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친구를 도울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아이가 행복입니다]
우리 아이 첫 기부 - 아들과 함께 기부하는 이혜원 하사
입력 2021.02.19 03:40 | 수정 2021.02.19 03:40
“아들 규담이가 어렵게 사는 친구들에게 자기 것을 나눠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도 양주에 있는 28보병사단에서 간호부사관으로 일하는 이혜원(24) 하사는 지난해 6월 아들 규담이의 이름으로 처음 50만원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기부했다. 규담이가 태어난 지 9개월 지나서였다. 이 하사는 “아들이 아직 말은 못 알아 듣지만 항상 ‘너는 정말 행복한 아이다’라고 말해준다”며 “훌륭한 사람이 돼라고는 말하지 않지만, 늘 남을 도울 줄 아는 사람이 돼라고 한다”고 했다.
이 하사가 아이 이름으로 기부를 시작한 것은 자신이 느낀 기부의 기쁨을 아들도 누리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 하사는 한 달에 한 번씩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불우 아동 후원금을 기부하고 있다. 기부를 시작한 2018년 11월엔 월 3만원씩이었지만 월급이 150만원에서 160만원에서 오른 지난해 10월부터는 3만5000원씩으로 늘렸다.
이혜원(오른쪽) 하사가 남편 김진영씨, 아들 규담군과 함께 지난해 9월 찍은 가족사진. /이혜원씨 제공
“첫 기부는 3만원이었지만 제가 느낀 행복은 3000만원 이상 값어치가 있었어요. 제가 처음 도움을 받았을 때의 놀라움과 기쁨, ‘나도 열심히 살아봐야지’라는 희망을 다른 친구들이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습니다.”
이 하사는 1997년 9월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났다. 미혼모였던 어머니는 아기를 품에 안고 여관 등을 전전하다 이듬해 4월 ‘정혜사’란 절에 이 하사를 맡겼다. 어린 이 하사를 돌본 것은 절의 주지였던 법우 스님(63)이었다. 그는 아기 출생신고를 하며 자신의 성(姓)인 ‘이’에 ‘은혜 혜(惠)’, ’동산 원(園)’자를 쓴 이름을 지어줬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은혜를 받고,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동산을 쌓으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이 하사는 “너무 흔한 이름인 것 같아 스님께 불평한 적이 있었는데, 담긴 뜻을 듣고 난 후부터는 이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어린 이 하사에게 절은 집이었지만 수련을 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학교에 들어 가기 전엔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고 생활하기도 했다. 중학생 땐 오전 8시 반까지 등교하기 위해 6시 반에 절을 나서야 했다. 시내버스 정류장이 산속에 있는 절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하사는 “그래도 스님이 주말이면 이곳저곳 같이 놀러가주셔서 외롭다는 생각은 별로 안 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이 된 이 하사는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스님이 준 보증금 100만원으로 학교 근처에 7평짜리 원룸을 구했다. 월세 18만원, 관리비 5만원, 통신비 6만~7만원, 식비 10만원 등 한 달에 40만~50만원은 오롯이 이 하사가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친구들이 학교에서 야간자습을 할 때, 이 하사는 돈가스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고등학교 1학년 생활이 거의 끝나갈 무렵 이 하사는 스님에게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네게 생활비를 보태준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재단이 어려운 학생에게 생활비를 보태주는 프로그램에 이 하사의 이름이 들어간 것이다. 이 하사는 2013년 10월부터 2014년 2월까지 5개월 동안 한 달에 20만원씩 모두 100만원을 후원받았다. 이 하사는 “처음 통장에 기부금 20만원이 찍힌 것을 본 날, ‘나를 위해 자기 것을 내놓는 사람이 있다니’란 생각에 잠을 못 이뤘다”며 “나도 남을 위해 내 것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한 밤이었다”고 했다. 그날의 다짐은 간호부사관이 된 뒤 매달 기부금으로 이어졌고, 아이 이름으로도 기부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 하사는 “요즘 아동 학대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오히려 ‘난 정말 행복한 아이였다'는 생각을 한다”며 “아들 규담이도 자기가 행복하다는 것을 알고 어려운 친구들을 도우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제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람부터 헤어질 때까지 비대면… 그래도 사랑은 이어진다 (0) | 2021.02.22 |
---|---|
재벌이라 꽃길만 걸었다? 나를 성장시킨 건 ‘그늘’ (0) | 2021.02.19 |
102세 김형석의 자녀교육법 “아이에겐 딱 이것만 주면 된다" (0) | 2021.02.17 |
[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기온이 높아지면 숲이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들어요 (0) | 2021.02.17 |
[신문은 선생님] [이주은의 세계의 박물관] 5000년 중국 황실의 보물 60만점은 대만에 있어요 (0) | 2021.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