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감독과 男주연은 사돈 집안... 한인 가족들의 합작품이었다
미국 정착 한인 1·2세대 합작품… 한국계 제작자 부친은 단역 출연
입력 2021.04.26 00:09 | 수정 2021.04.26 00:09
영화 '미나리'의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와 리 아이삭 정(정이삭) 감독, 배우 스티븐 연의 가족들은 2020년 선댄스 영화제에 함께 참석해서 사진을 촬영했다. 조선일보 DB
영화 ‘미나리’는 사실상 미국에 정착한 한인 1~2세대의 합작품이다. 배우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영화사 ‘플랜 B’가 ‘미나리’의 제작사. 이 회사의 프로듀서인 한인 2세 크리스티나 오(한국명 오진실)가 ‘미나리’의 책임 제작을 맡았다. 아카데미 작품상은 영화의 프로듀서가 수상하기 때문에, ‘미나리’가 작품상 부문을 수상할 경우에는 크리스티나 오가 트로피를 받게 된다.
‘미나리’에 참여한 건 크리스티나 오만이 아니다. 그의 아버지 오태근(67)씨는 직접 단역으로 출연했다. 제이컵(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가 부부 싸움을 하는 영화 장면의 식료품점 주인 역이다. 오씨는 “딸에게 영화 출연 제안을 받고 그 자리에서 출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화 말미에 출연진을 소개하는 자막에도 오씨는 식료품점 주인으로 마지막에 등장한다. 크리스티나의 오빠인 오재혁씨는 ‘미나리’의 마크를 디자인했다.
주인공이자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스티븐 연(한국명 연상엽)과 정이삭 감독이 ‘사돈 집안’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정 감독의 아버지인 정한길씨의 조카딸이 스티븐 연의 아내이다. 제작자인 크리스티나 오와 스티븐 연은 봉준호 감독의 2017년 넷플릭스 영화 ‘옥자’에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한인 2세대인 크리스티나 오, 스티븐 연, 정 감독이 모두 의사나 전문직이 되라는 집안의 만류를 뿌리치고 영화계에 투신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크리스티나 오는 애리조나대에서 의학을 공부하다가 미디어로 전공을 바꿔서 영화 제작자로 나섰다. 예일대에서 생태학을 전공한 정 감독도 수술용 메스 대신에 카메라를 잡았다. 스티븐 연 역시 칼라마주대에서 심리학·신경과학을 전공했지만 극단 활동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오태근씨는 “힘들게 미국으로 건너간 한인 1세대들은 2세대인 아이들이 변호사·의사·회계사 같은 안정적 직업을 갖기를 원했지만, 거꾸로 이들은 미국에서 자신만의 꿈을 가꿔 나갔다”라며 “그런 아이들 덕분에 지금 우리가 하나가 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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