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포항제철, 내일 냉연공장 중단 위기... 기아 수출차는 주차장 갇혔다

최만섭 2022. 6. 12. 22:52

 

포항제철, 내일 냉연공장 중단 위기... 기아 수출차는 주차장 갇혔다

화물연대 파업 피해 확산
시멘트 공장들 막히자
레미콘·건설도 셧다운 직전
부산·인천항 화물 반출입량
평소 10∼30%까지 떨어져

입력 2022.06.12 17:20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는 12일 오후 경기도 광명시 광명스피돔 주차장에 항구로 옮기지 못한 수백대의 기아자동차 수출용 차량들이 가득 세워져 있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엿새째인 이날 오후 정부와 화물연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4차 교섭에 들어갔다. 2022.06.12. /뉴시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엿새째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대표 철강회사인 포스코가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 직전에 몰렸고 시멘트, 완성차, 타이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품 출하가 차질을 빚고 있다.

12일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 외부에 출하하지 못한 제품이 쌓여 있다. 포스코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제품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6.12 /포스코 제공

12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13일부터 선재공장과 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지난 7일 화물연대 파업이 시작된 이후 매일 약 2만t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출하하지 못한 제품은 약 11만t이다. 제품을 쌓아둘 창고가 부족해 도로나 공장 주변에 쌓아두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계에 이르면서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선재공장과 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할 위기에 몰렸다.

포스코 측은 사태가 장기화하면 고로(용광로) 가동도 중단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당장 출하한 제품을 쌓아둘 곳이 없어 내일부터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옥외야적장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화물연대 파업으로 매일 9000t의 물량을 출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강제품 2차 가공회사를 비롯해 포항철강산업단지 안에 있는 시멘트 회사 등도 화물 수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전국 곳곳에서 파업 집회를 열거나 선전전을 벌였다. 강원에서는 영월 한일시멘트, 동해 쌍용씨앤이, 강릉 한라시멘트 정문 앞 등에서 파업 집회가 열렸다. 충북에서도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성신양회 단양공장, 한일현대시멘트 단양공장 앞에서 집회가 열렸다. 집회 과정에서 물리적인 마찰은 없었지만 비조합원들이 운행을 꺼리면서 벌크시멘트 트레일러(BCT) 차량이 드나드는 모습도 보기 힘들었다.

시멘트 업계는 육로 수송이 중단되면서 생산 시멘트를 임시 저장하는 사일로가 가득 차 공장 가동 중단이 우려되고 있다.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의 경우 하루 평균 육상 운송 출하량이 1만 1000t(톤) 정도였는데 파업 이후 이 물량이 계속 쌓이고 있다.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관계자는 “화물차 운송이 계속 안 되면 수일 내 사일로가 가득 차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충남 공주 한일시멘트도 파업 이후 물량 운송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서산 대산공단과 당진 철강회사 등은 임시 야적장에 물량을 쌓아놓았다가 급한 물량만 파업 집회나 차량 운행 감시가 끝나는 오후 9시 이후 물량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이처럼 시멘트 출하가 차질을 빚자 레미콘업체들도 시멘트 재고 부족으로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도는 내륙지역에서 시멘트 등 자재가 들어오지 못해 건설 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필수인 골조 공사 현장의 경우 당장 13일부터 공사 중단이 잇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완성차 등 출하나 주요 항구의 컨테이너 반·출입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아자동차 오토랜드 광명에서 5㎞ 떨어진 경륜장 주차장에 수출용 완성차 300여대가 임시 주차돼 있다. 항구로 운송되지 못한 차량을 둘 곳이 없어 인근 주차장을 빌려 보관 중이다. 오토랜드 광명·화성 공장과 계약한 카 캐리어(차량 운반차) 200대 중 98%가 화물연대에 속해 있어 완성차 수송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경우 8일 이후 비조합원 차량을 투입해 하루에 컨테이너 20개 정도만 출고하고 있다. 이는 평소 하루 컨테이너 70개 출고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관계자는 “파업 여파로 평상시 대비 30%정도만 출고가 이뤄지고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되면 타이어 생산량 자체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항은 전날인 1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5167개(6m 짜리 컨테이너 기준)로 지난달 같은 시간대의 4분의 1 수준(23.9%)으로 줄었다. 인천항도 하루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소의 10~20% 가량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부두 안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이면서 야적장 장치율이 부산항 78%대로, 인천항 82%대로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