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동서남북] 리더는 안 보이고 팔로어만 넘쳐나는 與黨

최만섭 2020. 11. 6. 05:30

[동서남북] 리더는 안 보이고 팔로어만 넘쳐나는 與黨

與 의원들 소신 감추고
대통령과 ‘문빠’ 눈치 보며
지도자 아닌 추종자로 전락
여권서도 ‘퍼스트 펭귄’ 나와야

황대진 기자

입력 2020.11.06 03:00

 

 

 

“'대깨문(문재인 대통령 극성 지지자)'을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다음 대통령 후보의 자질’을 물었더니 한 친문(親文) 의원이 이렇게 말했다. 친문이라고 다 똑같진 않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한다. “왜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을 그대로 두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서울·부산시장 공천도 “전 당원 투표 꼼수를 쓸 게 아니라 지도부가 책임지고 심판받겠다고 선언하는 게 나았다”고 한다. 물론 다가올 선거에서 표 떨어질까 봐 하는 걱정이다.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지도 못한다. 대부분의 민주당 사람들은 국민보다 ‘문빠’ 눈치를 보는 데 익숙하다. 지도부조차 그렇다. 그러니 문빠의 뜻을 묻는 전 당원 투표를 안 할 수가 없다.

 

남극의 펭귄 무리 중 사냥을 위해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드는 펭귄을 ‘퍼스트(first) 펭귄’이라고 한다. 바다에는 포식자인 바다표범이 득시글하다. 그러나 펭귄의 먹이 또한 바다에 있다. 살려면 죽음을 무릅써야 한다. 대부분 머뭇거린다. 그때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뛰어드는 게 퍼스트 펭귄이다. 이어 나머지가 우르르 뒤따른다. 펭귄은 그렇게 수천만 년 종(種)을 존속시켰다. 퍼스트 펭귄은 팔로어(follower) 펭귄보다 바다표범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높다. 지도자는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정치에서도 진정한 지도자는 개인의 손해를 감수하고 다수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 그 사람을 따라가야 공동체의 앞날이 밝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다. 팔로어가 아니라 리더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여권은 문 대통령, 아니면 그의 팔로어인 ‘대깨문’의 팔로어가 대부분이다. 그들이 팔로하는 문 대통령이나 대깨문은 영원할 수 없다. 문 대통령 임기와 함께 그들의 시대도 저문다. 이낙연이 되면 ‘대깨낙’, 이재명이 되면 ‘대깨명’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하지만 아직 누구도 대깨문을 깨려는 시도조차 못 한다.

 

 

일부 젊은 정치인이 안간힘을 쓰고는 있다. 금태섭 전 의원은 ‘문빠’와 싸우다 당을 나왔다. 금 전 의원은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마저 양념이니 에너지니 하면서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눈치를 보고 정치적 유불리만 계산하는 모습에 절망했다”고 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비슷한 부류다. 그는 “정치인은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면 지지층이 반대하더라도 결단하고 밀어붙일 수 있어야 한다” “욕먹는다고 피해가는 정치 지도자가 왜 필요하냐”고 한다.

 

정의당에 새로 취임한 김종철 대표는 익숙한 ‘친민주당’ 노선과 결별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재집권만 생각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재집권’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위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통합, 저소득층 증세 같은 문제를 논의하자고 한다.

 

대한민국 ‘1호 리더’인 문 대통령은 요즘 침묵 중이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 ‘방역 잘하고 있다’는 자화자찬성 이야기 말고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 ‘조국 사태’에서 시작해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사살 및 소각, 추미애·윤석열 갈등, 민주당의 ‘문재인 당헌’ 파기까지 현안엔 입을 닫고 있다. 리더의 침묵은 공동체 미래에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 그의 침묵이 하도 답답해서 젊은 정치인들이 지도자가 될 먼 훗날을 상상해본다. 이제 여권에서도 ‘퍼스트 펭귄’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진보 정치’가 진보한다. 팔로어만 그득한 국회는 국민에게 짐만 될 뿐이다. 국민은 리더를 뽑았지 팔로어를 뽑은 게 아니다.

 

황대진 기자 편집국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