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ONA-19

코로나가 촉발한 ‘大辭職 시대’… 美, 한달 440만명 사표 던졌다

최만섭 2021. 12. 27. 04:56

코로나가 촉발한 ‘大辭職 시대’… 美, 한달 440만명 사표 던졌다

디지털·재택 찾아 전세계 ‘이직 열풍’

입력 2021.12.27 04:16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일자리가 재편되는 대사직(Great Resignation) 시대가 왔다.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 노동시장에서 자발적 사직자 수는 지난 9월 440만명으로 미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12월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4월 220만명에서 코로나 기간 동안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대사직은 지난 5월 대규모 근로자 이탈을 예견한 앤서니 클로츠 텍사스 A&M 대학 경영대학원 교수가 만든 용어다.

/그래픽=이철원

대사직 현상은 일자리가 없는 무직 상태나 은퇴가 늘어난 게 아니라 이직이 활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 퇴직을 앞당겨 은퇴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최근 대부분의 자발적 사직은 이직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사직을 대이직이나 대전환(Big Shift)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도 대이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의 자발적 이직자은 약 87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가 늘었고, 2분기 자발적 이직자는 약 85만6000명 전년 동기 대비 17.7%가 늘었다.

 

◇미국 자발적 퇴사자 역대 최대

지난해부터 전 세계가 비대면 사회에 접어들면서 업종을 불문하고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됐고, 근로자들의 업무 환경도 바뀌었다. 재택근무를 경험하고, 새로운 유망 업종이 떠오르는 걸 목격하면서 일자리를 옮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대사직 현상을 촉발한 건 코로나 사태로 직격타를 입은 서비스업과 소매업의 저임금 노동자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록다운(봉쇄) 때 식당이나 마트 일자리를 잃었던 이들이 음식 배달업이나 이커머스 물류업과 같은 새로운 직종을 경험한 다음, 록다운이 풀려도 종전의 일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서비스업은 여전히 대면 접촉에 따른 감염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배달과 같은 비대면 직종보다 임금이 낮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경험한 사무직 근로자도 이직을 택하기 시작했다. 영국 BBC는 “사람들이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이 가능한 직장을 찾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직장·학교나 보육 기관이 문을 열지 않자 육아 때문에 재택근무로 이동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가 최근 자발적으로 퇴직한 22~35세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응답자의 32%는 고용주가 주 4일제를 제안했다면 퇴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전환, 재택근무 찾아 떠나

국내에서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 사태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자발적 이직자수는 꾸준히 늘어났다. 한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가 막 시작됐을 때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까봐 이직 신청을 안 했는데 코로나 1년이 지나자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라고 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IT업계, 스타트업이 급성장하자 디지털 전환이 가능한 유망 직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시중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핀테크, 인터넷 은행 업체로 대규모 이동이 일어난 게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핀테크 스타트업 두물머리의 직원 30명 중 13명은 여의도의 대형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서 넘어왔다. 최근 금융위원회 현직 사무관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 이직을 위해 사직서를 냈고, 금융감독원에서도 부국장과 국장 출신이 각각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코인발행사인 피카프로젝트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자신이 선호하는 근무 형태를 찾아가는 이직자도 늘었다. 스타트업 핀다는 “지난 10월 워케이션(휴양지에서 하는 원격 근무)을 하겠다고 발표하자 일주일에 두 명씩 다른 회사에서 이직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때에 일하는 프리랜서를 선호하는 근로자도 늘고 있다. 채용 플랫폼 원티드는 지난해 4월 프리랜서와 기업 간 일자리를 이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2~4분기 매출이 3억36000만원이었다가 올해 1~3분기 매출이 10억8500만원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