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쿼드 4국, 중국에 대한 어떤 환상도 없다”
美·日·인도·호주 첫 쿼드 정상회의
입력 2021.03.15 03:31 | 수정 2021.03.15 03:31
화상으로 만난 4국 정상 - 조 바이든(사진 맨 왼쪽)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함께 4국 연합체인 ‘쿼드(Quad)’의 첫 정상회의를 열고 있다. 화상 회의 방식으로 열린 이날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 (동맹국 간) 협력에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일본·인도·호주 4국 연합체인 쿼드(Quad) 첫 정상회의를 했다. 4국 정상은 화상으로 진행된 회의 직후 ‘쿼드의 정신'이란 제목의 공동성명을 내놨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코로나 백신의 공평한 배포, 신(新)기술 협력, 기후변화 대응까지 다양한 문제를 쿼드의 틀 안에서 다루겠다는 내용이었다. 핵심은 “민주적 가치에 입각해 강압에 제약받지 않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이고 건전한 지역을 추구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정상들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내 강압으로부터의 자유”를 포함해 핵심 역내 문제들을 다뤘다고 했다. 공동성명에서 표현된 ‘강압’의 주체가 중국이란 점을 확인한 것이다. 그는 “네 정상은 중국이 야기하는 도전들을 논의했다. 누구도 중국에 대해 어떠한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에는 또 “유엔 안보리 결의에 부합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공약을 재확인하며, 일본인 납치 문제의 즉각적 해결 필요성을 확인한다”는 대목도 들어갔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무관하게 쿼드 4국은 CVID를 원칙으로 채택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체적 협력을 위해 쿼드 4국은 ‘백신 전문가 실무 그룹' ‘신흥 기술 실무 그룹' ‘기후 실무 그룹'을 만들어 “전문가와 고위 당국자들이 정기적으로 계속해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공동성명에서 “국제 표준과 혁신 기술에 대한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다고 한 ‘신흥 기술 실무 그룹'이 주목된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 그룹이 5G와 인공지능 같은 핵심 기술 표준의 설정과 사이버 위협 대응 등을 맡게 된다고 했다. 또 “반도체가 됐든 희토류가 됐든 앞으로 (미국과 동맹국들이) 핵심적 자재 부족을 겪지 않도록 공급망 문제를 살펴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비록 쿼드 4국이 공동성명에서 “폭넓은 파트너와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실무 그룹에 들어간 4국을 중심으로 혁신 기술과 반도체·희토류 등의 공급망 형성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가 “특정 국가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면서 쿼드 참여를 꺼린 것이 미래 산업에서 밀려나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쿼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역내 안보 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설리번 보좌관은 “쿼드는 군사 동맹이 아니다. 이것은 새로운 나토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쿼드 4국 군은 이미 지난해 말라바르 연합훈련을 함께했다. 또 설리번 보좌관은 오는 18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릴 미·중 회담에서 홍콩, 신장(新疆), 대만 문제와 함께 중국의 “호주에 대한 강압,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카쿠 열도에 대한 괴롭힘, 인도 국경에서의 공격성”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군사 안보적 측면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공동의 지향점을 확인한 4국 정상은 올 연말 첫 대면 정상회의도 열기로 합의했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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