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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 백신이란

최만섭 2021. 1. 4. 05:43

mRNA 백신이란

세포 내에서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 RNA(mRNA)를 기반으로 한 백신. 백신 주사기 속 mRNA엔 코로나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설계도가 담겨 있다. 이에 인체에 주입된 뒤에는 세포 속으로 들어가 코로나 단백질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인류 구원한 ‘백신 어벤저스’는 여성·흑인·이민자였다

[2021 신년특집 - 코로나 1년, 우린 더 강해진다] [2] 코로나 백신 개발의 주역들

김정환 기자

입력 2021.01.04 03:45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인류는 이겨가고 있다. 코로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마지막 무기’인 백신 개발이 속속 이뤄지고 있어서다.

현재 개발된 백신 가운데 화이자·바이오엔테크(95%)와 모더나(94.1%)의 예방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 두 백신은 기존 백신과 차원이 다른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이다. 이 백신은 하루아침에 개발된 게 아니다. 헝가리계 미국 이민자인 여성 과학자의 40년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번에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바이오엔테크 설립자인 터키계 독일 이민 2세대 박사 부부, 35세 젊은 미국 흑인 여성 연구원도 mRNA 백신 개발의 최선봉에 섰다. ‘이민자·여성·흑인 과학자’들이 코로나에 대한 인류의 반격을 주도한 것이다.

 

◇헝가리계 미국 여성의 뚝심 연구

카탈린 카리코(Karikó) 박사는 1970년대 헝가리의 한 대학 학부생 시절부터 mRNA에 흥미를 느끼고 mRNA를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데 사용할 방법을 연구했다. 1980년대 mRNA 연구가 활발하던 미국으로 이민을 가 미 템플대학교,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심각한 위기가 왔다. 실험동물에 mRNA를 주입하면 바로 죽었다. 면역 체계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연구 자금을 얻기도 어려웠다. 대학 측은 카리코 박사에게 “mRNA 연구를 계속한다면, 교수직 지위를 잃고 연봉도 삭감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1995년 무렵엔 카리코 박사에게 암 진단이 내려졌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이어갔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뒤 마침내 실험 쥐를 이용한 mRNA 실험에 성공했다.

코로나 어벤저스의 주요 업적

카리코 박사의 연구 결과는 수년 뒤 주목받았다. 그는 바이오엔테크에 자신의 연구 기술 사용 권한을 주고, 2013년엔 바이오엔테크로 자리를 옮겼다. 바이오엔테크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화이자 백신을 공동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카리코 박사가 있다. 카리코 박사는 해외 언론에 “(내 연구가) 많은 사람을 도우리라고 상상해본 적이 없다”며 “코로나 백신 개발이라는 성공 신화에 한몫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고 했다.

 

◇인류 반격을 주도한 터키 이민 2세대 부부, 35세 흑인 여성

우구르 사힌(Sahin)·외즐렘 튀레지(Türeci) 박사 부부는 2008년 항암 면역치료법 연구를 목표로 독일 바이오엔테크를 창업했다. 부부는 터키 이민 2세대다. 부모가 모두 1960년대 후반 독일로 넘어가 외국인 노동자로 일했다고 한다. 바이오엔테크는 이번 코로나 사태 때 mRNA 백신 개발에 뛰어들어 대성공을 거뒀다. 그 결과 사힌은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세계 500위 안에 드는 거부가 됐다. 외신에 따르면 그의 순자산은 51억달러(약 5조5500억원)로 추산된다.

 

튀레지 박사는 현지 언론에 “남편과 실험실 가운을 걸치고 결혼식(2002년)을 올렸다”며 “결혼식이 끝나고 혼인신고서를 등록하자마자 또 실험실로 달려갔다”고 했다. 바이오엔테크는 한때 “웹사이트도 없는 회사”라는 구박을 들을 정도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 작은 회사가 코로나 백신 ‘대박'을 터뜨린 것은 이 부부의 ‘중독’에 가까운 연구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키즈메키아 코벳(Corbett) 연구원은 35세 흑인 여성이다. 미국에선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특히 미국 흑인들은 과거 정부가 흑인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매독 인체 실험을 했던 전례 등이 있어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이 더 크다. 미국 과학계에서 활약하는 흑인 과학자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 때 코벳 연구원은 백신 연구자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모더나 백신은 코벳 박사가 공동 리더로 개발했다”며 “백신 개발 최전선에 있는 흑인 여성”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코로나 백신 물질 탐색 연구 등의 공로로 기초 과학 분야 연구자에게 주는 ‘황금거위상’도 받았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이 과학자들이 개발한 mRNA 백신은 바이러스 변이에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바이오엔테크 측은 “변이가 발생해도 6주 안에 다른 백신을 개발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했다. 확실히 인류는 과거보다 더 강해지고 있다.

 

 

 

 

김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