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렬 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 당선-2021.11.05

[朝鮮칼럼 The Column] ‘내가 결정했으니 그대로 가자’ 식으론 안 된다

최만섭 2022. 3. 28. 05:10

[朝鮮칼럼 The Column] ‘내가 결정했으니 그대로 가자’ 식으론 안 된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시간 걸리더라도 설득·공감 과정 거쳐야
정책 결정하기 전 주위 조언 귀 기울이고 차분히 국정 검토를

입력 2022.03.28 03:20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위한 조감도 앞에서 직접 브리핑하는 윤석열 당선인의 모습은 신선했다. 직접 나서 소통하려는 당선인의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내용을 듣고는 당황했다. 구상도 비현실적으로 들렸고 형식도 자기가 이미 내린 결정을 사실상 ‘통고’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이사를 갈 때도 집수리라도 하고 들어가려면 적어도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게 보통인데, 일국의 대통령이 머물 곳을 한 달 남짓한 시간 만에 고쳐 들어가겠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조감도를 공개하고 직접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욱이 안보와 관련해서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와 국방부를 사전 계획 없이 그렇게 짧은 시간 내에 옮기겠다는 것도 신중하지 못한 처사로 들렸다. 억지로 시간을 맞춘다고 해도 보안 사안의 유출이나 시스템의 불안정 등 부작용을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취임식 날 곧바로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겠다는 것도, 방 빼야 할 기존 거주자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다소 무례한 생각 같았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에서 나와서 일반 국민과 쉽게 만나고 또 참모들을 주변에 두어 국정 운영의 개방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당선인의 생각에는 공감하지만 이번 결정은 섣부르고 성급해 보였다. 취임 첫날 새로운 공간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싶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굳이 차별화하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 정권 교체가 바로 차별화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발표에 더욱 주목했던 것은 어쩌면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결정했으니 그대로 가자는 식처럼 보였다. 행정 조직에서라면 인사 고과의 권한을 가진 상급자가 자기 뜻대로 부하 직원들을 다그치며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정치의 세계에서는 거꾸로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업무 평가를 받는다. 국민으로부터 업무 평가를 나쁘게 받으면 국정 운영의 동력은 떨어지게 되고 그만큼 야당을 비롯한 비판자들의 거센 공세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더구나 최소한 향후 2년은 여소야대 정국이다. 그래서 검찰총장과 대통령이 처한 입장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대통령의 말과 뜻이 힘을 얻으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득을 통한 공감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청와대 이전에 대한 세간 여론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데 대해 윤 당선인은 여론의 지지 여부는 ‘별 의미 없다’라고 말했지만, 그 사안이 갖는 정치적 중요성과 상징성, 그리고 다가올 지방선거를 고려하면 여론의 향배가 결코 의미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대통령직을 인수하는 단계에서 퇴임을 앞둔 대통령과 불필요한 잡음이 생겨나는 것도 당선인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인사를 둘러싼 마찰은 그렇다고 쳐도, 당선인이나 인수위원회의 활동이 신구 권력 간 갈등처럼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리를 물러나는 대통령은 정치적 갈등이나 대립이 생겨도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는다. 더 이상 정치적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서 잃을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인수 과정에서 생겨난 잡음과 갈등은 오롯이 당선인만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대선에서 0.73%라는 득표율의 차이가 말하는 것은 윤 당선인이 세심하게 다가서야 할 절반의 국민이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윤 당선인에게 표를 준 사람들 중에서도 잘할 것이라는 믿음보다 일단 바꾸고 보자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당선인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말이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 결과는 역대 당선인 중 윤 당선자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단임제하에서 모든 대통령은 아마추어로 시작한다. 설사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해도 당선되자마자 국정의 모든 것을 다 알기란 불가능하다. 정치 경험이 없는 윤 당선인의 경우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당선인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욱 겸손해야 한다. 대통령직 인수 기간 중 섣부른 결정을 내려 논란을 일으키기보다 국정 전반을 차분하게 검토하고 대안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누가 봐도 부작용이 불가피해 보이는 용산으로의 조기 이전 결정에 대해 주변에서 말리거나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은 없었을까. 시기적으로 특히 당선인에게 쉽게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일 테고 아마 어렵게 말을 꺼냈다고 해도 듣지 않았을 것 같다. 혼자 결정하려고 하지 말고 주변 측근의 조언과 직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소통을 강조하는 당선인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국민과의 소통에 앞서 주변과의 소통이 더 중요해 보인다. 대선에서 승리한 것이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진짜 정치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