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북핵·中견제 엇박자… ‘자유진영 맞나’ 의심받는 한국

최만섭 2021. 2. 20. 07:25

북핵·中견제 엇박자… ‘자유진영 맞나’ 의심받는 한국

외톨이 된 한국 외교

김은중 기자

입력 2021.02.20 03:19 | 수정 2021.02.20 03:19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한국 외교가 세계 자유민주 진영의 큰 흐름에서 이탈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가치 동맹 연대를 본격적으로 띄우며 중국 패권주의 견제, 북한 비핵화 압박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이런 대열에서 소외되거나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북아 안보 전략의 핵심으로 한·미·일 3각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취임 후 열흘이 지나도록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통화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전임 장관들은 일본과 가장 먼저 통화했다. 이는 미 국무부가 “북의 도발보다 한·일이 긴밀한 조율하지 않는 게 더 걱정”이라는 이례적 우려를 표명할 정도로 악화된 양국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19일엔 차관급인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상대방과 처음으로 한·미·일 화상 협의회를 갖고 북핵 문제에 관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같은 날 미국·일본·호주·인도는 4국 안보 협의체 ‘쿼드’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정상회담 추진 방침까지 발표했다. 우리 정부가 쿼드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거리를 두는 동안 아시아·태평양 자유민주 국가들이 뭉쳐 국제 현안 공조를 약속한 것이다.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를 전 세계가 규탄하는 가운데 정의용 장관은 18일 국회에서 대한항공(KAL) 858기 추정 동체 수색을 위해 “미얀마의 새로운 당국(군부)과도 협의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얀마 사태 대처를 가치 동맹의 첫 시험대로 삼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34년 전 사건을 매개로 미얀마 쿠데타 세력과 협의를 얘기하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북핵 문제에서도 한국은 트럼프의 유산인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미국 등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장관은 이른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연일 두둔하고 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19일 미국의소리(VOA)에 “바이든 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할 것이라는 한국의 희망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도 “공화당 지지자들조차 지지하지 않는 트럼프의 환상(fantasy)을 이어가려 한다”고 했다.

 

인권, 표현의 자유 등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놓고 한국이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모습도 반복되고 있다. 정부·여당이 지난해 통과시킨 ‘대북 전단 금지법’에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체코 등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지난 15일에는 미국과 일본, 호주 등 57국이 동참해 중국·북한 등의 외국인 구금 행태를 규탄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했지만 한국은 불참했다. 우리 국민 6명이 북에 억류돼 있는데도 북한 눈치를 먼저 본 셈이다. 오는 22일 열리는 제46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유럽연합(EU)이 북한 인권 결의안 통과를 주도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한국은 이번에도 공동 제안국에서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일련의 ‘이탈’로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에서 ‘한국이 우리 편이 맞느냐’는 의심을 받기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북·중에서 기대했던 호응도 전무하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잇따른 대북 구애에도 북의 답이 없자 “모노 드라마를 쓰는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할 정도다. 중국은 지난 16일 외교장관 통화에서 “이데올로기에 따른 편 가르기를 하지 말라”며 미국의 반중(反中) 전선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과 함께 중국이 북한을 움직여주길 원하는 우리 정부 바람과는 차이가 있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중국과 잘 지내면 북한을 움직여줄 것이라는 건 섣부른 기대”라며 “한국의 유화적 태도에 중국이 긍정적으로 반응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김숙 전 유엔 대사도 “우리 정부가 미·중 사이의 ‘모호성’에서 벗어나 원칙과 국익에 따른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했다.

 

김은중 기자

 

정치부에서 외교부와 총리실, 감사원 등을 출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