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개혁

[사설] 주부·은퇴자·학생도 세금 면제되는 '만능 통장' 허용하라

최만섭 2015. 11. 11. 10:01

[사설] 주부·은퇴자·학생도 세금 면제되는 '만능 통장' 허용하라

입력 : 2015.11.11 03:21

*ISA[ individual savings account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정부가 내년부터 도입하려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소위 만능 통장)에 대해 국회 조세소위원회가 10일 관련 세법 개정안 심사에 착수했다. ISA는 예·적금,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운용할 수 있는 '만능 계좌'로, 연수익 200만원까지는 세금 면제 혜택이 따른다. 서민층 재산 증식을 돕는 획기적 금융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가입 자격이 너무 까다롭다. 정부는 법안에서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어야 ISA에 가입할 수 있게 해 은퇴한 고령자, 주부, 청소년의 가입을 막아버렸다. 또 5년간 돈을 찾지 않아야 세금 혜택을 준다는 조건까지 달았다. 수시로 생활 자금이 필요한 서민층은 지키기 힘든 것이다.

정부는 소득이 없는 사람의 가입을 허용하면 자산가들이 가족을 동원해 절세(節稅)에 악용할 수 있고, 이미 다른 비과세 상품도 많아 가입을 못 해도 큰 불이익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앞서 NISA라는 이름으로 같은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우리처럼 소득이나 의무 가입 기간 같은 제한 규정이 없다. 부자들이 무제한 감세 혜택을 보지 않게 투자 금액 상한(上限)만 정한 것이다. 일본에선 부모가 미성년 자녀에게 계좌를 만들어 주는 것도 허용해 세대 간 부(富)의 이동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문턱을 낮춘 결과 일본에선 작년 초 NISA 시판 이후 6개월 만에 가입 금액이 50조원을 넘길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주식시장 투자금의 4분의 1이 NISA에서 유입된 돈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금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소득이 없는 노년층, 주부, 청소년에게 ISA 가입의 문을 열어주고 의무 가입 기간도 단축하거나 없애야 한다.

중요한 것은 ISA 도입을 계기로 예·적금, 보험, 펀드 등 분야별로 가입 자격과 혜택이 다른 비과세 금융 상품을 정비하는 일이다. 그동안 정부는 일관된 기준이나 원칙 없이 비과세 상품을 남발해왔다. 농수협 조합원 예탁금, 비과세 연금보험, 비과세 종합저축, 해외 비과세 펀드, 소득공제 장기 펀드 등 보통 사람은 상품 이름을 들어도 알기 힘들 지경이다.

이러니 상품을 파는 금융사만 편하고 소비자는 상품별 혜택을 비교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정부는 "ISA 말고도 비과세 상품이 많다"는 공급자 중심 사고를 버리고 ISA 하나면 소비자들이 다른 세금 혜택을 안 따져도 되도록 비과세 상품을 정비해야 한다. 그래야 ISA가 온 국민 저축 통장으로 정착되고 서민층 자산 증식과 금융시장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