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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최만섭 2021. 4. 21. 05:29

[숨어있는 세계사] 매년 한 달 동안 낮에는 음식 안 먹고 기도 드려요

입력 : 2021.04.21 03:30

라마단

 지난 16일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이슬람의 성지 메카에서 이슬람교도들이 모여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이달 13일부터 라마단이 시작됐어요. /AFP 연합뉴스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속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 이슬람 문화권 국가에서는 지난 13일 '라마단'이 시작됐습니다. 라마단은 이슬람교의 전통적인 행사인데요. 전 세계에 있는 이슬람교도 수억명이 이 기간 이슬람교 사원에서 기도하고 절제된 생활을 해요. 사원으로 모이는 이슬람교도들 때문에 코로나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지요. 라마단은 어떤 행사일까요?

무함마드가 알라의 계시를 받은 달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이슬람력이라고 하는 자신들만의 달력을 사용합니다. 이슬람교를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는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메카'라는 도시에서 태어났는데요. 그래서 이슬람교도들은 메카를 이슬람의 성지라고 부릅니다. 무함마드는 622년 7월 16일 메카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해요. 이슬람교도들은 이날을 원년 1월 1일로 해서 날짜를 세는 거예요. 라마단은 이렇게 셌을 때 바로 아홉째 달이에요. 이달에 예언자 무함마드가 처음으로 알라신의 계시를 받았기 때문에 이슬람교도는 이달을 열두 달 중 가장 성스러운 달이라고 생각하지요. 이슬람력에서 1년은 354일 또는 355일로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보다 10일 정도 짧은데요. 그래서 라마단 기간은 우리 기준으로 봤을 때 해마다 10일씩 빨라져요.


이슬람교의 경전 코란에는 라마단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코란 제2장은 "라마단은 코란이 내려진 달이며 코란은 인류를 위한 길잡이이며 옳고 그름의 기준이다. 그대들 중 그 달을 보았다면 단식을 하도록 하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 달은 초승달을 뜻해요. 시기상 이 즈음에 초승달이 뜨는데요. 무함마드가 알라신의 계시를 받을 때 초승달이 떠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슬람 국가들은 초승달이 관측되면 라마단 시작을 발표해요.

해가 뜨고 나서부터 질 때까지 금식

코란에 따라 이슬람교는 라마단이 시작되는 날부터 한 달 동안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한 달 동안은 해가 뜨고 나서부터 해가 질 때까지 식사는 물론 물이나 음료수를 마셔서도 안 됩니다. 침을 삼키거나 흡연, 껌을 씹는 것 또한 금지된다고 해요. 라마단은 아랍어로 '더운 달'을 뜻하는데요. 음식을 먹지 않고 절제해 타는 듯한 갈증과 고통이 느껴진다는 것에서 유래했어요.


모두가 금식을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전쟁을 하는 군인, 장거리 여행객, 어린이, 노약자, 임신부, 병자 등에게는 금식 의무가 예외적으로 완화됩니다. 하지만 라마단이 끝난 후에라도 그해가 넘어가기 전에 라마단 기간에 금식하지 못한 날만큼 반드시 금식을 해야 합니다. 매우 엄격한 규율이지요.

음식을 먹지 않는 이유는 세속적 욕망을 절제하고 굶주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그래서 라마단에는 가난한 이웃에게 기부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합니다. 또 거짓말, 험담, 말싸움 등 예의 없는 행동도 피하고 오로지 인내하고 자제해야 하지요.

라마단으로 일체감 형성

그럼 이슬람교도들은 한 달 동안 온종일 굶어야 할까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건 아니에요. 이슬람교도는 하루 다섯 차례 예배를 드리는데요. 첫 번째 새벽 예배 전인 새벽 4시쯤 식사를 할 수 있고, 네 번째 예배가 끝나고 해가 지자마자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라마단 기간에는 해가 지고 나면 음식점이 평소보다 붐빈다고 합니다. 또한 낮 시간대에 음식을 먹지 않아 배고픈 상태에서 음식을 먹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된다는데요. 그래서 라마단의 음식 소비량이 다른 달의 2~3배에 이른다는 통계 결과도 있어요. 그래서 방역 전문가들은 라마단 기간에 사원에 모이는 것을 막아도 음식점 등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어요.


라마단 기간에 금식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슬람교도들은 평소보다 자주 모스크에 모여 코란을 읽고 기도합니다. 한 달 동안 코란의 한 구절씩을 밤 예배 후 매일 기도로 올리는데요. 해가 지고 나서 거의 한 시간 반 정도 진행되기 때문에 한 달 동안 코란 전 구절을 암송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라마단을 통해 이슬람교도들은 더욱 결속을 공고히 하며 일체감을 형성해 나가지요.

한 달 동안의 라마단이 끝나면 사흘 동안 '이드 알피트르'라 불리는 축제를 엽니다. 다른 이슬람교도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어요. 한 달 동안 금식한 것에 대한 알라신의 보상을 받는 기간이지요. 이 축제는 유일신 알라를 믿는 이슬람교도들이 여러 신을 믿던 쿠라이시족과 싸워 첫 번째 승리를 거둔 바드르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는 설도 있답니다.

 

[라마단에 테러가 일어나는 이유]

우리 경찰이 라마단 기간 경비 활동을 강화한다고 합니다. 전국의 이슬람 사원 등 이슬람교도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테러 가능성에 대비하는 건데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등 이슬람 테러단체들이 라마단에 테러 행위를 벌여왔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지지자들에게 "테러는 순교행위"라며 "라마단에 테러하면 더 큰 보상을 받는다"고 부추기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19일 알바니아 이슬람 사원에서는 괴한이 흉기 난동을 일으켜 5명이 다쳤어요. 현지 경찰은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2017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라마단 기간 IS가 자살 폭탄 테러를 일으켜 9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각국 대사관이 모여 있는 외교 공관 지역 내에서 벌어진 일이었지요. 그해 영국 런던에서도 라마단에 IS 지지자들이 무차별 칼부림을 일으켜 수십여 명이 다쳤습니다.

서민영·경기 함현고 역사 교사 기획·구성=최원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