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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 말대로 달을 따왔습니다

최만섭 2020. 12. 18. 05:47

마오쩌둥 말대로 달을 따왔습니다

중국 달 탐사선 창어 5호 귀환, 달 토양 2㎏ 일부는 마오 고향에
“구천에 날아올라 달을 따다” 시 남길 정도로 우주 꿈꾼 마오
사후 44년만에 ‘달의 선물’ 받게돼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입력 2020.12.18 03:00

 

 

 

 

 

마오쩌둥이 과거 연구용 로켓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중국 역대 지도자 가운데 마오쩌둥은 우주 개발 의지가 가장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17일 지구에 귀환한 창어 5호가 가져온 달 토양 표본 일부는 마오쩌둥의 고향인 후난(湖南)에 보관할 예정이다. /베이징완바오

중국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5호가 달 토양 표본 채취 임무를 마치고 17일 오전 1시 59분 중국 북부 네이멍구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고 중국 국가항천국이 발표했다. 지난달 24일 지구를 출발한 지 24일 만이다. 중국 당국은 창어 5호가 달에서 가져온 토양 표본 2㎏을 군용기로 베이징 중국과학원 국가천문대 연구실로 옮긴 뒤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창어 5호 성공은 중국 달 탐사 계획의 중간 완성이자 우주 분야에서 미국⋅러시아와의 기술 격차를 좁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중국은 달 궤도 진입(2007년), 달 표면 착륙(2013년)에 이어 이번 창어 5호를 통해 지금까지 미국과 러시아만 했던 달 시료 채취, 달 궤도상 도킹, 지구 복귀에 처음 성공했다. 중국의 우주 굴기(崛起·일어섬)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창어 5호가 가져온 달 토양 표본은 분석을 마치는 대로 베이징 국가박물관 등에 전시된다. 일부는 마오쩌둥의 고향인 후난(湖南)에 보내 보관할 전망이다. 중국 관찰자망에 따르면 창어 프로젝트 책임자인 우웨이런은 지난해 한 행사에서 마오쩌둥이 쓴 시 ‘수조가두 중상정강산’에 나오는 “구천에 날아올라 달을 따다(可上九天攬月·원래는 이백의 시에 나옴)”를 인용하며 “우리가 구천에 올라 달을 딴 것을 실현하는 만큼 (마오의 고향인) 후난에 달 표본을 보관하는 것은 마오 주석에 대한 위문”이라고 했다. 창어 5호를 44년 전 사망한 마오쩌둥과 연결한 것이다.

 

중국이 우주 개발을 ‘마오의 꿈’과 연결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중국 우주정거장 건설에 쓰일 중국 최대 로켓 창정5-B 발사에 성공하자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는 “1958년 마오쩌둥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우리는 20t짜리 우주선을 쏘아 올릴 것’이라고 말한 후 62년 만에 그 꿈을 실현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역대 지도자 가운데 마오쩌둥은 우주 개발에 대한 의지가 가장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미국⋅구소련이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미·소가 뛰어든 우주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싶었다. 문제는 인력이나 자원이 사실상 없었다는 점이다.

그 돌파구가 된 인물은 마오가 ‘제1의 귀빈(貴賓)’이라고 부른 첸쉐썬이다. 중국 로켓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는 중국이 공산화되기 전 미국에서 유학하고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에서 일했다. 하지만 미국 내 반공(反共) 분위기 속에 1955년 중국으로 돌아온다. 마오는 첸쉐썬을 자기 생일 자리에 초대하며 우대했다. 그는 독자적인 인공위성 발사를 요구한 마오에게 15년의 준비 기간과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마오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그는 1970년 첫 중국 인공위성을 발사하며 약속을 지켰다.

 

마오 시대보다 부유해진 중국은 세계에서 매년 30회 내외 로켓을 발사하며 세계 우주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창어 5호의 성공으로 우주 개발에 자신감이 붙는 모양새다. 중국 국가항천국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화성 (토양) 표본도 가져오고 목성 관측 임무에도 나설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우주 강국의 꿈을 강조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연구진에게 보낸 축전에서 “중국 우주 프로그램 전진에 큰 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우주 강국을 건설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새로운 공적을 세우길 바란다”고 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19년부터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중국을 전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