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만물상] 오미크론 ‘축복’설

최만섭 2021. 12. 3. 04:55

[만물상] 오미크론 ‘축복’설

입력 2021.12.03 03:18
 
 
 
 
 

오미크론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맨 처음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남아공은 인구 5900만명 중 에이즈 감염자가 820만명이다. 코로나는 보통 감염 후 1주일이면 항체와 면역 세포 작용으로 몸속 바이러스가 퇴치된다. 감염 진단을 받아도 증상이 없으면 10일 뒤 격리에서 해제된다. 생활치료센터에서 나갈 때 검사받을 필요도 없다. 중증으로 가는 것은 감염 초기에 폐 등 장기가 망가진 후유증이다. 반면 면역 체계가 손상된 에이즈 환자는 바이러스를 밀어내지 못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보름에 한 번 정도 변이가 일어난다고 한다. 에이즈 환자는 몸속에 바이러스를 오래 지니면서 폭발적 변이를 일으키는 ‘진화의 공장’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미크론이 공포스러운 것은 바이러스 껍질에 있는 ‘스파이크’에 30개나 되는 변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스파이크는 인체 세포에 달라붙어 파고드는 역할을 한다. 백신 접종이나 과거 감염으로 우리 몸속에 생긴 항체는 그 스파이크 단백질을 탐지해 무력화한다. 그런데 오미크론은 항체가 못 알아보도록 잔뜩 위장하고 나타난 것이다. 그 탓에 부스터샷 맞은 사람까지 감염 사례가 나왔다.

현재까진 감염자들 증세가 가볍다고 한다. 남아공 감염자 대부분은 피로감, 마른 기침 정도이지 중증은 별로 없다는 보도다. 한국 확진자도 상태가 안정적이다. 독일 전문가는 오미크론이 “팬데믹을 종식시켜줄 크리스마스 선물일 수 있다”고 했다.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를 밀어내면서 코로나를 일반 감기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기대다. JP모건은 “오미크론으로 생긴 주가 하락은 저가 매수 기회일 수 있다”는 보고서까지 냈다.

 

바이러스는 독성이 약해지면 전파력은 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 4종이 그런 진화 과정을 거쳐 풍토병이 됐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갖게 된다. 감기가 주기적으로 유행하지만 치명적 피해를 입히지는 않는다.

물론 속단은 금물이다. 남아공 오미크론은 백신을 맞지 못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주로 번지고 있다고 한다. 젊은 탓에 심각한 증세가 덜한 것일 수 있다. 코로나가 중증으로 발전하는 것은 감염 후 2주쯤 지난 때인데 아직 그 단계까지 오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작년 봄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코로나가 대확산 파도를 너덧 차례 거친 후 2022년이 되면서 가라앉을 것이라 예측했다. 그랬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