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불법점거 회사 안에서 술 먹고, 윷놀이, 노래자랑

최만섭 2022. 2. 22. 05:42

불법점거 회사 안에서 술 먹고, 윷놀이, 노래자랑

민노총 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12일째 ‘무법지대’

입력 2022.02.22 03:00
 
 
 
 
 

민주노총 소속 택배노조가 21일 오미크론 대유행 속에서 방역 수칙을 피해가며 20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를 열고 CJ대한통운 본사 불법 점거를 12일째 이어갔다. 코로나로 야외 집회 인원은 299명으로 제한되는데, 이들은 진보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 유세 형식을 빌려 방역 수칙을 피해가는 ‘꼼수 집회’를 했다.

대한통운 측은 “노조원들이 불법 점거 중 수시로 마스크를 벗고 7명 이상이 모여 식사와 음주를 하는 등 방역 수칙도 잇따라 어기고 있고 윷놀이나 노래자랑 등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택배노조 사태’는 대선 국면을 타고 일부 정치인까지 가세하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노사 문제”라며 강제력 행사에 선을 긋고 있다.

3층 농성장으로 밧줄로 매달아 반입하려다… 쇼핑백 찢어져 널브러진 술병… 건물 안에서 흡연 - 지난 17일 오후 10시 30분쯤 민주노총 소속 택배노조원들이 점거하고 있는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건물 3층으로 술과 과자가 든 것으로 보이는 쇼핑백을 밧줄에 매달아 들여보내려 하고 있다(왼쪽 사진). 그러나 이후 쇼핑백이 도중에 찢어지면서 안에 있던 술병 등이 바닥에 떨어졌다(가운데 사진). CJ대한통운은 일부 노조원이 본사 1층 건물 내부에서 밖을 바라보며 흡연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노조원들은“택배 요금 인상분을 공정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지난 10일부터 21일까지 12일째 본사 불법 점거를 이어가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는 작년 12월 28일부터 “택배 요금 인상분을 공정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56일째 전국 곳곳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은 청계광장에서 택배노조 조합원 2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전국택배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실상은 방역 수칙을 어긴 ‘불법 집회’지만 경찰이나 서울시, 중구청 등은 이 집회를 바라만 봤다. 택배노조가 대선에 출마한 진보당 김재연 후보의 선거 포스터가 붙은 유세 차량을 가져다 놓고 선거운동 형식으로 ‘위장’했기 때문이다. 방역 지침상 선거운동은 참석 인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연단에 오른 한 노조원은 “김 후보가 대통령 선거 운동기간 내내 택배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마음껏 터뜨려보라고 (유세 차량을) 제공했다”고 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19일에도 같은 방식으로 청계광장에 500명이 모인 집회를 열었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 일부 정치인도 참석해 택배노조 주장을 거들었다.

택배노조원들이 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한 뒤 방역 수칙을 잇따라 위반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통운은 “불법 점거 노조원들은 최근까지 수십 명이 다닥다닥 붙은 채 잠을 자는 것은 물론,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나눠먹는 등 방역 수칙을 계속 어기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통운은 또 본사 건물 외부 CCTV 동영상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지난 17일 오후 10시 30분쯤 노조원들이 건물 밖에서 쇼핑백을 줄에 매달아 3층 점거 현장으로 올려 보내려다 쇼핑백이 주차된 차 위로 추락하고 맥주와 과자로 보이는 내용물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장면이 담겼다. 이 때문에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노조원이 본사 1층 건물 내부에서 밖을 바라보고 담배를 피는 장면도 있었다.

선거운동 한다면서… 택배노조 꼼수 집회 -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가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2022 전국 택배노동자대회’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택배노조는 이날 집회를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 형식으로 진행했다. 현행 방역 지침상 집회는 최대 299명까지 모일 수 있지만, 선거운동에는 인원 제한이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날 집회에는 2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택배노조는 작년 12월 28일부터“택배 요금 인상분을 공정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일부터는 CJ대한통운 본사에 기습적으로 진입해 건물 일부를 점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택배노조는 이날 1층 로비만 남기고 3층 점거는 풀었다. 하지만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물과 소금을 끊는 이른바 ‘아사(餓死) 단식’에 돌입한다고 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3층에서 술을 배달시켜 먹으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 단식을 한다고 하는 게 황당하다”고 했다.

대한통운은 연일 정부에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고 있다. 대한통운 측은 “(점거로) 회사의 누적 손실이 100억원대로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나 경찰은 움직임이 없다”고 했다. 김슬기 비노조연합 대표는 “현재 노조는 대한민국의 법률 위에 존재하는 집단이 돼버린 것 같다”며 “정부는 노사 관계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노조의 불법에 일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관은 없다. 방역 수칙 위반에 대해 정부 중앙재난대책본부 관계자는 “과태료 부과 등은 구청 소관”이라고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건물 내부의 질서 유지는 회사에서 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대한통운 본사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출입문을 부순 혐의 등으로 노조원 25명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했다. 지난 15일 택배노조 위원장 등 8명에 대해 1차 출석 요구도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법 점거를 풀기 위한 행동에 나설 계획은 없는 상태다. “노조의 행동이 적법한 쟁의행위인지 소송이 진행 중이라 수사기관이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