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대위협” 감염병에 7000억… 소아암·희소질환에 3000억
[이건희 사회환원] 1조원 어떻게 사회환원되나
입력 2021.04.29 03:00 | 수정 2021.04.29 03:00
“사회적 필요와 고인의 평소 철학을 생각해 감염병 예방 치료와 소아암, 희소 질환 환아를 위해 쓰기로 결정했다.”
삼성가는 28일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산 26조원 가운데 현금 1조원 사회 환원 계획을 밝히며 사용처 선정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 회장은 생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 요구에 관심을 갖고 사회와 더불어 발전하는 것이 기업의 책임”이라고 했다. 이 1조원은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 때 차명 재산을 실명 전환하며 이 회장이 직접 사회 환원을 약속한 돈이다. 삼성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하고, 또 소외된 사람을 위해 쓰자는 게 유족 뜻”이라고 말했다.
◇국내 첫 ‘중앙 감염병 전문 병원’ 세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이날 “이건희 회장 유족이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에 7000억원 규모의 기부금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중 5000억원은 국내 첫 감염병 전문 병원인 ‘중앙 감염병 전문 병원’을 짓는 데 사용한다. 음압 병상과 음압 수술실, 생물 안전 검사실에 150병상을 갖춘 세계적 수준의 감염병 전문 병원으로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유족은 또 2000억원을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립과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 지원에 쓰기로 했다. 삼성 측은 “감염병이 인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인간 존중과 인류 사회 공헌이라는 이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른 기부”라고 했다.
유족들이 감염병 대응에 7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데는 ‘메르스 사태’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메르스 발병 당시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생하자,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사과하고 백신 연구 지원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인 전염병 발병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지만, 국내 전염병 연구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도 크게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소아암, 희소 질환 어린이 지원에도 3000억원을 기부한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소 질환 어린이 가운데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소 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소아암, 희소 질환 임상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을 들일 예정이다.
◇1조원 사회 환원 방안 놓고 숙고
이날 발표한 1조원의 사회 환원 방안은 삼성 일가와 그룹 수뇌부가 10년 가까이 고민한 결과물이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한동안 관련 작업을 중단됐다가 작년 10월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속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건희 재단’ 설립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사회적 논란이 가장 적고 실효성 있는 방법으로 결론을 냈다고 한다. 삼성 측은 최종 방안을 결정하기 전, 보건복지부 등 정부 관계자뿐 아니라 각 병원과도 극비리에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도 1월 법정구속되기 전까지는 1순위로 챙겼던 사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싱가포르에 있는 감염병 전문 탄톡생병원과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를 벤치마킹해 세계적 수준의 감염병 전문 병원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유족들은 “이 회장이 살아계셨다면 국민이 가장 원하는 분야에 기부했다며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1993년 삼성의료원 건립 공사 현장을 찾아 “낙후된 병원이 환자 입장에서 얼마나 큰 고통인지 너무도 잘 알면서 그대로 둔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기업의 총수로서 할 일이 못 된다”고 말했었다.
이성훈 기자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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