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통령이 직접 재신임 뜻 알렸다” 洪 “들은 바 없다”
홍남기, 국회서 사의표명 공개
입력 2020.11.04 03:00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요건 강화를 둘러싼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사의를 바로 반려한 뒤 재신임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의 사의 반려는 코로나 상황에서 경제부총리를 갑자기 교체할 순 없고, 핵심 과제인 ‘한국판 뉴딜’ 추진과 약 556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심의 등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후임자가 올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의를 굽히지 않았다. 대통령의 반려에도 국회에서 사의 표명을 공개한 것 자체가 ‘항명’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에게 신뢰를 보여왔다. 문 대통령은 전날도 “우리 경제가 급격한 위축 국면에서 벗어나 확연한 성장세로 돌아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연일 ‘경제 선방론’을 띄우면서 홍 부총리 임기가 더욱 길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었다. 홍 부총리 교체 자체가 경제·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自認)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 취임 후 그의 요청에 따라 격주에 한 번씩 정례 보고를 받아왔다. 지난 3월 추경 규모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 홍 부총리 거취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지금까지 잘해 왔으니 앞으로도 잘해 달라”고 했다. 지난 7월엔 홍 부총리의 예산안 보고를 받고 “힘 있게 추진하라”고 했고, 지난달 20일에도 “경제팀이 수고를 많이 했다”면서 신임의 뜻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조선DB
하지만 홍 부총리가 이날 문 대통령의 사의 반려에도 ‘후임자’라는 표현을 쓰며 거듭 사의를 암시하는 언급을 하면서 연말 개각 때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국무회의 뒤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와 면담에서 사표를 반려했다고 했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재위 회의에서 사표 반려 사실을 묻자 “국회에 오느라 못 들었다”고 했다. 양측의 엇갈린 설명을 두고 여권에선 정부 내 갈등이 심상치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홍 부총리가 국회에서 문 대통령과의 면담과 대통령의 사표 반려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동선과 인사권은 보안 사항”이라고 했다. 대통령에 대한 배려 차원이지, 항명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 내부에선 홍 부총리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답을 듣기도 전에 사의 표명 사실을 국회에서 공개한 것은 부총리로서 책임감 없는 태도”라며 “본인 고집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통령을 상당히 난감하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여권 일각에선 “사실상의 항명”이란 얘기도 나왔다.
안준용 기자 편집국 정치부 기자
2009~ 사회부, 2013~2014 도쿄 주재, 2015~2017 경제부, 2018~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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