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워싱턴DC에서 대규모 트럼프 지지 시위, 무기소지 등 혐의로 10명 체포

최만섭 2020. 11. 15. 10:28

워싱턴DC에서 대규모 트럼프 지지 시위, 무기소지 등 혐의로 10명 체포

[현장 르포] ‘블랙라이브스매터’ 광장 주변에서 안티트럼프 시위대와 일부 충돌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입력 2020.11.15 09:1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백만 MAGA 유세'에 참가한 사람들이 14일(현지시각) 낮 워싱턴DC 시내의 '프리덤 플라자'에서 연방대법원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폭스뉴스와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이들을 "수만 명"으로 추정했고, CNN과 워싱턴포스트는 "수천 명"이라고 보도했다.

14일(현지시각) 워싱턴DC 시내 중심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지지를 뜻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란 문구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쓴 사람들의 물결이 형성됐다. ‘투·개표 부정이 있었다’, ‘선거를 사기당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워싱턴DC로 몰려든 사람들이었다.

 

이날 오전부터 백악관 동남쪽에 있는 광장인 ‘프리덤 플라자’에 모이기 시작한 이들은 ‘트럼프·펜스 2020’이라 적힌 깃발을 휘날리며 “(선거)도난을 중단하라(Stop the Steal)!” “4년 더(Four more years!)"를 연호했다. 서로를 격려하며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America)”, “유에스에이(USA)!” 같은 구호를 짧게 함께 외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쯤 차량을 타고 프리덤 플라자에 나타나 차 안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지지자들이 환호하자 차 안에서 두 엄지 손가락을 번쩍 들어보이는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골프장에서 하루를 보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프리덤 플라자에 가득 찬 인파를 촬영한 동영상을 올려놓고 “수백 만명이 (워싱턴)DC에서 지지를 보여줬다. 그들은 사기당하고 부패한 선거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이날 모인 인파에 대해 폭스뉴스와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수만 명”이라고 보도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는 “수천 명”으로 추산했다. 워싱턴DC 경찰이 프리덤 플라자에 1만3000명 정도가 모일 수 있다고 추정했던 것에 비춰보면, 트럼프 시위에 참여한 사람은 약 1만5000명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프리덤 플라자에서 미 의회를 지나 연방대법원까지 행진했다.

 

트럼퍼와 안티트럼퍼의 말다툼

그러나 93%의 주민이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투표한 워싱턴DC의 분위기는 ‘트럼퍼’(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시내 곳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집회가 조직됐고, 종일 곳곳에서 트럼프 지지자와 반트럼프 집회 참가자들 간에 충돌이 벌어졌다.

특히 백악관 북쪽 ‘블랙라이브스매터(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플라자’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바이든 지지자들이 언쟁을 벌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선거 사기를 중단하라”고 주장했지만, 바이든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졌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반박했다. 백악관 근처 펜스에는 “우리(바이든 지지자)가 11월 3일에 미국을 이미 위대하게 만들었다! 집에나 가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지방에서 상경한 트럼프 지지자들과 워싱턴DC 시민을 구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난 7월부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워싱턴DC에서는 평소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외출하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날 MAGA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반(反)트럼프 집회 참가자가 “워싱턴에서 꺼져라”고 비속어를 섞어 말하자, 트럼프 지지자가 “이곳은 우리나라기도 하다”면서 맞서는 장면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와 반대 집회 참가자가 14일 워싱턴DC에서 언젱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DC 경찰은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대 집회 참가자들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이날 오후 백악관 주변으로 통하는 모든 길을 통제했다. 백악관 근처에 양측이 집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차와 중장비 차량 등을 동원해 길목을 모두 막고, 백악관 주변에 몰려드는 참가자들을 바깥으로 밀어냈다.

 

그럼에도 14일 하루 동안 최소 10명이 체포됐다고 NBC워싱턴 방송은 보도했다. 경찰은 특히 무기 소지 금지 위반 혐의로 4명을 체포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총기가 보이도록 소지하고 다니는 것이 합법이지만, 워싱턴DC에서는 금지돼 있다. 워싱턴DC에서 발급된 무기 소지 허가를 갖고 있더라도 보이지 않게 숨겨서 소지해야 하며, 특히 집회 현장 약 300m 이내에서는 어떤 무기 소지도 금지된다. 2명은 단순 폭행 혐의, 1명은 경찰관 폭행 혐의로 체포됐고, 다른 2명은 무질서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한다. 체포된 것이 트럼프 지지자인지 반트럼프 집회 참가자인지는 불분명하다.

이날 집회에는 ‘오스키퍼스’ 같은 반정부 그룹, ‘프라우드 보이즈’와 ‘쓰리 퍼센터즈’ 같은 극우 그룹이 참가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프라우드 보이즈의 한 회원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했다가 에어비앤비 측이 “에어비앤비에 혐오(를 부추기는)단체에 속한 사람의 자리는 없다”며 예약을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워싱턴DC의 방역 규정에 의해 비필수적 목적으로 뉴욕, 하와이, 메릴랜드, 버지니아를 제외한 나머지 46개 주에서 워싱턴DC를 방문하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방문 전 72시간 내에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사실을 증명해야 호텔에 숙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얼마나 잘 지켜졌는지는 불분명하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편집국 주워싱턴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