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될놈이야” 한마디가 강소휘 만들었다
[프로배구 개막 D-1] 차상현 감독·강소휘가 말하는 GS칼텍스의 KOVO컵 우승비법
입력 2020.10.16 05:00
감독은 명령하고 선수는 복종하는 한국 스포츠계에서 여자배구 GS칼텍스는 일종의 혁명이다. 주전 강소휘(23)를 필두로 평균 연령 23세인 선수들이 차상현 감독(46)을 거침없이 놀려댄다. “감독님 왜 이렇게 흰머리 많아요?” “감독님 머리 큰 돼지!”
지난달 KOVO컵 결승전에서 GS칼텍스가 김연경의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완파했을 때도 결과보다 시상식 장면이 더 놀라웠다. 트로피가 왔는데 차 감독이 다른 곳에 있자 선수들이 일제히 외쳤다. “감독님 얼른 트로피 들어!”
◇미친개 작전의 뒷이야기
“흥국생명이 워낙 강팀이잖아요. 경기를 앞두고 우리는 잃을 게 없는 팀이고. 선수들에게 경기가 잘 풀리든 안 풀리든 ‘미친개’처럼 뛰어보자고 주문했죠. 미친개 하면 상대방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이미지가 생각나시죠?”
차 감독은 "우승 후 이 미친개 작전이 너무 화제가 돼 부담스럽다”고 손사래 치면서 "단판 승부야 이길 수 있지만 한 시즌을 그렇게 치를 수 있을까요”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던 강소휘가 말했다. “저는 업그레이드할래요. 일명 ‘크레이지 도그’ 작전. 이젠 영어로!”
지난 9일 GS칼텍스의 2020-2021시즌 V리그 온라인 출정식을 앞두고 차상현(위) 감독과 강소휘가 포즈를 취했다. 실제 부녀 사이를 방불케 할 만큼 애정과 신뢰가 뚝뚝 묻어났지만 둘은 농담으로 부인했다. “저는 이런 딸을 둔 적이 없습니다.”(차 감독) “저도 이런 아버지 둔 적 없어요.”(강소휘) /박상훈 기자
차 감독은 “소휘가 ‘깡’이 대단하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KOVO컵 개막 전 흥국생명과 연습경기를 했는데 김연경이 뛴 1·2세트에서 박살이 났어요. 그런데 경기 후 소휘가 ‘감독님 저희가 다음에는 이길 수 있겠다’고 하더라고요. 속으로 이 친구가 제정신인가 싶었죠. 그런데 자신감과 승부욕으로 결승전에서 맹활약해 MVP(최우수선수)가 된 것 같아 대견해요.”
강소휘는 MVP 상금 300만원을 어떻게 썼을까. “원래는 무선 이어폰을 팀 전체에 선물하겠다고 말했는데 그러려면 800만원이 들더라고요. 상금은 세금 떼고 280만원인데. 다시 고민하고 있어요.” 차 감독이 “그런 걸 먼저 생각도 안 하고 말했니. 나도 이어폰 선물 기다렸는데”라고 하자 강소휘가 “감독님도 기다렸어요?” 눈이 동그래졌다. 차 감독의 대답. “아니야 나도 돈 있어.”
웃다 쓰러질까 걱정될 만큼 GS칼텍스는 웃음꽃이 넘쳤다. 차 감독은 “훈련과 휴식이라는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할 뿐”이라고 했다. “연습은 정말 엄하게 해요. 배구만큼은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훈련량도 많고 집중 안 하면 가차없이 혼냅니다. 하지만 운동이 끝나면 선수들과 살갑게 허물없이 지내죠. 제가 무섭게 생겨서 애들이 벌벌 떨면 어떡하나 걱정한 적도 있는데…. 분위기 보셨죠?” 그는 2011년 GS칼텍스 수석 코치로서 여자 배구계에 처음 발 디딘 날부터 담배를 딱 끊었고, 방문을 열어놓고 지냈다고 했다. 선수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편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매년 한 단계씩 도약…"올해는 우승 도전"
차상현 감독과 강소휘는 2016년 초보 감독과 신인 선수로 만나 팀 성적을 매년 한 단계씩 끌어올렸다(2016~2017시즌 5위, 지난 시즌 2위). 강소휘는 “감독님이 제 배구 알을 깨줬다”고 했다. “신인 때부터 감독님이 ‘너는 무조건 될 놈이다’ 주입식 교육을 해주신 덕분에 제가 이만큼 컸어요.” 하지만 차 감독은 “지도자는 100% 만족이 없다. 소휘가 확실히 성장했지만 아직 내 눈엔 더 보완할 부분만 보인다”고 했다.
강소휘는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그가 “프로에 올 때 ‘전 구단 유니폼을 다 입어보자’는 꿈이 있었다”고 하자 차 감독은 “내가 유니폼 전부 구해다 줄게. 나는 네가 다른 코트에 있는 꼴 못 봐”라고 응수했다. “좋아. 다른 팀 갈 필요가 없겠네요.”
GS칼텍스는 21일 장충체육관에서 흥국생명과 홈 개막전을 치른다. 차 감독은 “흥국생명이 훨씬 탄탄해진 전력으로 나올 터라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 선수들 에너지를 믿는다”고 말했다. 강소휘는 “연경 언니는 항상 존경하는 롤모델이었고, KOVO컵 때도 언니가 ‘축하한다’고 안아준 게 최고의 감동이었다”며 “흥국생명이 칼을 갈고 나오겠지만 우리도 질 수 없다”고 했다. “피 튀기게 싸워야죠. 우승이 목표니까요!”
양지혜 기자 편집국 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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