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2%대 접전될 것"…LH 직격타 與, 믿는 구석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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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박영선 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부터). 오종택 기자·뉴스1
“아직 3주가 남았다. 상황은 녹록지 않지만 결국 2%대 차이의 접전이 될 거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이렇게 전망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의 3기 신도기 투기 의혹이 여권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민주당은 서울에서도 야권 후보에 밀리고 있다. 심지어 당내엔 “LH 변수의 영향이 크지 않은 부산이 오히려 상황이 나은 것 아니냐”(민주당 당직자)라는 자조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 중진 의원의 말은 상당히 희망적인 톤인데, 이 상황에서 민주당이 기대하는 변수는 무엇일까.
“투표율 낮을수록 승산”
문재인 대통령 임기 1년을 앞두고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기본적으로 정권심판론이 거셀 수 밖에 없다. LH 투기 의혹에 대한 청와대와 여권의 처방이 국민 공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것엔 “도대체 임기 4년간 뭐했느냐”는 분노가 녹아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중도층까지 “정권을 심판하겠다”며 야권 후보를 찍을 경우 필패할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있다. 지지층 간의 맞대결 양상으로 가야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왼쪽)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12일 부산 KBS에서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갤럽 여론조사(3월 9~11일)에서 서울의 민주당 지지율은 34%, 국민의힘 지지율은 26%였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민주당 30%, 국민의힘 26%였다. 무당층(지지정당 없음·무응답)은 각각 27%(서울)와 33%(부·울·경)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비교적 우세한 정당 지지율을 고리로 ‘집토끼 사움’을 벌이자는 게 여권의 전략이다. 서울의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2011년 서울시장 보선 투표율(48.6%)보다 낮은 40%대 초반대가 되면 승산이 있다”며 “중도층·무당층이 투표장에 나서지 않은 채 조직 싸움이 벌어지면 우리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부산에서도 야권의 엘시티(LCT) 특혜분양 의혹 제기 등 네거티브 전략으로 중도 표심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투표율은 날씨와 판세 등에 따라 막판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권을 심판하려는 보수·중도 유권자 대부분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 여권 예상대로 투표율이 낮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난 LH 민심에 꺼낸 ‘부동산 적폐론’
여권은 LH 의혹을 현 정부만의 문제가 아닌 ‘부동산 적폐’로 규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며 “부동산 적폐를 청산한다면 우리나라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권은 “부동산 적폐 청산에 솔선수범하겠다”(김태년 민주당 대표 권한대행)라거나 “대통령님의 결연한 의지를 지지한다”(이재명 경기지사)고 반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일 LH 의혹이 불거진 뒤 여권은 특검·국정조사·국회의원 전수조사 등 백가쟁명식 대책을 내놨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인사는 “선거 목전에 LH 의혹이 터졌다면 걷잡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제도 개선 사안이 안착하면 3월 말엔 성난 민심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여권이 부동산 적폐청산을 주장하며 오랜 악습을 해결하는 정부라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문 성향 민주당 다선 의원은 “특검·국정조사 모두 보선 후 결과가 나오는 걸 유권자들이 모르겠느냐”라며 “땜질 처방이라고 볼 것”이라고 밝혔다.
믿을 건 野 단일화 실패뿐?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야권 단일화 여부는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 기대하는 막판 변수가 됐다. 안·오 단일화가 실패해 3자 구도가 되거나, 상처가 큰 단일화가 이뤄지면 틈새를 노릴 수 있단 전망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안·오 두 사람 다 깨끗하게 물러나기 어려운 정치적 상황”이라며 “단일화가 돼도 진흙탕 싸움이 되면 컨벤션 효과도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를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그러나 3자 구도에서도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야권 후보에 뒤처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며 민주당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문화일보 의뢰 리얼미터 여론조사(3월 13~14일)에서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은 오 후보(35.6%), 박 후보(33.3%), 안 후보(25.1%) 순이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입장에선 국민의힘 지지율을 다 안고 가는 오 후보로 단일화되는 게 좀 더 부담스럽다”며 “결국 표를 집계해봐야 결과를 아는 ‘계가 바둑’ 판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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