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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국도 핵융합 강국? 미·중과 함께 달리는 'KSTAR의 도전'

by 최만섭 2025.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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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핵융합 강국? 미·중과 함께 달리는 'KSTAR의 도전'

 

핵융합 발전은 그 자체로 차세대 에너지 기술에 대한 인간의 도전이자, 과학과 산업의 총체적 집약체이며, 향후 인류 문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도 있는 분야다.

특히 기후 위기와 에너지 안보가 동시에 부각되는 21세기 중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핵융합은 단순한 ‘꿈의 에너지’라는 이상적 수사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산업적 파급력과 기술적 자존심, 나아가 국민적 관심과 정책적 의지가 응집되어야 하는 구체적인 미래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핵융합 상용화 경쟁 속에서, 한국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 과학기술적 역량을 바탕으로 독자적 도전의 깃발을 올리고 있음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태양을 지상에 재현하려는 인류의 도전"

I. '땅 위의 태양'이라 불리는 핵융합 발전이란?

핵융합 발전은 자연계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으로 알려진 태양 내부 반응을 지구상에 인공적으로 구현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중수소와 삼중수소 같은 가벼운 수소 동위원소가 고온·고압 상태에서 융합하면서 방출되는 막대한 에너지를 포집해 전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융합의 기본 원리이며, 이는 기존의 원자력 발전이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이다. 이때 핵융합의 가장 큰 장점은 방사성 폐기물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며, 연료 또한 바닷물에서 거의 무한히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론적으로는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 환경 친화성을 모두 충족하는 이상적인 발전 방식이라는 점에서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기술패권 국가들의 총성 없는 핵융합 경쟁"

II. 미국 vs 중국, 핵융합 상용화 레이스 본격화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과 중국은 핵융합 상용화를 놓고 국가적 자존심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안후이성 허페이에 BEST라는 새로운 핵융합 실험로를 2027년 완공 목표로 건설 중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CRAFT 프로젝트는 정부 주도로 기술 집약과 실험적 진보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MIT의 스핀오프 기업인 커먼웰스퓨전시스템이 상온에서 운용 가능한 SPARC 핵융합로를 건설하고 있으며, 에너지 투입 대비 최소 2배 이상의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런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는 2022년과 2023년에 잇달아 핵융합 점화에 성공함으로써 기술 상용화 가능성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경쟁은 단지 과학의 영역을 넘어서, 전략 기술 확보와 미래 산업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국제정치적 레이스의 양상으로도 비화되고 있다.


"한국 기술력의 결정체, KSTAR 프로젝트"

III. KSTAR, 한국이 만든 초전도 핵융합 장치

 

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은 단지 방관자가 아니라, 토카막이라는 핵심 기술을 실험적 수준 이상으로 구현해 낸 실질적인 기술 보유국으로 꼽힌다.

한국이 2007년 독자 기술로 완성한 KSTAR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초전도 핵융합 장치로, 이미 플라스마 상태를 1억 도 이상에서 30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실험실 성과가 아니라, 실제 상업적 핵융합 발전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기술 조건 중 하나를 입증한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KSTAR는 한국형 토카막으로서 국내 기업의 정밀 기계 가공, 초전도 자석 기술, 고열 플라스마 제어 능력 등이 총결집된 결과물로, 단순한 복제가 아닌 독창적 기술 축적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프랑스 ITER, 그 속에 들어간 한국 기술의 정밀도"

IV. ITER의 핵심 부품, 왜 한국이 만든 걸까?

한국의 기술력은 국내 연구소에만 머물지 않는다. 세계 7개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프랑스 ITER 프로젝트에서 핵심 부품의 상당수를 한국이 제작·조달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이 정밀 용접, 고열 내성 소재 가공, 대형 토카막 조립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한국은 ITER 사업을 통해 1조6000억 원 규모의 국제 조달 실적을 올렸으며, 이는 단순한 외화 획득이 아니라 핵심 기술에 대한 글로벌 신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한국은 이미 국제 핵융합 커뮤니티에서 핵심 플레이어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으며, 기술적 독립성과 공동 개발 모두에서 전략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언제쯤 핵융합 발전이 우리의 삶에 들어올까?"

V. 핵융합은 언제쯤 우리 집 전기를 공급할까?

그렇다면 과연 핵융합 발전은 언제쯤 상용화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기술적 안정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면 적어도 2040년대는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상용화라는 개념을 단지 ‘모든 가정에 공급되는 에너지’로 국한하지 않는다면, 이미 핵융합은 기초과학, 소재공학, 전력설계, 냉각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생 효과를 낳고 있으며, 이 자체가 산업 전체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실질적 기여를 시작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핵융합 발전이 갖는 상징성과 잠재력은 한국이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에 있어 기술 중심의 국가 전략, 즉 실용적 과학기술 중심 산업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귀중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 글을 마치면서

시오노 나나미의 장편 역사 에세이 ‘로마인 이야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저자의 시선이 오히려 기존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더 깊이 있는 통찰을 가능케 했다는 점이다.

그녀는 그리스가 문화적으로 더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로마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 이유를 ‘실용주의 정책’에서 찾았다. 이집트가 피라미드나 스핑크스를 세우는 동안 로마는 공공 도로와 목욕탕, 식수 시설 같은 국민 전체가 쓸 수 있는 인프라를 먼저 구축했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본받아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조선의 예송논쟁처럼 정치적 구호에 함몰되기보다는, 우리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핵융합 에너지 같은 분야에서 실사구시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산업기술과 과학에 기반한 ‘국가적 자긍심’을 가지고 전력투구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로마인들이 가졌던 공공의식의 현대적 재해석이며, 국민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진정한 공공정신이다. 기술이 미래라는 명제 아래, 핵융합 같은 미래 산업이 더는 소수 과학자의 실험이 아닌 국민적 구호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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