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1일에도 잠행을 이어갔다. 지난 8일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이후 나흘째 두문불출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던 이 대표의 '징계 불복' 행보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는 당초 윤리위 징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주말 동안 당 안팎에서 징계 승복에 대한 요구가 이어진 데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이 대표 징계를 '업무 6개월 정지'라는 '사고'로 해석하면서 대표직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당권 경쟁보다 당이 빠르게 내홍 수습에 돌입하고 있는 분위기가 이 대표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가까운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당이 위기 극복을 위해 당력을 하나로 모으기로 뜻을 모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징계에 대한 가처분신청으로 정면충돌에 나서긴 어렵다"며 "가처분신청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권성동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이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도 이 대표가 6개월 뒤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며 "이 대표와 가까운 최고위원이나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대표가 우선 개인적, 법적 명예 회복에 집중한 뒤 재도약 기회를 만드는 것이 상책이라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 주변에선 복귀 전 6개월 동안 당이나 친윤석열계 의원들과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당원 모집에 주력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에 따른 지도부 공백 사태를 수습하는 차원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뒤 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권 대행은 의총에서도 "임시 전당대회를 할 방법이 없다"며 "위기를 조기에 수습하는 데 마음을 모으자"고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의 반발을 초래할 경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지지율의 하락 추세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도 '사퇴는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사퇴할 뜻은 전혀 없는 것으로 제가 어제 확인했다"고 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하태경 의원도 3선 이상 중진의원 회의 후 "이 대표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면서도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내홍이 수습되는 모양새지만 불씨는 남아있다. 이 대표의 성상납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등에 따라 다시 한번 풍파가 몰아닥칠 수 있어서다. 이 대표가 향후 경찰 수사에서 혐의를 벗을 경우 방송 출연 등 본인의 장기를 활용해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거꾸로 이 대표의 혐의가 확인된다면 당 안팎에서 이 대표를 향한 자진 사퇴 압박이 재차 분출할 수 있다. 권 대행도 이 대표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들이 언제 청년정치 했나"…이준석·박지현 이유있는 자멸 (0) | 2022.07.15 |
---|---|
헌법재판관 “의원이 헌법 위반해도 되나”… 민형배 ‘위장 탈당’ 물었다 (0) | 2022.07.13 |
“尹정부와 당은 하나”… 與 의총서 ‘권성동 직대’ 결의문 채택 (0) | 2022.07.12 |
‘권성동 직대’ 결론 2시간 뒤… 이준석 “당원 가입하기 좋은 날” (0) | 2022.07.12 |
[동서남북] ‘운동권 정부’만 고결하다는 시대착오 (0) | 2022.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