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미지 생성기, 왜 사람 얼굴을 이상하게 그릴까?
– 지브리풍 오류부터 뒷구르기 괴담까지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한 미래 기술이 아니라 일상 속 깊숙이 스며든 현실이며, 그 활용 범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챗봇이나 자동 번역기 같은 텍스트 기반의 AI를 넘어, 이미지 생성기와 영상 제작 도구까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스스로의 상상을 AI에게 명령하고 결과물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의 확산과 동시에, AI가 만들어낸 결과물 속에 담긴 오류와 오해는 단순한 실수를 넘어서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으며, 그 중 하나가 바로 사람의 얼굴이나 동작을 이상하게 표현하는 '기묘한 환각 현상'입니다.
이 글에서는 최근 화제가 된 AI 이미지 생성 오류 사례들을 살펴보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을지 진단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단지 ‘웃픈’ 해프닝으로 넘기기보다, 기술의 작동 원리와 그 한계를 이해함으로써 인간과 AI의 공존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통찰에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웃기지만 슬픈 결과물 – 지브리풍 변환 실패 사례들"
I. 지브리풍으로 변환했더니 할아버지가 됐어요 – 유저의 웃픈 후기
지브리 스타일로 인물 사진을 변환해주는 챗GPT-4o의 이미지 생성 기능은 출시와 동시에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많은 이들이 자신의 얼굴이나 가족 사진을 해당 애니메이션 화풍으로 바꾸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재미는 곧 당혹감으로 바뀌곤 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용자가 자신의 50대 사진을 업로드했을 때, 예상했던 온화한 중년의 모습 대신 주름이 가득하고 백발의 노인이 등장하는 결과물을 받아보았다는 사례가 다수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단지 미학적인 표현상의 차이를 넘어, AI가 입력된 이미지의 어떤 특징을 어떻게 과장하고 해석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심지어 다소 통통한 얼굴의 사용자에게는 복부가 불룩 튀어나온 비만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하여, 이른바 ‘특징 과잉 강조’라는 문제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재미있는 실수를 넘어서, AI가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유도하게 합니다.

"AI는 예술가인가 통계 기계인가 – 과장과 왜곡의 뇌 구조"
II. AI가 얼굴을 왜곡하는 진짜 이유는 ‘확률 기반 예측’
많은 전문가들이 이러한 AI의 이상한 결과물은 단지 미숙함이나 오류가 아니라, 그 작동 원리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산물이라고 말합니다. AI는 우리처럼 직관적으로 대상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AI는 수많은 이미지를 학습한 후, 주어진 입력을 기존 데이터와 비교하여 가장 그럴듯한 출력을 산출해내는, 이른바 확률적 모델입니다. 즉, 50대 남성의 사진을 입력하면 그 나이대에 흔히 등장하는 특징 – 예컨대 눈가의 주름, 피부의 칙칙함, 머리숱의 감소 등 – 을 평균적으로 고려하여 ‘그럴싸한’ 출력을 그려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AI는 ‘정확한 복제’가 아니라 ‘가능성 높은 예측’을 수행하므로, 약간의 특징이 과장되거나, 존재하지 않던 요소가 덧붙여지기도 합니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AI에게 기대하는 사실성과 AI가 제공하는 확률적 창작 사이의 간극을 만들어냅니다.
"정확한 프롬프트는 좋은 결과의 시작일 뿐"
III. 프롬프트만 잘 써도 오류를 줄일 수 있을까?
많은 사용자가 이미지 생성 오류를 경험하면서, 그 해결책으로 ‘프롬프트를 더 정교하게 작성하라’는 조언을 접합니다. 분명 프롬프트의 정확성은 AI의 결과물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오류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배경만 지워주세요’라고 명령했음에도 불구하고 AI는 피부 톤을 밝게 보정하고 주름을 줄이는 등의 처리를 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AI가 과거의 데이터와 사용자들의 반응을 바탕으로 가장 흔한 작업 방식을 추론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많은 사용자들이 사진 보정을 요청했기 때문에, AI는 이번에도 얼굴 보정을 선호할 것이라 가정한 것입니다. 이런 경로 의존성은 인간의 편견과 습관을 닮은 동시에,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AI와의 소통은 단순한 명령 이상의 전략이 필요하며,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AI의 ‘습성’까지 고려한 접근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기계는 편견 없이 생각하지 않는다 – 인간적 상식의 오류"
IV. “은퇴했다”니까 “돌아가셨군요”라고 답한 AI – 김진형 교수의 설명
카이스트 김진형 명예교수는 AI가 인간처럼 유연하게 사고하지 못하는 이유를 ‘확장된 개념화’에서 찾았습니다.
즉, AI는 단어의 의미를 맥락 없이 통계적으로 연관 지어 해석하기 때문에, '은퇴했다'는 말을 들으면 그 맥락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다음 단계인 ‘사망’을 추론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AI가 세계를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통계적으로만 접근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미지 생성기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용합니다. 주름이 있으면 노인으로 판단하고, 노인이면 더 많은 주름을 그려 넣는 식으로 ‘기계적 오버피팅’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그러나 그 나름의 논리로 일관된 ‘AI적 상식’을 낳고 있으며, 때로는 이 상식이 전혀 비상식처럼 보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범용형 AI가 전지전능하다는 환상은 그만"
V. AI 오류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특화형 엔진’
AI가 사람처럼 모든 작업을 다 잘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아직 무리입니다. 고려대 최병호 교수는 AI의 한계를 줄이기 위한 가장 실용적인 방법으로 ‘범용 AI’가 아닌 ‘업무 특화형 AI’의 사용을 강조합니다.
예컨대 의료 영상 해석, 법률 자문, 영상 편집 등 분야별로 맞춤 학습을 거친 특화 엔진을 활용하면 훨씬 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범용 AI는 인터넷에서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기 때문에, 때때로 오래된 정보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구식 사고를 반복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 결과, 사망한 인물을 생존자라 착각하거나, 현직 대통령을 잘못 지정하는 등의 환각 현상이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AI의 전능함을 맹신하는 대신, 그 한계를 이해하고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 사용자 모두의 분별력 있는 대응이 요구됩니다.
이 글을 마치면서
우리는 AI가 만들어내는 ‘그럴듯한 거짓말’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지식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지혜를 잃어가는 인간의 불안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AI가 만들어내는 오류는 단순한 기술의 미숙함이 아니라, ‘정보의 과잉’과 ‘해석의 부재’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오류 자체가 아니라, 그 오류를 진실로 착각하고 확신해버리는 인간의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지식과 데이터의 구조를 완벽히 모방할 수 있는 AI 시대에는, 오히려 ‘지혜’라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지혜는 단순한 정보의 누적이 아니라, 체험과 성찰, 실천의 반복을 통해 형성되는 내면적 품성입니다. 지금 우리는 AI의 도움으로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지만, 그것이 곧 더 잘 사는 길이 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인간이 해야 할 일은, AI에게 무엇을 지시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수행의 지혜’를 갖추는 일이며, 그러한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야말로 AI 시대에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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