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을 기회로, IT를 무기로… 빌보드 점령한 K팝
코로나에도 훨훨 난… BTS·블랙핑크의 글로벌 역발상 통했다
입력 2020.10.14 03:00
미국 빌보드 차트를 K팝이 점령했다.
빌보드는 12일(현지 시각) 방탄소년단과 제이슨 데룰로, 조시 685가 함께 부른 ‘새비지 러브’가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2위도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다. ‘핫 100’ 1·2위를 동시 석권한 그룹은 2009년 블랙아이드피스 이후 처음이고, 이전 기록도 ‘비틀스’ ‘비지스’ ‘아웃캐스트’ 등 다섯 팀뿐이다.
이날 블랙핑크의 ‘러브식 걸즈’도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 2위, ‘글로벌 200(미국 제외)’ 차트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200’에서는 ‘러브식 걸즈’뿐 아니라 ‘새비지 러브’ ‘다이너마이트’가 1~3위로, 모두 K팝 가수들이 차지했다.
/빅히트
◇코로나 위기를 글로벌 진출 기회로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제가 얼어붙었지만, K팝 산업은 승승장구다. ‘K팝 이노베이션’ 저자인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K팝은 코로나라는 위기에서 혁신을 통해 전 세계 대중음악 산업의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기는 정보기술(IT)이다. 코로나로 전 세계 공연이 취소되자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유료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를 시작했고, 6월 방탄소년단은 ‘방방콘 더 라이브’를 통해 온라인 공연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0~11일에는 ‘BTS 맵 오브 더 솔 원’을 통해 증강현실(AR)과 확장현실(XR) 등을 동원한 무대를 선보이며 전 세계 191국 99만3000명을 끌어들였다.
‘언택트(비대면)’는 K팝 그룹의 이동 시간을 줄여 전 세계 활동 빈도도 높였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NBC ‘지미 팰런쇼’와 일주일 동안 방송을 진행한 것은 비대면이라 가능했다.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2위를 차지한 ‘슈퍼엠’은 8월 20일 미국 ABC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한 다음 날인 21일 일본 TV아사히 ‘뮤직스테이션’에 출연했다.
K팝이 처음부터 IT와 좋은 관계였던 건 아니다.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와 저작권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처, IMF 경제 위기로 국내 대중음악 시장이 고사할 위기에 처했던 1990년대 후반. SM엔터테인먼트가 코스닥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로 아이돌 가수 육성 시스템과 차별화된 댄스 음악, 화려한 군무 등 K팝의 틀을 잡았다. 산업연구원은 “당시 K팝은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홍보 마케팅, 세련된 음악성과 비주얼을 통해 기존 팝과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했다. 이장우 교수는 “과거 위기 극복 경험이 현재 코로나 사태에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은 미국식으로 공략한다
K팝 그룹이 미국 유명 레이블과의 계약을 통한 협업으로 미국 시장을 뚫은 것도 비결이다.
방탄소년단은 2018년 소니뮤직 자회사 컬럼비아 레코드와 계약한 후부터 미국 내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다이너마이트’ 곡 발매 당시에는 론 페리 회장이 직접 버스를 타고 라디오 프로모션 투어를 돌았다. 방탄소년단이 올해 초 그래미 시상식에서 공연을 한 건 같은 컬럼비아 레코드 소속인 릴 나스 엑스와 ‘올드 타운 로드’ 리믹스를 같이 했기 때문이다. 블랙핑크도 2019년 유니버설 뮤직 산하 인터스코프 레코드와 계약했고, 인터스코프는 ‘킬 디스 러브’부터 라디오 프로모션 버스 투어를 돌았다.
세계적인 음반사와의 협업 시스템은 K팝에 유명 작곡·작사가들의 곡이 들어오는 배경이 된다. 방탄소년단에게 빌보드 싱글차트 첫 1위를 안겨준 ‘다이너마이트’는 영국 뮤지션 데이비드 스튜어트가 작곡한 것. 블랙핑크의 ‘아이스크림’ ‘벳 유 워너’를 작곡한 토미 브라운 역시 제니퍼 로페즈, 아리아나 그란데 등 수많은 스타의 히트곡을 만든 미국 유명 작곡가이기도 하다.
/SM
할시, 카디비 등 미국 팝스타들과의 공동 작업 전략도 적중했다. 싱글 차트 상위권은 누가 피처링을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 ‘새비지 러브’도 뉴질랜드 뮤지션 조시 685, 미국 가수 제이슨 데룰로와 협업한 곡이다. 데룰로의 컬래버 요청에 방탄소년단은 한국어 가사 “사랑이란 어쩌면 순간의 감정의 나열/조건이 다들 붙지 난 뭘 사랑하는가” 등을 넣을 것을 제안했다. 빌보드 역사에 한국어를 포함한 곡이 1위 기록으로 남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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