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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도 푸둥의 발전도 자유의 선물이었다

by 최만섭 2020.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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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도 푸둥의 발전도 자유의 선물이었다

김태훈 출판전문기자

입력 2020.10.31 03:00

 

                           디드러 낸슨 매클로스키 지음 | 홍지수 옮김 | 7분의언덕 | 512쪽 | 2만2000원

 

여당이 2년 전 우리 헌법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민주적 기본질서’로 바꾸는 개헌안에 당론을 모았다고 발표했다가 반발을 사자 취소하는 소동을 빚었다. 그때뿐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자는 주장은 이른바 진보 진영의 단골 메뉴다. 자유의 어떤 부분이 싫기에 그들은 한사코 민주주의에서 이 표현을 지우려 할까. 경제사학자인 저자 매클로스키가 자유주의의 뜻을 정치·역사·철학·경제·문화 차원에서 설명한 글을 따라가다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자유는 타인의 노예로 살지 않을 권리를 뜻한다. 내 삶과 운명은 내가 결정한다는 뜻이다. 국가가 개인의 삶에 끼어들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싫어한다. 이런 성향 때문에 자유주의는 국가의 힘을 강화하려는 이들의 포위 공격을 받아 왔다. 사회주의와 파시즘은 정반대 세상을 지향하지만 국가주의 강화를 통해 목적을 이루려 한다는 점에서 이란성쌍생아다. 최근 두드러지는 포퓰리즘의 가세도 주목한다. 포퓰리즘이 다수를 앞세워 소수를 억압한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의 적이라 주장한다.

 

자유주의가 산업혁명을 능가하는 대풍요를 인류에게 선사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늘날 1인당 실질소득이 1800년에 비해 30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그럼에도 자유주의는 곳곳에서 위협받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선(善)한 결과를 기대하며 국가의 역량 강화를 요구하는 이들 때문이다. 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이들은 “자유주의가 부의 불평등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한다. 시장은 불완전하므로 국가가 개입해야 하고, 그러려면 윤리적인 철인(哲人) 군주가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도 말한다.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세금 부과를 통한 재분배 정책도 지지한다.

중국 여성들이 지난 8월 상하이 푸둥 지구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푸둥의 발전은 자유와 혁신을 도입한 덩샤오핑 개혁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존 로크부터 애덤 스미스, J S 밀, 토크빌,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에 이르는 자유주의 사상가·철학자·경제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으로 저자는 이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한다. 자유주의 창시자 로크는 행정 관료를 천국행 길라잡이로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만큼 내 구원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그 어떤 통치자도 타인의 돈을 쓰거나 남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정책을 만들 때 자신의 돈과 인생을 대하듯 신중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국가주의자들은 반대로 생각한다. “네게 좋은 일은 내가 알고 있다. 네가 싫다고 하면 팔을 비틀어서라도 해 주겠다.”

 

 

저자는 국가주의자들이 내세우는 불평등 해결보다 절대적 빈곤 타개가 더 중요하다며 재분배보다는 파이를 키우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재분배 노력이 거둔 성과는 미미했던 반면 절대적 가난을 몰아내기 위한 노력은 눈부신 성공을 거뒀는데, 이는 전적으로 개인의 창의력을 극도로 끌어내는 자유주의의 성과라는 것이다. 30년 전엔 부자도 휴대전화를 갖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가난한 사람도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국가주의 옹호자들은 ‘한강의 기적’을 국가 개입의 모범 사례로 든다. 그러나 이 주장이 맞으려면 극단적인 국가주의와 폭정이 일상화된 북한은 대한민국보다 더 잘살아야 한다고 저자는 반박한다. 1960~1970년대 한국의 리더십은 “고속도로를 놓고 지하철을 뚫어라” 명령할 수 있었지만, 그 과업을 수행한 주인공은 한국의 자유로운 개인들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인은 나라에 예속된 노예가 아니라는 얘기다. 중국 상하이 푸둥 지구가 눈부시게 발전한 것도 마찬가지다. 마오쩌둥의 국가주의 대실패를 목격한 덩샤오핑이 “중국인 일부는 먼저 부자가 되게 내버려두자”는 구호를 내걸고 혁신을 택했기 때문이란 사실도 곁들인다.

 

법 만능주의를 경고하는 저자의 지적은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2018년 임대료 상한제와 공영 임대주택 확충을 요구한 영국 좌파를 예로 들며 오히려 가난한 사람의 내 집 장만 꿈만 막아버렸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자유보다 안전에 대한 욕망이 앞서다 보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경고한다. 의회가 열릴 때마다 의원들이 경쟁하듯 법을 쏟아내는 것에도 비판적이다. 이 법안들은 궁극적으로 큰정부 강화에 기여한다.

 

저자는 한국을 자유주의 모범 사례로 반복해서 거론한다. 자유주의 덕분에 19세기 미국과 영국이, 20세기 한국⋅홍콩⋅아일랜드가 부유해졌다고 썼다. 이 정부 들어 각종 규제를 쏟아내고 정부 주도 일자리를 늘리고 재정 적자를 키우는 모습을 보고도 이런 평가를 유지할지 궁금해졌다.

 

김태훈 출판전문기자 편집국 문화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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