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 걸에서 마에스트라까지: 라이프치히 오페라 수석 양유라의 열정과 철학

이 글은 한국인 최초로 독일 라이프치히 오페라극장의 수석 지휘자 자리에 오른 양유라의 특별한 여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천안의 평범한 소녀가 독일 클래식 음악의 본산에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며, 그녀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 삶을 살아가는 자세,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품고 있는 열정과 철학을 깊이 있게 조명해보고자 한다.

특히, 단순히 성공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양유라라는 인물이 지닌 인간적인 매력, 무대 위와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살아 숨 쉬는 에너지를 생생히 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은, 진정성 있는 노력과 끝없는 열정이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지를 한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인 최초,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열다"

I. 양유라, 한국인 최초로 라이프치히 오페라 수석 지휘자가 되다

라이프치히 오페라극장은 구스타프 말러와 리카르도 샤이 같은 거장이 거쳐간, 330년 넘는 전통을 지닌 독일 음악계의 심장부다. 그런 곳에서 한국인 여성 지휘자가 수석 지휘자로 발탁된다는 것은 단순한 경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양유라는 그 어려운 길을 담담히 걸어와 이 무대에 섰고, 오페라와 발레를 아우르는 총괄 지휘를 맡으며 라이프치히 오페라를 새로운 활력으로 이끌고 있다. 공연이 끝난 뒤 자전거를 끌고 극장을 나서는 그녀의 모습은, 화려한 무대 뒤편에서도 변함없이 겸손하고 강인한 예술가의 본모습을 보여준다. 양유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 클래식 음악계의 보수적인 벽을 조용히 그리고 우아하게 넘어선 인물이다.

"첫 무대에서 전설을 향해 나아가다"

II. ‘마탄의 사수’, 독일 국민 오페라를 맡다

독일인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 칼 마리아 폰 베버의 '마탄의 사수'를 신임 수석 지휘자에게 맡긴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극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의미한다.

양유라는 이 어려운 작품을 처음 지휘하는 자리에서 단숨에 극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몰입감 넘치는 연주를 만들어냈다. 찬송가 선율로 친숙한 서곡에서부터 마지막 피날레 합창까지 그녀의 지휘는 단원과 성악가, 관객을 하나로 엮어내며 숨 가쁘게 몰아쳤다. 단발머리에 검은 블라우스를 입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쉼 없이 이끌던 그녀의 모습은,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한 열정이 어떻게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그리고 이 순간, 양유라는 더 이상 신예가 아니라 진정한 마에스트라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작은 포스트잇에 담긴 큰 꿈"

III. 별명 ‘포스트잇 걸’ 탄생 비화

라이프치히 오페라는 매일같이 다른 작품을 올리는 레퍼토리 극장이다. 리허설 시간은 짧고, 요구사항은 명확해야 하며,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런 치열한 환경 속에서 양유라는 일일이 포스트잇에 메모를 붙여 악보를 준비하며, 단원들에게 필요한 디렉션을 간결하게 전달했다. 단원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레 '포스트잇 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포스트잇이라는 작은 조각에 담긴 것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그녀가 음악을 대하는 진심과 세심함, 그리고 무엇보다 단시간 안에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치열한 프로 정신이었다.

무대 위에서는 강인한 카리스마로, 무대 아래에서는 따뜻한 진심으로 다가가는 양유라의 인간적인 매력이 이 별명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무대를 넘어 세계로, 청춘은 계속된다"

IV.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데뷔: 세계 무대를 향한 발걸음

올여름, 양유라는 세계적인 클래식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제바스티안 쉬밥의 신작 오페라를 지휘하게 된 그녀는, 한 시간짜리 청소년 오페라를 통해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고 다음 세대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시도를 펼칠 예정이다.

잘츠부르크 데뷔는 단지 화려한 경력의 추가가 아니라, 양유라가 지닌 예술적 신념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순간이 될 것이다. 다비드 뵈시가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빈 국립오페라와 공동 제작되기 때문에, 양유라는 곧 빈에서도 지휘할 기회를 얻게 된다. 여전히 자신을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 사람"이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그녀이지만, 그 발걸음은 분명히 세계를 향해 힘차게 뻗어나가고 있다.

"평범함 속에서 피어난 비범한 꿈"

V. 천안에서 독일까지, 평범한 소녀의 비범한 여정

양유라는 화려한 음악 영재 코스를 밟은 이가 아니다. 천안에서 초중고를 다니며 피아노를 취미로 연주하던 평범한 소녀였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며 운명처럼 지휘자의 꿈을 품게 되었고, 부모님을 설득해 18살에 홀로 독일로 떠났다.

테트몰트대 음대에 입학하고, 겔젠키르헨 극장의 피아니스트 겸 보조 지휘자로 시작해, 바닥부터 실전을 익혀가며 결국 라이프치히 오페라극장의 수석지휘자 자리까지 올랐다. 겸손하고 성실하게, 그러나 누구보다 단단한 열정으로 걸어온 이 여정은, 무대 위에서 번뜩이는 그녀의 눈빛만큼이나 단단하고 아름답다. 양유라는 말한다. "힘든 날에도 집에 가서 아이 얼굴을 보면 세상에 더 소중한 게 없다는 걸 느낀다"고. 그녀의 음악은 그래서 더 따뜻하고 깊다. 음악을 넘어 인간을 울리는 힘이, 바로 그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