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부터 헤어질 때까지 비대면… 그래도 사랑은 이어진다
[렌즈로 본 세상] 코로나 1년, 달라진 일상
입력 2021.02.22 03:32 | 수정 2021.02.22 03:32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인생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비대면 으로 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있다. 가족을 직접 만나지 못하고 영상통화나 유리벽을 사이에 둬야하는 현실은 서글프다. 하지만 완전한 단절은 아니다.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비대면 세상 속 에서 어떻게든 서로 연결하려 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여기 있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차여성병원에서 태어난지 사흘 된 쌍둥이 현서,윤서가 엄마의 휴대전화 화면으로 할아버지,할머니와 첫 인사를 나누고 있다./이태경기자
지난 17일 서울 강남차여성병원 신생아실 앞, 태어난 지 사흘 된 쌍둥이들이 엄마의 휴대폰 화면으로 조부모와 처음 인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생아실 면회는 하루 한 번 산모만 가능하다. 화상통화가 가능한 시간은 단 2분, 손주들이 보고 싶어 이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 할아버지는 화면을 보며 “현서, 윤서야! 무사히 태어나줘서 정말 고맙다. 어서 빨리 만나자”고 하자 아기들은 이에 대답하듯이 입을 오물거렸다.
지난 16일 서울에사 자영업을 하는 윤모씨(37)가 자신의 가게에서 일는 도중 휴대폰CCTV앱을 통해 아들이 귀가했다는 알람을 받고 아들이 집에 온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이태경기자
서울에서 아동복 가게를 하는 자영업자 윤 모(37)씨는 열 살짜리 아들을 둔 워킹맘. 최근 집에 CCTV를 설치한 윤 씨는 가게에서 일을 하며 집에 있는 아이를 본다. 일은 해야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아이가 학교 돌봄 교실에 갔다가 집에 오면 카메라가 아이의 움직임을 감지해 알람을 보내준다. 알람을 듣고 엄마는 카메라 앱을 켠다. 아들은 엄마에게 귀가하며 보았던 풍경과 하루 일과를 들려주었다. 함께 있지 않았지만 이들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10일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재활요양병원에서 입원한 남편을 면회 온 아내가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손짓을 이용해 안부를 전하고 있다.
설날을 앞둔 지난 10일 광주광역시의 한 요양병원 입구. 코로나로 직접 면회가 금지되면서 면회 온 가족들은 환자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유선 전화기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엄마를 면회 온 딸은 면회시간 내내 눈물을 쏟았다. 우는 딸을 보자마자 엄마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손수건으로 하염없이 눈물을 닦던 엄마는 손녀딸이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에는 하얀 이를 보이며 활짝 웃었다. 한 부부는 미처 면회 예약을 하지 못해 면회석에서 만날 수 없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자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그려보이며 대화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뜻은 통하는 모습이었다.
설을 이틀 앞둔 10일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재활요양병원.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면회가 금지되면서 가족들이 병원 외벽 유리창 너머로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19일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 음압격리병동에서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한 나모씨(87)가 간호사들의 도움으로 딸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이태경기자
코로나 확진자로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한 나 모(87)씨는 폐렴이 꽤 진행 된 상태다. 연명치료를 거부한 이 환자는 상태가 더 나빠진다면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돌아가실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면 면회가 불가능한 나 씨는 가족들과 휴대폰 영상통화를 한다. 지난 19일에도 나 씨는 영상통화로 가족들과 만났다. 화면으로 딸과 대화하는 중간에도 기운이 달리는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계속 눈을 감았다. 그때 마다 수화기 너머의 자식은 애가 탔다. “엄마, 힘들어서 어쩌지? 그래도 이겨낼 수 있어 제발 힘내요, 엄마!” 이 통화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직접 마지막을 지킬 수 없다는 슬픔이 딸의 목소리를 통해 병실 안을 가득 메웠다.
이태경 기자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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