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델타 ‘9가지 변이’로 항체공격 피해… 백신 안맞으면 입원위험 2배

최만섭 2021. 8. 13. 05:19

델타 ‘9가지 변이’로 항체공격 피해… 백신 안맞으면 입원위험 2배

[코로나 팬데믹] 세계 휩쓰는 델타변이… 백신 접종만이 답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08.13 03:00

 

 

델타 변이 코로나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백신 접종자마저 돌파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공포가 가중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미국과 영국도 백신 접종 여부에 상관없이 다시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방역 대책을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에 대항할 무기는 역시 백신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백신을 맞으면 설사 나중에 델타 변이에 감염돼도 중증으로 발전하지 않으며, 추가 접종하는 부스터샷처럼 오히려 면역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델타 변이 감염자가 많은 50대 이하에 대한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양인성

돌연변이로 침투 잘하고 항체 회피

델타 변이는 그 이전의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전염력과 독성이 강하다. 인체 세포를 뚫고 들어가는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에 9가지 돌연변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지난 4월 국제 학술지 ‘셀’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끝부분의 모양이 바뀌면서 항체 공격을 무력화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인체에 집어넣는 능력도 발전했다. 인체의 면역반응을 회피하는 능력과 전염력이 강해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영국 공중보건국은 “델타 변이가 최초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2.5배 더 빨리 퍼진다”고 밝혔다. 스코틀랜드 조사에서는 델타 변이에 감염되면 스파이크 돌연변이가 8개인 알파 감염보다 중증으로 발전해 입원할 위험이 두 배 높았다.

델타 변이는 바이러스의 변화무쌍한 변신 능력이 가져왔다. 바이러스는 혼자서 증식하지 못하고 숙주 세포를 이용해야 한다. 영화 ‘기생충’의 가족이 남의 집에 숨어 사는 것과 같다. 미국 예일대 의대의 인치 일디림 교수는 9일 “모든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나면 진화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고 퍼지면서 바뀐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숙주 세포에 더 숨어들고 들키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표면의 스파이크뿐 아니라 변화가 거의 없던 내부 단백질에도 돌연변이가 생겨 이곳을 공략하는 백신이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돌파 감염, 면역력 높일 기회 가능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로 백신 효과는 조금씩 떨어졌다. 12일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린 영국 보건 당국의 논문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2회 접종 시 영국발 알파 변이는 93.7% 막아냈지만, 델타 변이는 88.0%로 효과가 떨어졌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알파 변이에는 74.5% 효과를 보였고 델타 변이는 67.0%로 떨어졌다.

특히 우려되는 건 최근 백신 접종자 중에서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걸리는 돌파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이전보다 인체에서 더 빨리 증식하기 때문이다. 중국 연구진은 지난달 네이처에 델타 변이 감염자는 몸 안에 바이러스 입자가 이전 감염자보다 1000배 이상 많았다고 밝혔다. 이는 백신 접종자도 마찬가지였다. 이전 변이 바이러스는 백신 접종자 몸에서는 그 수가 잘 늘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백신 접종자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정도로 증식할 수 있는 시간이 미접종자보다 훨씬 짧았다. 백신을 맞은 사람의 경우 처음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생소한 탓에 인체 면역 체계가 더디게 반응하지만, 일단 작동하면 바이러스 입자 수가 금방 줄어든다는 것이다. 돌파 감염이 일어나도 중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드문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지난 11일(현지 시각) “델타 변이는 전염력이 이전보다 2배 이상이지만 백신 접종자가 걸리는 돌파 감염은 대부분 증상이 약하며 이를 통해 장차 발생할 새로운 변이에 대한 방어력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면역력이 크게 약화된 경우가 아니라면 돌파 감염이 오히려 인체에 유리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백신 접종자의 면역력을 증강하기 위해 추가 접종, 즉 부스터샷을 고려하고 있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마이클 미나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부스터샷이나 델타 변이에 약하게 감염되는 것 모두 앞서 맞은 백신으로 획득한 면역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은 면역으로 이겨낼 대상을 늘린다”고 말했다.

 

◇50대 이하 백신 접종 속도 높여야

델타 변이는 당연히 백신 미접종자에게 가장 위험하다. 미국에서 백신 접종률이 낮은 주의 확진자가 최근 증가하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영국에서 백신 접종률이 낮은 50세 이하에서 델타 변이 감염자가 2.5배나 많은 것도 마찬가지다. 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 확산을 막고 역이용까지 하려면 미접종자에게 대한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는 것이 상책이다.

백신 주사를 맞으면 실제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백혈구의 일종인 B세포가 스파이크에 달라붙는 중화항체를 분비해 바이러스를 꼼짝 못 하게 한다. 이후 다른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를 먹어치운다. 역시 백신이 만들어내는 백혈구인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파괴해 화근을 없앤다. 백신 주사를 모두 맞은 사람에게 돌파 감염은 이미 백신이 각성시킨 면역세포에 코로나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코로나19#코로나백신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1997년 이후 줄곧 과학 분야만 취재하고, 국내 유일 과학기자 기명칼럼인 ‘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에서 자연과 역사, 문화를 과학으로 풀어내길 좋아하는 이야기꾼, 이영완 과학전문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