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시달리는 청년들, ‘부모 조건’ 갖출 때까지 미뤄
[늦맘시대] [上] 고령출산 늘어나는 이유
입력 2021.03.29 03:28 | 수정 2021.03.29 03:28
지금 ‘고령 출산' 현상 중심에는 밀레니얼 세대(1982~1996년) 부모들이 놓여 있다. 이들부터 고령 출산이 본격화하는 이유는 뭘까.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완벽한 관계’ ‘완벽한 성취’ 등 완벽주의를 강조하는 특징이 있다”면서 “경제적·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만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했다. 이른바 ‘완벽한 부모 신드롬’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허 교수는 “출산을 미루는 행위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를 위한 ‘이타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자녀를 일찍 낳을수록 손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좌우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말하자면 ‘진화론' 관점에서 고령 출산을 설명하는 것이다. 대입과 취업 경쟁 속에 시달리다 보면 결혼이나 출산은 생존을 위한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도시집중화는 더 심각하다. 청년들이 다들 도시로 몰려들면서 도시에서 경쟁은 더 각박해지고 농촌은 ‘짝짓기' 자체가 힘들어진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출산 여력은 약화한다. 실제 2020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는 아이 수)은 전국 평균 0.84명이지만, 서울(0.64명)·부산(0.75명)에선 더 떨어졌다. 더구나 자녀 부양이 워낙 ‘고부담’인 사회 구조가 됐고, 자식을 낳으면 나중에 손주를 떠맡아야 할 수 있는 불안감도 생긴다. “자녀에 대한 ‘투자 대비 효과(ROI)’가 낮다”는 인식이 지배하면서 출산을 자꾸 기피한다는 것이다. 자녀 출산은 ‘가능한 한 빨리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선택으로 필요하면 적절할 때 하는 것’으로 자연스레 ‘진화’하는 셈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경쟁이 치열하고 밀도 높은 환경일수록 이에 적응하기 위해 에너지 손실이 클 것으로 보이는 결혼·출산은 뒤로 밀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19~34세 청년 6570명을 대상으로 설문에서도 자녀가 없는 여성의 41.4%는 ‘아예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응답했다. 송길영 고려대 겸임교수는 “아이를 낳는 건 이제 당연한 관습이 아니라 개인이 자율적으로 결단하는 일”이라면서 “(출산 문제는) 숫자와 통계로 접근할 게 아니라 아이를 키울 때 느껴지는 무게를 줄여주면서 유도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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