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0.17 03:14
[김철중의 생로병사] 더부룩한 속을 우울증 약으로 치료한 사연
내시경·혈액검사 다 정상인데도 속 쓰리고 더부룩한 60세 여성
반대하는 결혼 고집하는 아들 탓… 대뇌와 소화기 신경축으로 연결
불안은 위장 근육 경련 일으켜… '뱃심' 두둑이, 둔감력 키워야
60세 여성이 대학병원 소화기내과를 찾았다. 작년부터 속이 자주 쓰리고, 식사 후에 더부룩한 증세가 있다고 했다. 기실 그녀는 이 문제로 '닥터 쇼핑'을 해왔다. 위 내시경 검사를 해도 정상이고, 혈액 검사에서도 이상이 없으니,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이 약 저 약 먹으며 지냈던 것이다. 그래도 차도는 없었다. 여기에 변비까지 심해졌다. 변을 봐도 개운하지 않아 점점 배변에 예민한 사람으로 변했다. 속쓰림과 변비가 겹치며 먹는 약물만 늘어났다.
환자의 증세를 듣던 소화기내과 교수가 물었다. 속상한 일이 있었나요? 머뭇거리던 그녀를 채근하자, 속내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부터 아들이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밀어붙이고 있단다. 이 문제는 서로 고집을 꺾지 않는 통에 여전히 모자(母子)간 다툼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이제 의사는 환자가 약을 먹어도 속이 쓰린 원인을 알았다.
대뇌와 소화기는 쌍방향 신경축으로 연결돼 있다. 뇌는 내장에서 보내는 신호에 반응하고, 그에 상응한 자극을 다시 내장의 신경에 보낸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런 상호 자극 교환은 감지되지 않는다. 그러다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생기면 대뇌-내장 신경축이 과잉 활성화된다. 위장에서 보내는 작은 아픔이 대뇌에서 증폭되어 큰 통증으로 느껴진다. 그러면 대뇌는 다시 소화기로 과장된 신경 자극을 보낸다.
1980년대부터 새로이 발견된 대뇌-내장 신경축이란 개념이다. 정신과 관련된 중추신경계 내의 신경호르몬 활동이 위장관 내의 감각, 연동과 상호 작용하여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대뇌의 불안은 위장 근육의 경련으로 이어져 속 쓰림 반복이 일어나고, 머릿속 우울은 대장 연동의 무기력으로 이어져 변비의 악순환이 일어나는 식이다. 모자의 사정이 어찌 됐건, 엄마의 속 쓰림은 아들에 대한 속상함에서 비롯된 셈이다.
이 환자는 소화기 약물 외에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다. '애트라빌'이라는 항우울제다. 오래전에 나온 약으로, 정신과 우울증 환자에게 썼다. 요즘에는 효과가 더 좋은 약물이 많이 나와 인기가 떨어졌는데, 최근 소화기 내과에서 알음알음 쓰임새가 커지고 있다. 과발작한 대뇌-내장 신경축을 조신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 약을 먹으니 환자의 속 쓰림과 변비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상복부의 더부룩함 또는 속 쓰림, 하부의 과민성 대장 증상이 같이 있는 것을 중복 증후군이라고 한다. 암이나 궤양이 없으면서 위·아래 소화기 증상이 겹치는 현상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중복 증후군 한국인 환자 대부분은 우울증·불안증이 저변에 깔렸다. 이들 상당수는 이혼·사별 등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었다. 배 안의 위·아래에 동시다발 발생한 문제는 대개 정신의 문제로 대뇌-내장 신경축이 과잉 작용한 결과다. 이런 현상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상대적 우울감과 박탈감이 대뇌-내장 신경축을 자극한 결과다. "배짱 좋다" "뱃심이 두둑하다"는 말도 이와 연관 있다. 배 안의 '뇌'가 안정돼 있으면 두려움 없이 제 생각을 버티는 힘이 나오는 법이다. 영어에도 "배짱 좋다"와 똑같은 뜻으로 "You have guts"라는 말이 있다. 'guts'는 내장 소화기를 말한다. 동서양이 오래전부터 대뇌-내장 신경축 현상을 경험적으로 느끼고 알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는 장 내 세균의 정상적 조성도 '뱃심'과 연관하여 해석한다.
각종 검사에서 드러나는 특별한 이상이 없을 때, 위장병·대장병은 '소화기 정신과' 질환이다. 지금 속이 더부룩한가? 속이 쓰린가? 그러면 애써 참았던 불만이 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억지로 우울을 누르고, 불안을 견디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그런 근본이 해결되지 않으면 속병은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신과 신체가 맞물린 몸의 작동 구조 탓이다.
