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철 “조국, 유재수 감찰 중단 지시해 특감반이 분노했다”
“천경득, 특감반장 찾아가 ‘우리편 적은 구분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훈계”
입력 2020.10.23 11:55
법원 출석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속된 말로 저희가 정말 쫄리는 상황… 특감반장도 ‘유재수가 정말 세기는 세구나’라더라”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에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감찰 무마 의혹’ 재판에서 공개된 증거기록에 따르면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이날 그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여권 인사들의 ‘구명 운동’과 조 전 장관의 지시로 좌절됐을 당시 소회(所懷)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확인하고도 이에 대한 감찰을 부당하게 중단시킨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이 감찰을 중단시킨 상황에 대해 상세히 증언했다.
박 전 비서관은 “2017년 조 전 장관이 저를 불러 ‘유재수가 사표를 내는 선에서 마무리가 됐다. 감찰 종료해라’고 말했다”며 “그 배경에는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이미 (감찰 무마를) 상의했고 감찰을 그만하기로 정리한 결과를 저에게 알린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조 전 장관의 지시를 받고난 이후 박 전 비서관은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을 찾아가 유재수 전 부시장의 감찰을 ‘잠깐 홀딩하라’고 한뒤 “사표를 낸다고 하니 이 정도로 정리하라고 위에서 얘기가 됐다. 감찰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진행할 마음이 있었지만 구명 운동 때문에 진행하지 못해 특감반장과 특감반원들이 아쉬워한 것이 사실”이라며 “특감반원들은 유 전 부시장이 정권 실세라는 것을 이용해 특감반을 무력화한 것에 상실 분노를 느꼈다”는 식으로 진술했다.
박형철 비서관(왼쪽), 이인걸 특감반장
천경득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이 전 특감반장을 찾아가 훈계조로 감찰 중단을 요청한 사실도 있다고 박 전 비서관은 언급했다. 그는 “당시 이 전 특감반장으로부터 평소 친하지도 않던 천경득이 연락와서 밥을 먹는데 갑자기 훈계조로 ‘우리편 적은 구분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해서 기분이 나빴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조 전 장관도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명운동이 많다고 말했었다”고 했다.
‘유 전 부시장 구하기’에 나선 여권 인사들의 압박이 자신을 비롯한 이 전 특감반장 등에게 전방위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기초 조사가 충분히 이뤄졌고 자료 요청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 전 장관이 (감찰 중단) 지시를 안 했다면 계속 진행했을 것”이라며 “감사원으로 이 사건을 이첩하는 등 후속 조치를 보고하고 진행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양은경 기자 편집국 사회부 기자
표태준 기자 편집국 사회부 기자
사회부 법조팀 표태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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