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잠행' 이준석 손 드나 가처분신청 대신 '징계 수용' 가닥

최만섭 2022. 7. 12. 05:15

'잠행' 이준석 손 드나 가처분신청 대신 '징계 수용' 가닥

박재연 기자 replay@hankookilbo.com - 어제 오후 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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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1일에도 잠행을 이어갔다. 지난 8일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이후 나흘째 두문불출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던 이 대표의 '징계 불복' 행보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 제공: 한국일보'잠행' 이준석 손 드나 가처분신청 대신 '징계 수용' 가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는 당초 윤리위 징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주말 동안 당 안팎에서 징계 승복에 대한 요구가 이어진 데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이 대표 징계를 '업무 6개월 정지'라는 '사고'로 해석하면서 대표직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당권 경쟁보다 당이 빠르게 내홍 수습에 돌입하고 있는 분위기가 이 대표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가까운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당이 위기 극복을 위해 당력을 하나로 모으기로 뜻을 모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징계에 대한 가처분신청으로 정면충돌에 나서긴 어렵다"며 "가처분신청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권성동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이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도 이 대표가 6개월 뒤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며 "이 대표와 가까운 최고위원이나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대표가 우선 개인적, 법적 명예 회복에 집중한 뒤 재도약 기회를 만드는 것이 상책이라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 주변에선 복귀 전 6개월 동안 당이나 친윤석열계 의원들과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당원 모집에 주력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 제공: 한국일보'잠행' 이준석 손 드나 가처분신청 대신 '징계 수용' 가닥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에 따른 지도부 공백 사태를 수습하는 차원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뒤 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 대표 측은 가처분신청에 나서도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될 확률이 작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당 사무처에서 법률자문 등을 받았고, 최고위원회의와 선수별 의원 모임·의원총회까지 거쳐 추인하는 등 당 차원에서도 명분을 충분히 쌓은 탓이다. 권 대행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 기획조정국이 당원권 정지는 당 대표의 '궐위'가 아닌 '사고'로 보는 게 맞다는 보고를 올렸고, 최고위원 전원이 기조국 해석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권 대행은 의총에서도 "임시 전당대회를 할 방법이 없다"며 "위기를 조기에 수습하는 데 마음을 모으자"고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의 반발을 초래할 경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지지율의 하락 추세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도 '사퇴는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사퇴할 뜻은 전혀 없는 것으로 제가 어제 확인했다"고 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하태경 의원도 3선 이상 중진의원 회의 후 "이 대표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면서도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내홍이 수습되는 모양새지만 불씨는 남아있다. 이 대표의 성상납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등에 따라 다시 한번 풍파가 몰아닥칠 수 있어서다. 이 대표가 향후 경찰 수사에서 혐의를 벗을 경우 방송 출연 등 본인의 장기를 활용해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거꾸로 이 대표의 혐의가 확인된다면 당 안팎에서 이 대표를 향한 자진 사퇴 압박이 재차 분출할 수 있다. 권 대행도 이 대표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