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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세계 1위, ‘지옥’이 ‘오겜’ 제쳤다... K드라마 또 넷플릭스 신기록

최만섭 2021. 11. 22. 04:02

 

하루만에 세계 1위, ‘지옥’이 ‘오겜’ 제쳤다... K드라마 또 넷플릭스 신기록

입력 2021.11.21 22:47
 
 
 
 
 
공개 첫날 전 세계 넷플릭스 드라마 1위에 오른 연상호 감독의 ‘지옥’은 죽음을 선고받은 이들이 예고된 시간에 지옥의 사자로부터 목숨을 빼앗기는 초자연적 현상(왼쪽 사진)을 다룬 종교 판타지다. 사진은 드라마 지옥 홍보 포스터./넷플릭스

“너희는 더욱 정의로워야 한다.”<지옥 中>

종교와 신념, 죄와 정의를 묻는 묵직한 한국 드라마에 전 세계 시청자들이 열광적 지지를 보냈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6부작)이 공개 첫날 전 세계 드라마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오징어 게임’이 6일 만에 이뤄낸 세계 1위의 기록을, ‘지옥’은 단 24시간 만에 달성한 것이다. 일정 기간 등락이 있었지만 최근까지 1위를 지켰던 ‘오징어 게임’은 2위로 밀려났다. 9위는 KBS 로맨스 사극 ‘연모’다. 넷플릭스 드라마 전 세계 순위 1·2·9위 모두 한국 드라마가 차지했다.

K드라마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지옥’은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송곳’을 그린 만화가 최규석과 스토리와 그림을 나눠 공동 창작했던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올해 한국은 많은 디스토피아 드라마를 선보였지만 ‘지옥’은 그 모든 것을 능가한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호평을 받던 기대작이었다. 공개 전부터 BFI 런던 영화제 등의 초청을 받았다.

만 하루 만에 전 세계 1위에 오른 ‘지옥’의 성공은, 이제 한국이 전 세계 시청자들이 믿고 보는 드라마 강국의 반열에 올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한 장르만의 일시적 성공이 아니다. ‘지옥’은 종교와 인간의 신념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괴수 판타지라는 형식에 녹여 넣은 일종의 ‘종교 판타지’. 같은 날 9위를 지킨 드라마 ‘연모’는 한복을 입은 배우들이 달콤하게 연애하는 사극 로맨스다. 다양하고 탄탄한 장르의 포트폴리오를 가진, 말 그대로 K드라마 전성시대다.

플릭스 패트롤은 전 세계 90국 넷플릭스 순위에서 1위일 경우 10점, 2위일 경우 9점 식으로 점수를 매기는 사이트다. 전 세계에서 고른 인기를 얻어야 1위에 오를 수 있다. 20일 현재 ‘지옥’은 한국을 포함해 벨기에·멕시코·사우디아라비아 등 24개 국가에서 1위, 인도·프랑스 등에서 2위, 미국·캐나다 등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겨우 24시간 만에 ‘지옥’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이제 K드라마에 대한 전 세계 드라마 시청자들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징어 게임’의 나라가 지옥의 사자 같은 괴수를 등장시켜 신과 인간의 구원 문제를 묻는다는 설정 자체만으로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스위트홈’ ‘오징어 게임’ 등 한국식 디스토피아 장르물을 좋아했던 세계 팬들은 괴물의 등장만으로도 환호했다. 토론토 국제영화제, BFI 런던 영화제,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선공개돼 좋은 평가를 받은 것도 작용했다. 9위 KBS 드라마 ‘연모’는 전형적인 사극 로맨스다. 배우 박은빈과 보이 그룹 SF9의 멤버인 로운이 주연을 맡았다. 앞서 ‘스타트업’ ‘갯마을 차차차’ 등 한국식 로맨스물을 좋아하는 외국 관객들의 적극적 선택을 받았다.

 

◇원작 웹툰과 유아인의 힘

이번 드라마의 원작은 연상호 감독이 직접 스토리를 짠 동명 웹툰이다.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서 혼란을 틈타 세력을 확장하는 사이비 종교 교주 역할 유아인(오른쪽 사진)의 연기가 판타지에 개연성을 부여한다./넷플릭스

새진리회 초대 의장 정진수로 분한 유아인은 판타지 장르가 가지는 개연성 문제를 질문할 필요가 없을 만큼 신흥종교 교주 역할로 호연했다. 변호사 민혜진을 맡은 김현주는 그동안 이 배우에게서 보기 힘들었던 강도 높은 액션을 선보인다. 평범한 방송국 PD 배영재를 연기한 박정민과 형사로 등장한 양익준 역시 설득력 높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연 감독은 “웹툰 단계에서 상상한 배우들을 드래곤 볼 모으듯 다 모았다”고 했다.

 

◇종교 판타지, 새로운 장르의 발명

드라마 ‘지옥’의 핵심 설정은 죄를 지은 자에게 계시가 내려오고, 이들이 예고된 시간에 지옥의 사자로부터 목숨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그 자체로 강력한 설정. 이 사회적 혼란을 틈타 신흥종교 단체인 새진리회가 세력을 확대하고 이에 맞서 인간의 자유의지를 지켜내려는 세력이 등장한다.

새진리회가 표면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정의’다. 하지만 그들에게 유리한 정의만 정의다. 내 편이 저지른 범죄는 무시하고, 네 편이 행한 행동에만 집단 린치를 가한다. 거짓 신념, 집단 광기, 무지의 공포가 6부작 드라마 내내 중요한 기둥이 된다. 이 드라마를 ‘종교 판타지’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한국 장르물에는 낯선 개념이지만, 괴수물을 떠올리게 만드는 지옥의 사자와 디스토피아적 서사가 합쳐 등장한 이색 장르다.

드라마는 잘못된 신념을 가진 인간이 신으로 위장할 때 사회가 얼마나 무력한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연상호 감독은 “소수에게 가하는 집단 린치에 대한 공포가 키워드”라며 “지옥의 사자들이 집단으로 느껴지게 하기 위해 셋이라는 숫자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사용되는 메시아, 지옥, 천사 등의 개념이 분식 없이 등장한다. 종교적인 요소 때문에 호불호와 논란도 있다. 영화 드라마 비평 사이트 IMDB 점수는 7.3점. 10점이 35.7%인데, 1점이 9.5%나 될 만큼 극과 극 평가다. 기독교적 세계관이 지배적인 영미권 국가에서 앞으로의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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