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천일야화

12월 이상고온… 토네이도 40개, 미국 중부 6州 덮쳤다

최만섭 2021. 12. 13. 04:36

12월 이상고온… 토네이도 40개, 미국 중부 6州 덮쳤다

사망자 100명 넘을 듯… 美 1년 평균 토네이도 희생자 수와 비슷

입력 2021.12.12 21:26
 
 
 
 
 
11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의 양초공장 건물이 토네이도의 강타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 당시 이 공장에는 약 110명이 근무 중이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날 밤 미 중부 지역에서는 20여 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해 켄터키를 포함해 아칸소·일리노이·미주리·테네시 등 6개 주를 휩쓸어 최소 84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중부 지역에 토네이도(tornado)가 동시다발로 발생,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미 켄터키주와 아칸소·일리노이·미주리·테네시·미시시피 등 6주에 최소 40여 개의 토네이도가 한꺼번에 나타나 최소한 84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자가 많아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설 우려가 크다고 뉴욕타임스·CNN 등은 전했다. 또 수십만 명이 정전과 단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루새 토네이도 40개가 휩쓴 미국… 중부지역 사망 최소 84명 - 11일(현지 시각)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시 시내 건물들이 전날 발생한 토네이도로 무너져 잔해만 남아있다. 켄터키주와 아칸소·일리노이·미주리·테네시·미시시피 등 미 중부 6주에서 10일 40여 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해, 최소 84명이 목숨을 잃고 실종자도 수십명에 달한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토네이도 사태 중 하나”라며 “기후변화가 기상 체계를 더 극심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EPA 연합뉴스

토네이도는 좁고 강력한 저기압 주위에 부는 깔때기 모양의 강력한 회오리바람이다. 평균 풍속이 초속 143m로, ‘자연이 만들어내는 가장 강력한 바람’으로 일컬어진다.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나지만 주로 미국 중부 대평원에서 많이 생긴다. 토네이도는 주로 날씨가 급속히 따뜻해지는 봄에 대기가 불안정해질 때 일어나는데, 이번처럼 추운 겨울에 이런 초대형 토네이도가 발생한 것은 드문 일이다. 미국에선 연평균 1000여 회의 토네이도가 나타나 100여 명의 사망자를 기록해왔는데, 단 하루에 1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통상 12월엔 따뜻한 공기가 없어 강력한 토네이도 발생이 드문데, 최근 중서부 지역 한랭전선과 따뜻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이런 토네이도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11일(현지 시각)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시의 여성·어린이 쉼터 ‘라이트하우스’가 전날 발생한 토네이도로 무너져 내린 현장에서 사람들이 포옹하며 슬픔을 나누고 있다. 미 중부 지역에 발생한 토네이도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 켄터키주다. 앤디 버시어 켄터키 주지사는 11일 “약 320㎞ 구간을 휩쓸고 지나간 토네이도로 켄터키에서 70명 이상이 숨진 것 같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토네이도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켄터키주다. 앤디 비시어 켄터키 주지사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약 320㎞ 구간을 휩쓸고 지나간 토네이도로 켄터키에서 70명 이상이 숨진 것 같다”며 “사망자가 10여 개 카운티(county·주보다 작고 시보다 큰 행정 단위)에 걸쳐 100명이 넘을 것 같다.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켄터키 메이필드시의 한 양초 공장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면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 110여 명 중 40여 명만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비번으로 집에 있었던 이 공장의 한 직원은 NBC 방송 인터뷰에서 “귀가 터져나갈 정도로 엄청난 굉음이 들리더니 천지가 흔들렸다. 태어나서 그렇게 공포에 떤 것은 처음”이라며 “공장 직원은 대부분 중남미에서 온 가난한 이민자들”이라고 했다.

 

 

초강력 토네이도가 불어닥친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에서 11일(현지시간) 주민 재닛 킴프(66)와 아들마이클(25)이 갈가리 찢긴 집 앞에 서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인구 1만여 명이 사는 이 소도시는 사람이 살던 마을이라고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집과 건물, 자동차들이 파괴됐다. 188년 된 ‘메이필드 퍼스트 유나이티드 감리교회’ 등 역사 유적도 거의 붕괴됐다. 캐시 오낸 메이필드 시장은 “아침에 걸어보니 도시 전체가 마치 성냥개비(더미)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 도시는 전기와 수도가 끊겼으며 11일 밤부터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메이필드시 인근에선 한 교도소가 토네이도에 파괴돼 재소자 83명을 대피시켜야 했다. 켄터키주 전역에선 밤새 구조대원들이 소집돼 어둠과 비바람 속에서 무너진 건물에 갇힌 생존자들을 수색했고, 주방위군 180여 명도 구조작업에 투입됐다.

켄터키주 북서쪽의 일리노이주 에드워즈빌에선 아마존 물류창고가 붕괴되면서 최소 6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날 밤 토네이도가 덮칠 당시 이 물류창고에 직원 50여 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켄터키주 남쪽에 있는 테네시주에서도 밤새 시속 130㎞가 넘는 폭풍이 몰아치며 최소 4명이 숨졌다. 미주리주에선 세인트루이스 서부를 덮친 토네이도에 84세 여성 1명이 자택에서 숨지고, 어린이 1명도 집에서 목숨을 잃었다. 아칸소주에선 요양시설에서 1명, 상점에서 1명 등 2명이 숨졌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에서 구급대원들이 초강력 토네이도로 부서진 양초공장 건물의 잔해를 헤치고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토네이도가 불어닥칠 당시 이 공장에는 약 110명의 노동자가 야근 중이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토네이도 피해 지역에 연방재난청을 통해 물자·장비·인력 등 연방 자원의 투입을 지시하고, 켄터키에 대해선 연방정부 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토네이도 사태 중 하나로 이것은 비극”이라며 “기후변화가 기상 체계를 더 극심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폭풍에 대한 구체적인 영향은 현시점에선 말할 게 없다”면서도 “하지만 기후가 따뜻해지면 모든 게 더욱 극심해진다는 것을 우린 모두 알고 있다. 분명히 이로 인한 일부 영향이 있다”고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1900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토네이도 중 가장 피해 규모가 큰 것은 1925년 3월 미주리·일리노이·인디애나를 강타한 토네이도로, 당시 총 695명이 사망했다.

 

뉴욕에서 미국과 한국의 여러가지 문제를 보고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