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2021.10.15

김문기 유족 “성남개발公, 1827억 손배소 압박… 집에서도 극단선택 시도”

최만섭 2021. 12. 23. 04:21

김문기 유족 “성남개발公, 1827억 손배소 압박… 집에서도 극단선택 시도”

입력 2021.12.22 18:40
 
 
 
 
 

지난 21일 밤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개발사업1처장은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에서 참고인으로만 수차례 조사를 받았다. 실무자로 대장동 사업자 선정 평가에 들어가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에 높은 점수를 주는 역할을 했지만, 이는 유동규 당시 기획본부장 등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후 성남의뜰에 막대한 추가 이익이 갈 것으로 예상되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사업 협약서에 넣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지난 10월 7일 당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박상훈 기자

그런 김 처장이 죽음을 선택한 것에 유족들은 “고인을 향한 검경 조사와 성남도개공의 대응은 ‘몸통은 놔둔 꼬리 자르기’”라며 “누가 봐도 윗선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는 과정도 없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성남도개공이 대장동 사업을 주도했던 직원 중 유일하게 아직 재직 중인 김 처장을 상대로 최소 1827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려 하고 또 수사 대상자인 정민용 변호사에게 비공개 문서를 보여준 일로 중징계를 하려 하자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다고 유족들은 밝혔다.

김 처장의 친동생 김대성씨는 이날 오후 12시 30분쯤 성남 분당구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형은 억울하다”며 “이 정권, 이 나라, 이 현실이 다 원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한 사람(김 처장)을 검찰, 경기남부경찰청, 회사(공사) 감사실까지 조사하는데 누가 견디겠느냐”며 “형은 (성남도개공 사옥에서 숨진 채 발견된 당일) 오전에도 자택 화장실에서 한 차례 극단적인 시도를 했다”고 했다.

김 처장 동생은 또 “(형이) 나한테 ‘유한기, 그분은 왜 돌아가셨을까. 책임을 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유한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은 지난 10일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 등에게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둔 상태에서 고양시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처장 동생은 이어 “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 (형의) 정신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다”며 “검찰 수사에 더해 성남도개공이 형에게 중징계하고 형사 고발한다고 한 것이 결정적인 타격이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성남도개공은 지난달 12일 유동규 전 본부장과 관련 직원 등을 대상으로 “12월 말까지는 부당 이득 반환 청구 소송이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남도개공이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지만 김 처장은 최근 자신이 소송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처장 동생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며 “재판도 받지 않은 사람에게 회사에서 고소한다고 하는 것은 겁박”이라고 했다.

김 처장은 지난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자 성남도개공을 퇴사한 정민용 변호사가 ‘과거 대장동 사업 심사 자료를 보고 싶다’고 요청하자 비공개 자료인 민간 사업자 평가 배점표 등을 보여줬다. 김 처장과 정 변호사는 2015년 대장동 사업의 민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 1·2차 평가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었다. 성남시의회 야당 의원들은 “김 처장이 퇴사한 일반인인 정 변호사에게 중요한 기밀 정보를 유출해 준 것일 뿐 아니라 증거인멸까지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했다.

이후 성남도개공이 김 처장에 대해 자체 감사를 벌였고 그에게 중징계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유족들은 이에 대해서도 김 처장이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성남도개공은 “아직 징계가 이뤄진 것이 아니고 향후 열릴 인사위원회에 소명을 준비하라는 요구서를 전달했다”며 “형사 고발의 경우, 성남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감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발도 검토하라고 해서 검토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공교롭게도 검찰이 정 변호사를 배임 및 부정 처사 후 수뢰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한 날 김 처장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