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민노총, 7년만에 최대규모 집회… 尹정부 압박 시작

최만섭 2022. 7. 4. 08:39

 

민노총, 7년만에 최대규모 집회… 尹정부 압박 시작

도심에 6만여명 집결 “尹정권 그냥둬선 안돼”
文정부 5년간 보지 못했던 규모
‘새 정부 길들이기 나선 것’ 분석

입력 2022.07.04 03:27
 
 
 
 
 
2일 낮 12시쯤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 일대에서 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전국노동자대회 사전대회를 열고 있다. 이날 이 일대에서는 민노총이 조합원 6만명을 동원해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노동계 대규모 집회다. /연합뉴스

민노총이 2일 조합원 6만명(주최 측 추산)을 동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1월 있었던 ‘민중 총궐기 대회’ 이후 최대 규모다. 주 52시간제 개편 등 노동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윤 정부에 대한 선전포고로 노동계는 해석하고 있다. 정권 초기 대규모 집회를 통해 기선을 잡고 새 정부를 길들이는 계기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번 집회로 세(勢)를 과시한 민노총은 앞으로 대정부 투쟁과 파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3일 민노총과 경찰에 따르면, 민노총은 전날 오후 3시 20분쯤 서울 세종대로와 시청 앞 서울광장 일대에 집결해 ‘7·2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와 별도로 민노총 산하 조직인 공공운수노조·건설노조·전국택배노조 등이 낮 12시 시청역 주변에서 사전 집회를 가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노동자는 죽어난다’ ‘물가 폭등 못살겠다’ 등이 적힌 피켓 등을 들고 대통령실이 있는 삼각지역까지 행진한 뒤 오후 6시 반쯤 해산했다.

민노총은 윤 정부의 ‘반(反)노동 친재벌 정책’을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고 주장했다. 윤 정부의 노동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해온 민노총이 정부와의 대립에 본격 신호탄을 쏜 셈이다. 민노총은 이날 “말로만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정규직·비정규직 구분 없이 몰상식한 윤석열 정권을 더 이상 놔두지 말고 투쟁에 나서자”면서 ‘윤석열 정부 책임져라’라는 피켓을 들었다. 민노총은 전체 근로시간은 늘리지 않되 상황에 따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윤 정부의 ‘주 52시간제’ 개편 작업을 두고도 “노동시간을 무한정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이번 집회는 경찰 추산으로도 5만명 이상이 참가했다. 2015년 11월 민노총이 경찰 113명 부상, 경찰 버스 50대 파손 등 피해를 냈던 ‘민중 총궐기 대회’(경찰 추산 8만명) 이후 가장 큰 규모다. 2020년부터 최근까지 코로나로 대규모 집회가 어려웠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노동계에 우호적이던 문 정부 시절 이 정도 규모의 집회는 없었다. 민노총은 윤 정부가 노동 개혁을 하겠다고 나서자 일찌감치 강경 투쟁 노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 집행부는 민노총 내에서도 강경 세력으로 분류된다.

 

민노총은 이미 곳곳에서 실력 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에서 민노총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경트럭용 성형 설비 가동을 무단으로 중단시켰다. 현대제철 노조는 특별격려금을 요구하며 5월 초부터 당진제철소 사장실에서 두 달째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적극 대응하지 않고 있다. 최근 화물연대 총파업 협상에서 정부가 끌려다니다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화물연대 측의 요구 사항을 대부분 들어주면서 민노총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정부는 화물연대 협상에서 올해 말 폐지 예정인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차량에 적용하던 안전운임 대상을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일주일 만에 파업을 끝냈다. 하지만 차주(車主)의 최저 수입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가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결국 정부가 함구한 모양새가 됐다. 노조의 불법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던 정부가 저자세를 취하면서 ‘윤 정부에서도 민노총 방식이 먹힌다’는 학습 효과를 만들어 준 셈이다.

앞서 경찰은 이날 민노총 집회에 전면 금지 통고를 내리고 불법집회에 대해서는 가용 경찰 병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회 전날인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이 참가 인원, 행진 경로 등에 조건을 달아 집회를 일부 허용하면서 민노총 측의 집회 개최가 가능해졌다.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낸 최영기 한림대 교수는 “최저임금 협상이 비교적 원만하게 끝난 와중에 이런 집회를 하는 것은 윤 정부 초기 결집을 통해 세력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바뀌고 나서 임기 초기 완전히 자리를 잡기 전 투쟁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에 익숙한 민노총이 윤 정부에서도 같은 방식을 써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