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명화에 감동받아 어지럽고 심장 뛴다? “고개 젖히고 봐 뇌혈류 줄어들기 때문”

최만섭 2022. 7. 14. 05:20

 

명화에 감동받아 어지럽고 심장 뛴다? “고개 젖히고 봐 뇌혈류 줄어들기 때문”

[명작 속 의학] [21] 시라니의 ‘베아트리체의 초상’

입력 2022.07.14 03:00
 
 
 
 
 
/로마 갤러리아 나치오날레 다르테 안티카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감동이 몰려오는 수준을 넘어, 심장이 빨리 뛰고, 의식이 혼란해지고, 어지럼증을 느낀다면, 스탕달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적과 흑’을 쓴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를 찾아 아름다운 미술품을 보다가 무릎 힘이 빠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일을 수차례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현상을 이탈리아 여행기에 자세히 묘사했는데, 1989년 한 이탈리아 정신의학자가 스탕달과 같은 증세를 경험한 여행객 사례 100여 건을 발표하면서 그런 증세가 널리 알려졌다. 이후 명화를 보다 어지럼증을 느끼면 스탕달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피렌체 미술관 근처 병원에는 한 달에 한 명꼴로 그림을 보다 실려간다고 한다.

스탕달이 환각에 빠질 정도로 감동을 느꼈다는 그림은 17세기 화가 엘리사베타 시라니가 그린 베아트리체의 초상이다. 여인의 눈매에는 슬픔이 묻어 있다. 입술은 침묵을 말하고 있다. 뒤를 돌아보는 모습에는 회한이 담겨 있다. 비극적 생애가 투영돼 있다. 베아트리체는 자신에게 성폭력을 가한 아버지를 죽인 죄로 스물세 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초상을 그린 화가도 아버지에게 학대받았기에 슬픈 여인의 모습은 아름답게 승화됐다. 한 그림에 두 여인의 비극이 교차하니, 어지러운 감상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신경외과 의사들은 스탕달 증후군은 고개를 지나치게 젖히고 그림을 본 결과라고 말한다. 대형 미술관에 높게 걸린 그림이나 조각상, 천장 벽화를 보려면 고개를 뒤로 젖혀 봐야 하는데, 그런 자세에서는 목뼈에서 후뇌로 들어가는 척추동맥이 뒤틀릴 수 있다. 감상에 빠지면 자신도 모르게 그 자세를 오래 하게 된다. 그 과정서 소뇌와 후두엽 뇌혈류가 감소한다. 이런 연유로 일시적 뇌졸중이 생겨서 쓰러진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목 젖힌 자세에 척추동맥이 쉽게 뒤틀리는 일이 생긴다.

미용실에서 목을 뒤로 젖혀 머리를 감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후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이 종종 있다. 마찬가지 원리로 발생하여, 미용실 뇌졸중이라고 부른다. 머리 감을 때는 푹신한 목 받침대를 둬야 한다. 명작을 대한 감동 현기증이 척추동맥 굴절 때문이라니, 심리학보다 해부학이 먼저다. 스탕달의 교훈, 그림 볼 때는 뒷목을 수시로 풀어줘야 감동이 오래간다.

 
 
움직이는 고령사회, 어울리는 한국사회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