인생을 배짱 좋게 살고 싶은가. 그러면 우선 신경망이 촘촘히 깔린 소화기에 좋은 생활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일상의 생체 리듬에 맞
게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다소 모자란 듯 감당할 수준의 양을 먹고, 일정한 시간에 잠들어 충분히 잠자고, 하루 중 배변 시간을 정례화하여 배 속 뇌 소화기가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아울러 우울과 불안에 따른 스트레스에 둔감해지는 힘을 키우는 것이 좋다. 지나친 갈등으로 서로 속을 뒤집어 놓을 일일랑은 자제하자. 감정은 배 안에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16/2017101602756.html
환자의 증세를 듣던 소화기내과 교수가 물었다. 속상한 일이 있었나요? 머뭇거리던 그녀를 채근하자, 속내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부터 아들이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밀어붙이고 있단다. 이 문제는 서로 고집을 꺾지 않는 통에 여전히 모자(母子)간 다툼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이제 의사는 환자가 약을 먹어도 속이 쓰린 원인을 알았다.
대뇌와 소화기는 쌍방향 신경축으로 연결돼 있다. 뇌는 내장에서 보내는 신호에 반응하고, 그에 상응한 자극을 다시 내장의 신경에 보낸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런 상호 자극 교환은 감지되지 않는다. 그러다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생기면 대뇌-내장 신경축이 과잉 활성화된다. 위장에서 보내는 작은 아픔이 대뇌에서 증폭되어 큰 통증으로 느껴진다. 그러면 대뇌는 다시 소화기로 과장된 신경 자극을 보낸다.
1980년대부터 새로이 발견된 대뇌-내장 신경축이란 개념이다. 정신과 관련된 중추신경계 내의 신경호르몬 활동이 위장관 내의 감각, 연동과 상호 작용하여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대뇌의 불안은 위장 근육의 경련으로 이어져 속 쓰림 반복이 일어나고, 머릿속 우울은 대장 연동의 무기력으로 이어져 변비의 악순환이 일어나는 식이다. 모자의 사정이 어찌 됐건, 엄마의 속 쓰림은 아들에 대한 속상함에서 비롯된 셈이다.
이 환자는 소화기 약물 외에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다. '애트라빌'이라는 항우울제다. 오래전에 나온 약으로, 정신과 우울증 환자에게 썼다. 요즘에는 효과가 더 좋은 약물이 많이 나와 인기가 떨어졌는데, 최근 소화기 내과에서 알음알음 쓰임새가 커지고 있다. 과발작한 대뇌-내장 신경축을 조신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 약을 먹으니 환자의 속 쓰림과 변비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상복부의 더부룩함 또는 속 쓰림, 하부의 과민성 대장 증상이 같이 있는 것을 중복 증후군이라고 한다. 암이나 궤양이 없으면서 위·아래 소화기 증상이 겹치는 현상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중복 증후군 한국인 환자 대부분은 우울증·불안증이 저변에 깔렸다. 이들 상당수는 이혼·사별 등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었다. 배 안의 위·아래에 동시다발 발생한 문제는 대개 정신의 문제로 대뇌-내장 신경축이 과잉 작용한 결과다. 이런 현상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상대적 우울감과 박탈감이 대뇌-내장 신경축을 자극한 결과다. "배짱 좋다" "뱃심이 두둑하다"는 말도 이와 연관 있다. 배 안의 '뇌'가 안정돼 있으면 두려움 없이 제 생각을 버티는 힘이 나오는 법이다. 영어에도 "배짱 좋다"와 똑같은 뜻으로 "You have guts"라는 말이 있다. 'guts'는 내장 소화기를 말한다. 동서양이 오래전부터 대뇌-내장 신경축 현상을 경험적으로 느끼고 알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는 장 내 세균의 정상적 조성도 '뱃심'과 연관하여 해석한다.
각종 검사에서 드러나는 특별한 이상이 없을 때, 위장병·대장병은 '소화기 정신과' 질환이다. 지금 속이 더부룩한가? 속이 쓰린가? 그러면 애써 참았던 불만이 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억지로 우울을 누르고, 불안을 견디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그런 근본이 해결되지 않으면 속병은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신과 신체가 맞물린 몸의 작동 구조 탓이다.
인생을 배짱 좋게 살고 싶은가. 그러면 우선 신경망이 촘촘히 깔린 소화기에 좋은 생활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일상의 생체 리듬에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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