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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칼럼] 윤석열 정권은 성공할 수 있을까

최만섭 2022. 7. 5. 05:10

[김대중 칼럼] 윤석열 정권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인기없는 대통령 각오하고
꼭 해야할 일 선택·집중해
힘 쏟는 게 효과적
그 일은 ‘민생’과 ‘경제’

입력 2022.07.05 03:20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뉴스1

윤석열 정권은 성공할 수 있을까? 출범한 지 두 달 남짓한 정권을 향해 이런 성급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지금 우리의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그리고 전임 정권의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정책 난조(亂調)의 결과로 한국은 경제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무역수지에도 비상이 걸렸다.

초자(初者)’ 대통령 윤석열은 정치인 출신이 아니다. 경제를 다룬 경험도 없다. 검찰 말고는 인맥도 없다. 한마디로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다. 이 불길한(?) 조합이 이 엄중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단순히 좌우의 이념적 대치나 여야 정치게임의 차원을 넘어 국민의 안녕과 나라의 존립이라는 명제(命題)와 맞닿아 있다.

그의 출발은 호기(豪氣) 있다. 그의 개인적 기질이기도 하겠지만 그는 씩씩하게 출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권이 망가뜨린 대북(對北) 안보와 국방,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제자리에 복귀시키려는 시도가 그랬다. 윤 대통령의 국제무대 진출은 국민이 걱정했던 것에 비해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다. 얼마간의 노심초사나 유예기간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미국 중심의 블록으로 돌진하는 것이 성급해 보이기도 했지만 전임의 친중·친북 노선을 불식하는 데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호기라는 말에는 ‘거드럭거린다’는 뜻도 있다. 사람들은 그가 씩씩한 나머지 혹시나 거드럭거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경계심을 갖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도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취임한 지 2개월 남짓한 대통령에게 주는 점수치고는 대단히 각박하다. 관련자들은 그 원인을 인사(人事)와 경제에 두고 있는데 이것은 이제 윤 대통령이 두고두고 부딪혀야 할 좌파 공세의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미 민노총의 대규모 데모로 시작된 좌파의 공세는 앞으로 윤 정부를 끊임없이 괴롭힐 것이고 이 사회를 더욱 무질서로 몰고 갈 것이다.

신임 대통령에게 허락된다는 이른바 대통령의 허니문은 벌써 끝나고 있다. 이제 그의 앞에는 어지러운 ‘반대’만 쌓여갈 것이다. 그의 보호막은 보수·우파층인데 그들마저 경제의 난맥과 파탄에 휘둘리게 되면 그의 우군(友軍)은 큰 폭으로 줄 수도 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대통령들은 공군 1호기를 타고 해외 방문할 때 그리고 군대를 사열할 때 속된 말로 붕 뜨더라”고 말했다. 나는 한 가지 더하고 싶다. 바로 인사(人事)다. 대통령들은 인사에서 권력을 만끽하게 된다. 이런 것들을 가리켜 이른바 ‘대통령병(病)’이라고 했던가.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醉)하면 안 된다. 우리는 역대 대통령들과 그 부인들이 대통령병에 걸려 연출한 촌극들을 익히 보아왔다.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을 즐길 시간도, 거기에 취해 있을 여유도 없다. 이제 가십거리나 사진거리로 뉴스를 장식하는 것은 그만했으면 한다.

 

어느 논평자가 “시간은 윤 대통령 편”이라고 했다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실수는 많아질 것이고 윤 대통령의 이미지는 흐려질 것이고 그의 반대자들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권력의 뒷덜미는 그런 것이다. 당장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지 않고 ‘대통령’을 즐기는 것으로 소일하면 그에게 기대했던 한국 정치의 업그레이드는 또다시 좌초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나는 잃을 것이 없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국민은 인생에 단 한순간도 그 자리를 꿈꿔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그 자리를 맡겼다. 그런 만큼 그는 잃을 것도 없다. 본전만 해도 잘했다는 자세로 임하면 된다. 인기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문 전 대통령이 세상을 깔보고 오만하도록 만든 것은 ‘여론조사 지지율 40%’였다. 민주당의 집권을 5년에 거덜 나게 한 것도 ‘국회의석 180′이었다. 숫자는 사람을 오만하게 만든다. 차라리 ‘인기 없는 대통령’을 각오하면 이 사회의 근본 병적 요인들과 대처하는 것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윤 대통령은 만기친람(萬機親覽)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의 길을 갔으면 한다. 그는 지금 자신이 세상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녹록지도 않다. 그렇다면 온 세상일에 손대려 하기보다 꼭 해야 할 일을 선택하고 그것에 집중해서 힘을 쏟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그 ‘일’이 바로 ‘민생’이고 경제다. 민생이 험악해지면 그동안 보여준 모든 ‘윤 대통령스러움’은 일장춘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