 전쟁을 초래한 서구 문명과 전통, 사상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게 했다. 이 그림은 그가 파리에 체류하던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발표되자마자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켰다. 초현실주의 동료들만이 뛰어난 유머로 받아들였다. 그림 속 성모는 좌절한 표정으로 어린 아들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때리고 있다. 아마도 아들이 위험한 행동을 했거나 심하게 말썽을 피운 모양이다. 창문에는 이를 지켜보는 세 명의 목격자가 있다. 시인 앙드레 브르통과 폴 엘뤼아르 그리고 화가 자신이다. 모두 초현실주의 운동 주창자들이다. 이들은 성모의 체벌이 정당해 보이는지 별로 놀라워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엄격한 자녀 훈육으로 유명하다. 최근까지도 자녀 체벌에 관대한 편이었다. 부모의 자녀 체벌을 금하는 일명 ‘엉덩이 때리기’ 금지법이 통과된 것도 2019년이다. 에른스트에게 프랑스식 훈육은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만약 성모가 프랑스 엄마였다면, 신의 아들이라도 잘못했을 땐 벌을 받았을 거라 상상하지 않았을까. 물론 아기를 때리는 엄마 마음은 입고 있는 드레스의 붉은색 같은 피눈물이 났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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