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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달고 보드랍고 고소한 병어찜… 화이트와인과 환상 궁합이지요

최만섭 2021. 11. 27. 09:15

[아무튼, 주말] 달고 보드랍고 고소한 병어찜… 화이트와인과 환상 궁합이지요

와인 전문가의 단골
김성중 코지와인 대표

입력 2021.11.27 03:00
 
 
 
 
 
서울 낙원동 '호반'의 병어찜.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얼마 전부터 소장 문화재 복원에 한지(韓紙)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 화지(和紙)가 장악한 세계 박물관 복원 분야에서 이례적 사건. 이러한 루브르의 결정에는 와인 전문가인 김성중(39) 코지와인 대표와 루브르 소속 문화재 복원가인 동생 김민중(34)씨의 노력이 있었다. 형제는 사단법인 ‘미래에서 온 종이’를 설립해 한지의 멋과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김성중씨는 “동생이 군복무하는 동안 한지 장인들과 루브르를 연결해줄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임명돼 2019년까지 3년여간 와인 일을 거의 멈추고 한지에만 집중했다”고 했다. “생업에 지장요? 물론 있었죠. 하지만 너무 귀한 일이라 허투루 할 수가 없더라고요.”

본업인 와인 수입·유통에 복귀해 프랑스와 한국을 활발히 오가며 활동 중인 그에게 “한국에 돌아오면 제일 먼저 찾는 식당 4곳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호반

“전통 한식 맛집인데 특히 겨울철 강굴과 병어찜이 생각날 때 들러요. 와인을 한 병까지는 반입할 수 있어 더 좋고요. 물론 다른 맛난 주류도 많이 갖추고 있지요.”

서울 낙원상가 뒤편에 있는 노포. 하얀 되비지찌개와 대창순대를 보면 1961년부터 이북 음식점으로 영업해온 내력이 드러난다. 머리 희끗한 오랜 단골들과 술 마신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젊은 손님들이 섞인, 국내에선 낯선 풍경이 매일 저녁 연출된다.

커다란 병어에 감자, 애호박, 두부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매콤하게 양념한 병어찜이 대표 메뉴. 버터피시(butterfish)라는 영어 이름처럼 하얀 살이 버터처럼 부드럽고 고소하게 입안에서 녹는다. 10월쯤부터 나오는 서산 강굴은 서해안 개펄 바위 틈에서 호미로 일일이 캔다. 씨알이 잘지만 그 안에 엄청나게 농축된 굴 맛이 꽉 차 있다. 낙지볶음, 시래깃국 등 맛없는 메뉴를 찾기 힘들다.

병어찜 4만원(중), 서산강굴 3만5000원, 콩비지·우거지탕 7000원.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26길 20, (02)745-6618

페리지

“최근 자주 가는 파스타집이에요. 생면(生麵)으로 내는 파스타가 돈 아깝지 않아요. 상호 페리지(perigee)는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워지는 ‘근지점’이란 뜻으로, 한곳에 모여 음식과 와인으로 가까워지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올해 생면 파스타 유행을 이끌고 있는 레스토랑 중 하나다. 미국 CIA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일한 30대 초반 부부 셰프가 운영한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흔히 사용하는 시판 건면(乾麵)과 달리, 생면은 주방에서 직접 반죽하고 뽑는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 집에서는 봉골레에 이탈리아 토스카나 전통 면 ‘피치’를 쓴다. 우동처럼 굵은 면발이라 씹는 맛이 강하다. 식감이 수제비처럼 쫄깃한 ‘안다리노스 디 우시니’ 파스타는 손으로 하나씩 꼬아 만든다.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다.

 

봉골레 2만2000원, 라자냐 1만9000원.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68길 6-5 1층, (02)100-1100

이치에

뭘 먹든 술 한 잔이 생각나는 곳이에요. 제철 해산물의 선도(鮮度)가 특별히 좋았어요. 메뉴를 가리지 않고 다 맛있었고, 와인을 가져가면 가장 맛있는 온도로 맞춰주는 등 서비스도 훌륭하고요.”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이지만 특급호텔 일식당과 견줘도 손색없는 솜씨의 일본 음식을 낸다. 이곳 김건 셰프는 2000년대 초 이자카야를 국내 유행시킨 주역이다. 한 프랑스 요리사는 “코스 요리 셰프는 드라마 PD, 접시 하나에 승부를 거는 단품 요리 셰프는 영화감독에 비교하는데, 김건은 두 가지 장르에 능통한 실력파”라고 평가했다. 주방에 냉동고가 없다. 그날그날 산지와 시장에서 들여온 생선을 준비해 내고, 다 소진한다.

모둠생선회 5만9000원, 바다장어튀김 3만원, 멘치카츠 2만5000원. 서울 강남구 선릉로155길 23-3 2층, (070)4273-4087

서초양식바

“천재인가 싶은 젊은 요리사가 자신을 갈아 넣은 듯한 음식을 선보여요. 프랑스 음식을 자신만의 느낌으로 해석·조리하는데, 프랑스 본토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보다 더 맛있어요. 와인도 자신의 음식에 맞춤하게 선별해 소개하고요.”

원테이블 레스토랑 ‘서초양식당’이 바(bar)로 변신했다. 10명 앉을 수 있는 바와 테이블 4개가 있다. 와인 등 여러 주류와 두루 어울리는 음식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낸다. 다양한 술을 갖췄지만 자신의 술을 가져와 마시고 싶다면 2인 1병씩 가능하며 코키지를 병당 5만원 받는다.

라타투이 1만2000원, 장어 2만원, 돼지머리 1만8000원, 닭가슴살 2만8000원. 서울 서초구 서운로 226 1층, (0507)1483-7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