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접속폭증 대응 안일했던 정부… ‘점심대란’ 겪고도 서버증설 안해

최만섭 2021. 12. 14. 04:41

 

 

접속폭증 대응 안일했던 정부… ‘점심대란’ 겪고도 서버증설 안해

[델타·오미크론 복합쇼크] 방역패스 우왕좌왕… 왜 혼란 반복되나

입력 2021.12.14 03:00
 
 
 
 
 
식당·카페 등에서 '방역패스'(백신패스) 미확인 시 이용자와 운영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되기 시작한 13일 점심시간께 백신접종·음성확인을 증명하는 QR코드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낮 11시 40분께부터 질병관리청 쿠브(C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속출했다. 이날 점심시간께 쿠브 앱에서 본인 인증을 시도하자 에러 메세지가 나타나고 있다. 2021.12.13/연합뉴스

코로나 확산세 폭증 와중에 벌어진 ‘방역패스 대란’은 정부 방역 행정이 여전히 ‘아마추어’ 수준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지난 7월 ‘백신 예약 시스템 대란’ 문제 해결에 기여했던 베스핀글로벌 이한주 대표는 “이번 일도 결국 근본적으로 과거 일에서 교훈을 제대로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에게는 준비하라더니...

정부는 지난 6일부터 방역패스 적용 대상을 식당·카페 등 16개 업종으로 확대하면서 ‘(국민들이) 준비 기간을 갖도록 한다’는 취지로 1주일 계도 기간을 운영했다. 하지만 계도 기간이 끝난 13일 곧바로 문제가 발생하면서 “정작 정부는 준비도 안 하고 뭐 했느냐”는 불만이 터지고 있다.

방역 패스 어떤 게 있나

경기 오산시 한 카페에선 이날 오전 11시 40분쯤부터 2시간 동안 20~30명이 가게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QR코드 먹통이 해결되지 않아 포장 주문만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장 이모(37)씨는 “정부가 이 정도도 제대로 못 해주냐”고 원망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이윤정(51)씨도 “(과태료 맞지 않으려고) 4시간 동안 방역 수칙 바뀌는 걸 꼼꼼히 공부했는데, 앱이 불통되면서 점심시간 식당이 마비됐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접종증명서나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확인서 등을 확인하지 않은 식당·카페 등은 150만원 과태료와 함께 10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방역패스 앱 이용자 예측 빗나가”

이날 대란은 점심시간대 질병청 접종 증명 시스템인 쿠브(COOV) 앱 이용이 급증하자 서버에 과부하가 생겨 발생했다. 질병청은 방역패스 의무화 이후 접속자가 몰릴 것에 대비해 서버를 증설하긴 했지만 이렇게 많이 몰릴 줄 미처 몰랐다가 사태를 자초한 셈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동시 접속 인원을 정해두고 클라우드(가상 서버)를 설계하고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며 “방역패스 이용 인원에 대한 정부 예측이 빗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원기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필요한 만큼 (클라우드 서버를) 늘리려면 비용이 필요한데 예산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식당서 QR인증하는 시민들 - 정부가 식당·카페 등에 들어갈 때 접종완료증명(QR코드)이나 PCR 음성확인서 등‘방역패스’가 없으면 과태료 등을 물리겠다고 한 13일 서울 관악구의 한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백신 접종 인증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국민 고충 해결 위해 노력했나

방역패스 의무화 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이를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은세훈(51)씨는 “방역패스를 설명하는 전담 직원을 둬야 할 정도로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만든 쿠브 앱은 접종 완료만 증명할 뿐 출입 등록은 안 되고, 안심콜은 출입 등록은 되고 접종 완료는 안 되고, 네이버나 카카오 등 앱은 어떻게 깔고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손님이 많다는 하소연이다. 18세 이하는 당분간 방역패스 적용을 받지 않는데 미접종자인 아이들을 데리고 식당에 온 보호자가 “방역패스가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냐”고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고 주인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인원이 갑자기 몰려들면 방역패스 인증을 안 해도 현실적으로 확인할 방도가 없다. 자리에 앉고 나서 “QR코드 하셨냐”고 물어보는 게 전부다. 이날 오전 11시 35분쯤 서울 광화문 한 일식당은 “QR코드가 안 된다”고 하자 “그냥 장부에 이름만 쓰고 들어가시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직원이 몇 명 없는 한 식당은 QR코드를 찍으면 ‘접종 완료 후 14일이 경과되었습니다’란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도록 하면서 패스 확인 과정을 대체하려 애쓰기도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성인 백신 접종 완료율이 90%가 넘고 최근 감염 중 상당수는 ‘돌파 감염’이란 점에서 방역패스는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면서 “병상 확보와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같은 대책이 더 필요한데 정부가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조유진 기자입니다.
 
사회정책부 김태주 기자입니다. 코로나와 보건·의료 이슈를 다룹니다.
 
조선일보 이영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