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아무튼, 주말] 올해도 영어 정복 꿈꾸는 당신 “한 번에 토익 만점? 매달 10점씩 끌어올려라”

최만섭 2022. 1. 1. 08:02

[아무튼, 주말] 올해도 영어 정복 꿈꾸는 당신 “한 번에 토익 만점? 매달 10점씩 끌어올려라”

뇌과학자가 알려주는
새해 ‘작심삼일’ 탈출법

입력 2022.01.01 03:00
 
 
 
 
 
일러스트=안병현

해가 바뀌는 것은 희망인 동시에 고통이기도 하다. 새해 첫 일출의 장엄한 기운과 함께 “올해는 달라지겠어”라고 다짐하지만, 언제나 달라지는 것은 많지 않다. 이듬해에도 1년 전의 목표 리스트를 슬며시 꺼내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나서야 한숨과 함께 의문들이 밀려온다. 내가 남들보다 의지력이 약한 걸까? 터무니없는 목표만 세운 탓일까?

수년째 작심삼일의 무한 루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책하는 당신을 위해 국내 저명 뇌과학자들에게 물어봤다. 왜 실패하는지,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를.

◇사람 의지력도 한정된 자원

뇌과학 전문가들은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해야 작심삼일의 함정에 쉽게 빠지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뇌과학에선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건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자기 통제력이 한정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오랜 시간 운동을 하거나 일을 하고 나면 몸이 피로해지듯 정신도 어떤 목표를 이뤄야 한다는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지쳐버린다는 것이다.

로이 바우마이스터 미 UCLA 사회심리학과 교수가 1998년 심리학자인 부인과 함께 한 이른바 래디시(radish·무) 실험은 ‘정신력도 한정된 자원’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다.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대학생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각 그룹 앞에 갓 구운 초콜릿 쿠키와 무를 담은 접시를 뒀다. A그룹은 쿠키를 먹어도 되지만, B그룹은 무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참가자들에게 난해한 퍼즐을 풀도록 했다. 그 결과 초콜릿 쿠키를 먹은 A그룹은 평균 20분 동안 퍼즐에 매달렸다. 반면 무를 먹은 B그룹은 8분 만에 퍼즐 푸는 것을 포기했다.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B그룹 참가자들이 쉽게 포기한 것은 달콤한 초콜릿 쿠키의 유혹을 뿌리치는 데 정신력을 쏟은 나머지 문제를 풀 힘을 소진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자기 통제력이 무한정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아 고갈(ego depletion)’ 이론이 나온 배경이다. 한국뇌연구원의 김구태 연구원은 “무거운 역기를 들고 나면 근력이 소진돼 점점 무거운 걸 들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뇌가 갖는 ‘관성’이란 성질도 습관 변화를 어렵게 한다.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 때문에 인류는 오랜 진화 과정을 거쳐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 행동은 무의식에서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적응해왔다.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별다른 의식을 하지 않아도 퇴근길에 집을 찾아가거나, 넘어지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행동이 대표적 사례다. 새해부터 갑자기 새벽 5시에 일어나려고 마음먹어도 잘 안 되는 것도 특정 시간대에 잠에서 깨거나 잠드는 행동이 몸에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궁금한뇌연구소 대표)는 “뇌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갑작스러운 변화를 거부하도록 설계돼 있어 작심삼일만으로는 습관을 바꾸기 어렵다”며 “특정 행동을 몸에 익히려면 통상 3주에서 한 달 이상 반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 세분화하고, 보상은 자주

뇌과학자들은 “작심삼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한정된 정신력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목표를 한 번에 이루려고 하지 말고, 보상을 자주 지급하는 식이다. 바우마이스터 교수의 실험에서 알 수 있듯 보상이 없으면 행동을 이어가기 어렵다. ‘올해 안에 토익 점수를 900점 넘으면 샤넬 백을 사겠어’라고 막연하게 높은 기대치를 갖기 보다 ‘매달 영어 듣기 점수를 10점씩 높이자’는 식으로 세분화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김구태 연구원은 “세부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소고기를 사 먹는 식으로 작은 보상을 해서 체력과 정신력을 충전해야 한다”고 했다.

주변 대청소도 필요하다. 게임·흡연처럼 중독성 높은 습관을 줄이려면 이런 행동을 유발하는 위해 요소를 없애야 한다. 정윤하 뇌연구원 박사는 “사람들이 게임이나 도박에 쉽게 빠지는 건 공부나 운동에 비해 피드백이 바로 나와 몸에서 쾌락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이 더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스마트폰을 보거나, 다른 사람이 라이터를 만지는 것만 봐도 쉽게 게임⋅흡연 욕구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창준 IBS(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 단장은 “스마트폰⋅태블릿PC에서 게임, 동영상 스트리밍과 같이 중독성 높은 앱을 없애거나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회사 건물의 흡연 장소 근처를 가지 않는 등 최대한 외부 자극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또 평소와 다른 장소를 찾거나 특정 행동을 하는 시간대를 바꾸는 것도 습관 변화에 중요하다. 장동선 박사는 “낯선 환경에 가면 뇌가 새 장소에 적응하기 위해 집중력을 높이게 된다”며 “아침에 독서가 잘 안 될 경우 밤에 해보면서 자신의 뇌가 집중을 잘하는 시간대를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