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재밌다, 이 책!] 세대 뛰어넘어 웃음꽃 피울 수 있는 1980년대 사춘기 소녀의 추억담

최만섭 2022. 7. 28. 05:02

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세대 뛰어넘어 웃음꽃 피울 수 있는 1980년대 사춘기 소녀의 추억담

입력 : 2022.07.28 03:30

가랑잎에도 깔깔

김송은 지음 l 출판사 꽃피는책 l 가격 1만4000원

"'쌤(선생님), 지영이가 선생님 좋아한대요!' 누군가 난데없이 폭로라도 하면 60명이 동시에 책상을 드럼처럼 두들기며 놀란 갈매기 소리를 냈다. 짝사랑은 그렇게 모두의 축제였다. (중략) 그때 우리는 가랑잎이 떨어져도 웃었고, 안 떨어지고 버텨도 웃었으며, 마침내 버티다 떨어진 가랑잎이 굴러가기라도 하면 너무 웃다가 대부분 배가 찢어졌다. 심지어 도덕 선생님은 진지한 말투로 묻기까지 했다. '제발 이유나 알자. 도대체 너희들, 왜 웃는 거니?'"

책 제목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눈치 챌 수 있는 대목 중 하나예요. '(짝)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라는 사뭇 진지한 소제목과 달리 책을 읽다 보면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해요.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책 속의 배경인 1980년대 중학교 교실 안으로 빨려 들어간 기분이 들기도 하네요.

이 책은 1980년대 사춘기 중학생 시절을 보낸 저자가 그 시절을 떠올리며 기록한 산문(散文)이에요. 저자는 교육자이자 이제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데요. 학생들과 대화하는 틈틈이, 또 자녀들과 부딪칠 때마다 자신이 지나온 그 시절을 돌아봤다고 해요.

그러다 문득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어요. 그 시기를 돌아보면 아이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책은 아주 오래전 중학생들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바로 지금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는 노력의 결과이기도 해요.

이 책은 사춘기 자녀들과 부모님이 함께 읽기에 아주 좋아요. 서로 대화할 내용이 많아지거든요. 예를 들어 신체검사를 하는 날 몸무게를 반 아이들 모두가 알 수 있도록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학교 이야기라든지, 아이들이 머리를 탈색하겠다면서 과산화수소수를 모아 함께 머리를 감는 이야기라든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화들이 책에는 등장해요.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그 옛날 학교에선 정말 이런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어질 거예요.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이 새롭게 깨닫는 부분도 있을 거예요. 자신의 어린 시절과 지금의 아이들이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거지요. 그러다 보면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해 어른들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알 수 있고요. 어찌 보면 뻔한 추억담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섬세하고도 유머러스한 저자의 문장을 읽다 보면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고 또 그 시절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랍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