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개혁

[사설] 이제 "대표적 실패 사례" 지적까지 듣는 한국 경제

최만섭 2016. 1. 2. 10:59

[사설] 이제 "대표적 실패 사례" 지적까지 듣는 한국 경제

입력 : 2016.01.02 03:22

본지 신년호(1일자)에 실린 세계 석학들의 이메일 인터뷰에선 한국 경제에 대한 날 선 비판과 경고가 쏟아졌다.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는 "과거 영광을 생각할 때 현재 한국 경제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했고,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한국의 경제 위축은 중국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수출 주도 국가의 대표적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는 "한국 정부는 구조 개혁 없이는 더는 고(高)성장이 어렵다고 솔직하게 털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례적이다 싶을 만큼 비판 일변도의 목소리뿐이었다.

우리 경제는 이런 음울한 지적 속에서 새해를 맞는다. 저성장과 경기 침체, 일자리난과 부채 급증은 어느 하나 녹록한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새해엔 우리의 아킬레스건(腱)인 '5대 절벽'이 본격적으로 경제의 목줄을 조일 가능성이 크다. 재정 지출이 줄어들면서 나타날 '재정 절벽'과 소비 활성화 대책의 종료에 따른 '소비 절벽', 정년 연장으로 청년 취업난이 가중될 '고용 절벽', 쓸 만한 정책 카드가 바닥난 '정책 절벽', 그리고 올해로 생산 가능 인구가 정점을 찍는 '인구 절벽'이 그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눈앞에 닥친 이런 위기를 진짜 위기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 각료건 정치인이건 입만 열면 경제가 큰일이라고 하지만 진심으로 위기 의식을 갖고 팔을 걷어붙이기보다는 그저 말만 보태고 있다. 경제 위기를 남의 일로 보는 노조 등 기득권 집단의 횡포도 계속되고 있다. 4대 개혁이 표류하고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법이 국회에서 발목 잡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 우리 앞에 닥친 위기는 시간이 흐르면 넘어갈 수 있는 순환적 위기가 아니다. 전력을 다해 돌파하지 못하면 경제의 근간부터 좌초할 수 있는 구조적이고 근원적인 위기다.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면 결국 뼈를 깎는 구조 개혁으로 체질을 고치고 혁신의 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길뿐이다. 국가 비상사태라는 비장한 상황 인식 아래 정부와 정치권은 구조 개혁을 가로막는 규제와 제도적 장벽을 해소하고, 기업은 기업가 정신을 불태워 새로운 혁신 엔진을 창조해야 한다. 대표적 성공 사례이던 우리 경제가 대표적 실패 사례로 전락하고 있다는 경각심부터 가져야 한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