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머리 나쁘다고? 비둘기는 인상파 그림도 알아봐
美 전역에 탐조 열풍 일으킨 저자,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새 96종 소개
입력 2021.03.27 03:00 | 수정 2021.03.27 03:00
과일나무에서 먹이를 따는 퀘이커 앵무/윌북
새의 언어
데이비드 앨런 시블리 지음|김율희 옮김|윌북|424쪽|1만9800원
영어권에서도 머리 나쁜 사람을 일러 ‘새대가리(silly goose)’라 한다. 새의 지능을 낮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새들에게 부당한 일이다. 모든 새는 자의식이 있으며 다른 새의 경험을 지켜보며 배우기도 한다. 까마귀와 앵무새의 추론 및 학습 능력은 개 못지않다. 훈련받은 비둘기들은 인상주의와 다른 미술 양식을 구별하며 엑스선을 이용한 유방 촬영 사진을 인간만큼이나 잘 판독하기도 한다.
제 자식을 학대하는 인간을 ‘금수(禽獸)만도 못하다’고 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갈매기는 쓰레기 처리장으로 떼 지어 날아가 먹이를 찾아 뒤적이고 패스트푸드점이든 고기잡이 배든 버려진 음식 조각이 있으면 냉큼 집어삼킨다. 그렇지만 새끼에게 먹일 것은 신중히 고른다. 부모 갈매기는 자기 먹을 음식은 쓰레기장서 구할지언정 새끼들이 부화하면 게와 물고기처럼 영양가 높은 자연식을 먹인다.
조류 관찰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미 전역에 탐조(探鳥) 열풍을 불러일으켜 미국조류관찰협회가 주는 로저 토리 피터슨 평생 공로상을 받기도 한 데이비드 앨런 시블리(60)는 책에서 직접 그린 일러스트 84점과 함께 96종의 새를 소개한다. 그는 조류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새에 푹 빠져 일곱 살 때부터 독학으로 그림 그리며 자신만의 조류 도감을 만들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새는 부리만으로 먹이를 다룬다. 먹이를 다룰 때 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새는 앵무새뿐이다. 앵무새는 한쪽 발을 즐겨 쓰며 대개 왼발잡이다. 앵무새는 몸의 한쪽만 쓰기 때문에 뛰어난 문제 해결력을 보인다. 양손잡이가 좌우 뇌를 균형 있게 발달시킬 수 있어 좋다는 통념이 있지만 저자는 이렇게 썼다. “앵무새와 인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신체의 한쪽만으로 업무를 수행하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능력과 창의성이 향상된다고 한다. 뇌의 한쪽만 그 일에 할애하고 다른 쪽은 다른 일을 하도록 자유롭게 놔둘 수 있기 때문이다.”
왼발로 먹이를 잡은 퀘이커 앵무/윌북
캐나다 기러기와 새끼들/윌북
‘캐나다 구스(Canada Goose)’라는 단어는 고급 거위털 패딩 브랜드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캐나다 구스’라는 새는 ‘캐나다 거위’가 아니라 ‘캐나다 기러기’다. 야생 기러기를 가축으로 길들인 경우, 이를 거위라 부른다. 깃털은 마모되게 마련이라 모든 새는 주기적으로 ‘깃갈이’를 한다. 대부분의 새가 커다란 날개 깃털을 서서히 갈며 비행 능력을 유지하지만, 기러기와 오리의 깃털은 한 번에 빠지며 이후 완전히 새로운 깃털이 돋는다. 이 때문에 이 새들은 늦여름에는 40일가량 비행을 하지 않는다. 이때 안전하게 깃갈이를 하기 위해 포식자가 거의 없는 외딴 습지대로 이동하는데, 오직 깃갈이할 목적으로 북쪽으로 1000km 이상 날아가기도 한다.
둥지터가 될 만한 곳을 살피는 수컷 동부파랑지빠귀.‘ 파랑새’가희망의은유로쓰이지만, 정작새에게는 파란색 색소가 없다. 새의 파란 빛깔은 파란빛을 반사하도록 한 깃털의 미세 구조 때문이다. /윌북
한마디로 말해 대단히 아름다운 책이다. 일러스트는 물론이거니와 새에 대한 애정이 놀랍다. 새를 잘 모르는 이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새의 행동 중 특히 흥미롭고 놀라운 부분을 쉬운 언어로 표현하려 한 노력이 특히 그렇다. 동물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나’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타자(他者)에게로 시야를 넓히는 일.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지난 15년간 우여곡절을 거듭한 끝에 완성되었다. (…) 새가 살아가는 모습을 가장 잘 설명하는 방법은 인간의 삶과 비교해보는 것이다. 나는 연구하고 글을 쓰는 동안 우리와 새의 수많은 공통점을 발견하고 여러 번 경이로움을 느꼈다. 또 우리가 얼마나 다른지를 깨닫고 놀랄 때도 많았다.”
꽃 피고 새 우는 계절, 곧 숲에서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기 시작할 것이다. 딱따구리가 뇌진탕에 걸리지 않는 까닭은 뇌가 그다지 무겁지 않고 인간과 달리 앞쪽에서 오는 충격을 흡수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작은 새들은 매일 밤 자는 동안 체중이 10%가량 줄어드는데 그 이유 중 절반은 배변, 절반은 체지방 연소와 수분 증발 때문이라고 한다. 원제는 ‘What It’s Like to Be a Bird’. ‘새가 된다는 것’이라는 뜻이다.
솜털딱따구리(왼쪽)와 큰솜털딱다구리/윌북
곽아람 기자
문화부 Books 팀장. 독서 에세이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어릴 적 그 책', 아메리카 문학기행 '바람과 함께, 스칼렛', 미술 에세이 '그림이 그녀에게', '미술출장', 뉴욕 체류기 '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 등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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